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와대와 그룹 총수 회동, 뭘 기대해야 하나

입력 2019.07.10 10:12 | 수정 2019.07.10 10:34

"기업이 도대체 뭘 잘못했나요? 더 이상 산업이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최근 촉발된 일본정부의 수출규제에 대한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제 반도체 업계 얘기만은 아니다. 일본과 끈 하나만 연결된 기업 모두 일본 규제 불똥이 튈까 걱정한다. 9일 기자간담회를 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시나리오 플래닝'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일부를 다른 곳에 쏟는다. 리스크 시나리오가 추가됐다. 기업에 손실이다.

10일 청와대에 30대 그룹 총수들이 모인다. 한국의 대표 기업가들이다. 언론이 보도한 청와대 설명을 들으니 안타깝다.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애로사항을 듣고 현실적 대처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궁금했다. 청와대는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청와대는 기업 총수로부터 한일 갈등 해법을 찾겠다는 것일까.

설령 그렇다손 치자. 이미 사흘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4대 그룹 총수와 자리를 했다. 이날은 무슨 자리였을까. 빅4와 빅30 기업 형편을 각각 듣고 싶은 것일까.

기자는 몇년 전 삼성전자 고위 임원 수첩을 보고 놀랐다. 10분 단위로 쪼개진 일정표가 빡빡했다. 확인한 날만 해도 해외 6개국 거래처와 미팅이 잡혔다. 핵심 기술자 출신인 그는 "기술 개발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비상식적인 비율(?)로 ‘폭탄주’를 즐기는 또 다른 임원 말도 인상적이다. 그는 술로 하루 쌓인 피로를 푼다. 없는 시간을 아끼려다보니 그런 음주 습관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기업가는 바쁘다. 글로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우리 주력 제조업에서 일본과 격차를 근근히 벌렸더니 중국이 바짝 추격했다. 소비 파워가 일본보다 몇배나 큰 나라다. 더 무서운 존재다. 여차하면 추월당한다. 한국을 넘어서겠다고 호원장담하는 기업이 여럿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를 강조한다. 민관이 아니라 국가간이다. 일본 정부와의 대화다. 물론 정부도 애쓴다. 기업 고충을 듣고 도와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쇼잉(보여주기)’이 되어서는 안된다.

당정청이 매년 1조원 자금 지원을 추진한다고 하니 한 기업 관계자는 "1조원 받고 공장을 멈추라면 멈추겠냐"고 말했다. 삼성전자 올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2분기엔 11조6000억원이었다. 매출이 아니라 영업이익이다. 그것도 3개월치다.

정부가 기업인으로부터 더 이상 들을 고충과 해법이 뭐가 있을까. 그간 숱하게 듣지 않았나. 그러라고 정부 조직과 인력을 운영하는 게 아닌가. 정부가 또다시 한일 갈등 해법을 기업인과 만나 찾겠다고 한다. 기업인이 본업을 접어두고 이제 외교 해법까지 제시하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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