TV용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QLED 대 OLED’ 구도가 심화된다. 삼성이 QD-OLED(양자점-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 계획을 잠시 접어두고 당분간 기존 QLED(양자점 LCD)에 집중키로 하면서 대평 프리미엄 TV 시장을 둔 QLED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대결 구도가 재점화될 모양새다.

◇삼성전자 ‘당분간 QLED에 집중’…대화면·초고해상도 시장 노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했던 8세대 QD-OLED 라인에 대한 설비 전환 투자 계획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TV용 패널 시장의 최대 수요처인 삼성전자가 당분간 OLED보다 QLED TV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급하게 OLED로 넘어갈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8K QLED TV.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8K QLED TV. / 삼성전자 제공
이번 결정은 최근 대형 TV 시장에서 QLED TV의 급격한 성장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75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 점유율(금액기준)은 삼성전자가 54.4%로 1위를 차지했다. 20.2%를 차지해 2위를 기록한 소니와의 격차를 2배 이상으로 벌렸다. 3위인 LG전자는 2017년에 비해 증가하긴 했지만 14.6%에 그쳤다. QLED 중심인 삼성전자와 달리 LG와 소니는 OLED 제품이 대형 프리미엄 TV의 주력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IHS마킷은 전 세계 QLED TV 판매량이 올해 약 400여만대에서 2021년 약 850만여대 , 2022년까지 약 1000만여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수년 간 QLED TV의 성장이 계속된다는 내용이다. OLED TV도 올해 340만대, 2021년 710만대로 증가하지만 QLED TV의 성장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설비 전환을 통해 빠르면 내년 1분기 월 30만장 규모로 QD-OLED 패널 시범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2021년 상반기에는 월 90만대로 생산 규모를 늘리면서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QD-OLED에 눈을 돌린 이유는 근래들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빠른 성장과 과잉공급으로 QLED를 포함한 기존 LCD 기반 대형 패널의 수익성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중 하나로 꼽히는 QD-OLED로 빠르게 전환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QLED TV 판매량이 빠르게 늘면서 실제 TV를 제조하는 삼성전자 관심은 OLED에서 멀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분간 OLED TV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룹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 계획을 미룬 것도 삼성전자의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의 QLED TV는 기존 LCD를 기반으로 양자점(퀀텀닷) 기술을 적용해 화질을 개선한 방식을 사용한다. 기존 LCD의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고 고해상도 구현과 80인치급 이상 대화면을 만들기에 좀 더 유리하다. 같은 크기의 OLED TV보다 약 40%가량 저렴한 가격도 QLED TV의 강점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8K 해상도(7680X4320)여서 최대 85인치 크기의 TV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대화면과 초고해상도를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을 활발하게 공략하고 있다.

◇OLED 일변도인 LG전자…화질·디자인 차별화로 ‘프리미엄 TV’시장 재탈환 노린다

LG전자는 여전히 OLED에 집중한다. 시장 점유율에서는 밀렸지만, OLED만이 갖고 있는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극대화해 프리미엄 TV 시장 재탈환을 노린다. 떨어지는 생산성은 원천 기술 확보로 극복하고, ‘롤러블 TV’처럼 OLED만이 가능한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으로 기존 LCD 기반 제품과 차별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가 지난해 IFA 2018에서 공개한 88인치 8K OLED TV. /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지난해 IFA 2018에서 공개한 88인치 8K OLED TV. / LG전자 제공
OLED는 기존 LCD 기반 디스플레이 제품과 달리, 소자 스스로 발광해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자체 발광으로 높은 명암비와 색재현력을 구현, 자연스럽고 선명한 색상을 더욱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 백라이트가 없기 때문에 TV 화면을 매우 얇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LG전자가 올해 CES서 정식으로 선보인 롤러블 TV ‘시그니처 올레드 TV R’도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OLED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듀폰(DuPont)사로부터 차세대 OLED의 핵심 기술인 ‘솔루블 OLED’에 대한 원천기술 일체를 확보했다. 솔루블 OLED는 OLED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를 용액 형태(Soluble)로 만들어 잉크젯 프린팅 기술로 패널에 얹어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증착식(소재 물질을 증기형태로 만들어 패널에 얹는 방식)에 비해 재료 손실을 줄일 수 있어 제조 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OLED의 약점 중 하나였던 ‘대화면’과 ‘고해상도’ 부문도 지난해 공개한 8K 88인치 OLED TV 제품을 올해 안에 출시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대표적인 고급 브랜드 중 하나인 소니가 OLED 진영에 속해있는 것도 ‘OLED TV=프리미엄 TV’ 전략을 고수하는 LG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인 중국에서 프리미엄 TV 시장을 중심으로 OLE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호재다. 기술격차가 많이 줄어든 LCD 기반 디스플레이와 달리, 대형 고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확실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주도로 광저우에서 열린 ‘세계 UHD 산업발전대회’에 국내 CEO로는 최초로 기조연설에 나선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5G 시대에 OLED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혁신을 이뤄낼 최적의 디바이스 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OLED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한편, 중국 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차세대 5G 통신 기술과의 연계를 강조했다. 5G 기술로 제공되는 차세대 초고해상도·고품질 콘텐츠를 즐기는 데 OLED TV가 유리하다는 것을 중국 시장에 어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