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와 정부가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 목줄을 조인다. 이들 기업이 개인정보 유출과 독점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초당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대선을 앞두고 세력 결집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편향성 논란에 불을 당긴다.

16일(이하 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는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을 대상으로 반독점 청문회를 진행했다.

민주당 소속 데이비드 시실린 반독점 소위원장은 청문회에 앞서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의회와 정부는 자율규제 원칙을 지켜왔다"면서도 "인터넷 업계는 점점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반하는, 일부 기업이 독점하는 공간으로 변질됐다"며 청문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일보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일보 DB
◇ 집중포화 쏟아진 구글…아마존·페이스북도 ‘진땀'

청문회에서 이들 회사 임원진은 질문 포화에 직면해 진땀을 흘렸다. 청문회 시작 후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구글은 광고와 검색 시장을 독점한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한 보수 성향 검색 결과 노출을 의도적으로 제한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아마존은 청문회에서 판매자 데이터 수집 의혹을 받았다. 아마존에 입점한 판매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아마존 자체 판매 상품 확대를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네이트 서튼 아마존 법무 자문위원은 "데이터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데만 쓰인다"고 반박했다.

버몬트 상원 의원인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후보는 아마존의 근무환경을 비판했다. 앞서 15일 아마존 직원들은 근무조건 개선을 이유로 파업했다. 샌더스 의원은 "창고 속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항해 파업에 참여한 아마존 노동자를 지지한다"며 "미국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가상화폐 리브라 발행을 두고 미국 상하원 청문회 양쪽에서 지적을 받았다. 셔로드 브라운 의원은 "페이스북은 위험하다"며 "마치 성냥을 손에 쥔 갓난아이처럼 집안을 몇 번이고 태워버린 경험을 두고 ‘학습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 "확대된 비즈니스 영역만큼 우려도 커져"

CNN에 따르면 청문회장에서 이들 기업들은 ‘미국'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 인터넷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중소기업과 상생하며 이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적극 설명했다.

매트 퍼로(Matt Perault) 페이스북 공공정책 담당 이사는 "(페이스북은) 본질적으로 미국 회사"라며 "우리는 중국 위챗, 틱톡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담 코헨 구글 경제정책 담당 이사도 "구글이 검색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용자들은 빙(Bing)이나 야후(Yahoo) 등 다른 검색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다"라며 "구글은 서비스 가격을 낮추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왔다"고 항변했다.

이런 반박에도 강력한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초당적으로 모아지는 모양새다. 청문회 종료 이후 수개월 내에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률이 만들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N은 "이들 기업 영향력은 기존 시장을 넘어 의료와 엔터테인먼트, 교통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개인정보 침해와 선거 개입, 가짜뉴스 확산 등 문제가 불거지며 우려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2020년 대선 앞둔 트럼프…자기편 챙기기

미국 정치권의 IT기업 견제 움직임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거세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IT기업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구글 때리기에 가세했다. 공화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실리콘밸리 억대 투자자인 피터 틸이 구글과 중국 당국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피터 틸은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사외이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FBI와 CIA가 구글을 조사해야 한다"며 "구글이 중국에서 국가 반역행위를 저질렀다"고 몰아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를 제외하고 친트럼프 성향의 IT분야 인사들만 초청한 소셜미디어 서밋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 기술 기업들은 목소리를 검열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