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자율주행 차량용으로 비워둔 5.9㎓ 주파수 대역에 대한 용도변경을 검토한다. 트래픽이 갈수록 늘어나는 와이파이용으로 쓰는 것이 더 낫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전문 매체 모바일월드라이브는 15일(이하 현지시각) ‘와이파이 월드 콩그레스 미국’ 행사 연사로 나온 아짓 파이(사진) FCC 위원장의 5.9㎓ 주파수 용처에 대한 발표 내용을 보도했다. 와이파이 월드 콩그레스 미국 행사는 14일부터 16일까지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다.

파이 위원장은 1999년 정한 5.9㎓ 주파수 중 75㎒ 폭을 자율주행 차량 등에 사용하고, 남는 부분은 시장의 수요에 따라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5.9㎓ 주파수는 중간대역 주파수로 불린다.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3G(WCDMA)의 경우 800㎒, 1.7㎓ 대역 등을 썼고, 4G(LTE)는 1.8㎓, 2.4㎓ 대역 등을 사용했다. 5G는 3.5㎓ 대역과 밀리미터 웨이브(28㎓ 대역)를 쓴다. 밀리미터 웨이브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대거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28㎓ 대역을 쓰는 5G만 놓고 보면, 5.9㎓는 기지국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황금 대역이다.

자동차 업계는 기존 FCC의 결정처럼 5.9㎓ 주파수 대역을 자율주행(C-V2X)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2.4㎓ 주파수 대역을 쓰는 와이파이 진영은 C-V2X 대신 와이파이가 중간대역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이 위원장이 와이파이 행사에 참석해 5.9㎓ 주파수 대역에 대한 기존 입장 변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정치적인 입지 강화를 노린 행보로 풀이할 수 있다.

FCC는 적어도 2020년까지 중간대역 주파수 활용 방안에 대한 최종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주파수 분야를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월부터 5.9㎓ 주파수 대역의 활용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며, 업계간 이견이 있다. 미국처럼 한국의 자동차 관련 기업은 C-V2X 용으로, 유선인터넷 사업자는 와이파이 용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 맞다며 맞선다. 이통업계는 정부가 5G플러스 전략을 통해 산업 활성화에 나선 만큼 통신용으로 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의 수요와 글로벌 시장 동향 등을 분석해 주파수의 용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