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의 내로라 하는 젊은 기업 총수와 만났다. 2시간30분간 이어진 회동에서 최근 이슈인 한일 무역 분쟁과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인공지능(AI) 분야를 논의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긴 대화도 이어졌다.

회동 후 가장 먼저 자리를 뜨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모습. / IT조선 DB
회동 후 가장 먼저 자리를 뜨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모습. / IT조선 DB
손 회장은 4일 오후 7시부터 9시30분까지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한국 재계 총수를 만났다. 이날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손 회장과 가구박물관으로 이동하는 차량에 동승해 20분간 단독으로 만났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재계 총수는 30~50대로 젊다. 참석자 중 김동관 전무가 1983년생으로 가장 어리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이해진 GIO와 김택진 대표는 1967년생 동갑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968년생,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970년생, 구광모 회장은 1978년생이다. 손 회장은 1957년생이다.

손 회장은 재계 총수와 회동 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인공지능(AI)’에 올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1년전인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초고속인터넷’에 집중하라고 밝혔는데, 이후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국가로 발돋움했다.

재계 총수와 만난 자리에서도 AI 얘기가 빠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그룹, 네이버 등은 AI 사업에 공을 들인다. 세계 곳곳에 연구센터를 열고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섰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분야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손 회장은 100조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VF)를 운영한다. SVF는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는 ARM 등 반도체 기업과 우버 등 차량 공유 기업, 쿠팡 등에 투자했다. 젊은 기업가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는 손 회장은 SVF를 활용해 벤처 기업의 성공을 돕는다.

회동 자리를 가장 먼저 떠난 손 회장은 한국 기업과의 AI 협업과 공동 투자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YES)"고 답했다. 연내 행동으로 옮길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러고 싶다(I hope so)"고 응대했다.

손 회장은 회동 시작 전 한일간 민감 이슈인 ‘무역분쟁’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정치에 대해 모른다(I don’t know about politics)"고 말했다. 하지만 회동 자리에서는 깊이있는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은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제조에 필요한 일본산 소재와 부품의 수출을 규제한다.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보복 성격으로 보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손 회장은 일본 제재에 따른 한국 기업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그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Yes, we talked a lot about it)"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