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구의 RPA 여행] 일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키워드 ‘RPA’

  • 장은구 유아이패스 코리아 대표
    입력 2019.07.06 11:33

    시대는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제조업 중심의 강국 스토리는 지난 이야기가 되고 있다. 부인할 여지없이, 최근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것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IT 및 기술 산업이다.

    그 가운데 과거 제조 중심으로 세계를 선도했던 일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장세가 괄목할 만하다. 일본의 IT 인프라만 평가한다면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지 않다. 오히려 일본은 디지털 경쟁력에 뒤처져 있으며, 차세대 기술 도입을 거듭한 우리나라 기업의 IT 인프라가 더 발전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일본이 현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며,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선도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단순히 기술 관점에서 해석하지 않고, 국가 및 기업 경쟁력 제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추진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보면 일본은 종신 고용 부담에 따른 기업 경쟁력 퇴화, 기존 생산성 제고 방법론의 한계로 인해 새로운 대안 발굴에 대한 경영진들의 관심이 매우 컸다. 수많은 기업과 컨설팅 펌의 개혁 제안과 시도가 이어졌다. 경영자들은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고, 일본이 오랜 기간의 경제 침체기를 벗어나는 신호에도 막상 뚜렷한 돌파구가 없었던 모습이었다.

    여기에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정부에서 시작한 근무 시간 규제가 더해지면서, 몇몇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은 RPA 활용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이하 SMBC)과 같은 금융사는 업무 시간 단축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기존 적용 방식과 달리 RPA를 전사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단순한 업무 자동화가 아닌, 기업 업무 환경과 방법의 혁신 관점에서 RPA를 활용하면서 완전히 다른 형태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SMBC는 기존의 기업 내 IT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며 디지털화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인프라 구축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모든 부서를 RPA 자동화에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진행에 있어서는 탑다운(Top Down)으로 결정된 혁신 추진을 직원들의 자발적인 바텀업(Bottom Up) 참여로 완성하는 식으로 전개되다 보니, 조직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참여와 기여가 있었고, 조직 내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입증했다.

    2018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RPA 세미나 현장에서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RPA 구축 기업인 SMBC와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유수 기업들이 참가했다. 세미나에서는 업무 자동화를 통한 ROI 확보, 그리고 RPA 확산 사례 등 기업 혁신 방안 관점에서의 논의가 주를 이뤘고, 경영자들은 상호 경험 공유와 RPA 노하우 체득이 주요 관심사였다.

    그런데 이로부터 반년이 지나고 2019년, 일본을 다시 찾았을 때 RPA는 또 한 번 진화해 있었다. 주요 기업들의 수장은 기업들 간의 노하우를 공유할 뿐 아니라, RPA를 국가적 차원의 아젠다로 판단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본의 뒤처진 디지털 경쟁력에 공감하는 정부 주요 부처 대표자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었으며, RPA의 효과를 직접 체험한 회사와 이에 공감한 정부 및 기업의 리더십들이 일본 국가적 차원의 RPA 변혁을 주도하고 있었다. 즉, 일본은 RPA를 통해 IT 인프라를 보충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를 이끌어 나가고자 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일본의 변화가 부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이 RPA를 전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 기대하기도 한다.

    분명 제대로 된 엔터프라이즈형 RPA 사례는 일본이 먼저 보여줬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선진국 국가들이 50~100년 걸렸던 발전 과정을 20여년 만에 이뤄 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RPA를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현한다면, 이는 기업 자원의 디지털 자산화에 포석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생태계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RPA가 우리에게 그런 것이라고 믿는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장은구 대표는 2018년 2월 유아이패스 코리아에 1호로 합류하면서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고 사업 기반 구축과 인력 및 조직 구성을 시작했다. 미국계, 일본계, 유럽계 글로벌 대기업 및 한국 대기업 중역 경험을 보유한 경력자이며 에너지 산업 부문부터 금융, 제조 서비스, IT 부문까지 다양한 인더스트리 경험을 보유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로서 유아이패스의 글로벌 정책과 철학을 한국 시장에 전파하고, 한국적 현실에 적합한 RPA 모델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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