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경 수제맥주를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 있었다.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고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수제맥주를 주문하면, 이를 배달해주는 것이었다. 그 회사가 수제맥주 배달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6년 7월경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가 개정되면서였다.

당시 변경 전 국세청 고시에 의하면 주류의 통신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예외적으로 전통주 등만 허용됐다. 이에 의하면 당시 ‘치맥 문화’가 활성화되는 사회적 배경에서 치킨과 맥주를 동시에 배달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고, 국세청은 고시를 개정해 ‘치킨집에서 맥주를 함께 배달하는 행위’와 야구장과 같은 체육시설 또는 축제장 같은 공간에서의 ‘맥주 보이’를 허용하게 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수제맥주를 정기배송하는 사업을 시작한 그 회사는 자신들이 조달하는 수제맥주와 (제휴관계를 맺은) 음식점 등이 조리한 안주 등을 함께 배달하면서 나름대로 개정된 고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조정해 사업을 진행했다. 그 무렵 위 회사 이외에도 맥주 당일 배송이나 정기 배송, 맥주 테이크아웃 등 수제맥주 유통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맥주를 ‘통신판매 등’의 형태로 유통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자, 국세청은 위와 같은 사업구조는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고 "음식이 主가 되고, 술이 副가 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2017년 7월경 위 고시 및 주세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해 2016년 7월경 개정한 고시의 내용을 좁게 해석할 수 있도록 "직접 조리한 음식에 부수해 함께 배달하는 주류에 한해 통신판매를 허용"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국세청의 고시 및 주세사무처리규정 등의 애매한 규정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그 회사는 결국 2017년 7월 수제맥주 배달 서비스를 중단했고,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청소년에 대한 주류판매를 엄격히 제한하기 위해서 ‘주류의 통신판매’를 제한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외적으로 ‘주류의 통신판매’를 허용하고도 모호한 규정으로 창업자들이 피해를 입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차피 전통주의 통신판매도 허용되고, 음식점에서 배달하는 맥주 배송도 허용되는데 맥주만의 통신판매를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존재했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2019년 7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주세법 기본통칙’을 개정해 음식점이 치킨 등 음식을 배달할 때 생맥주를 페트병에 담아 함께 파는 것을 허용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앞서 본 음식점의 맥주 배달이 허용되는 것은 캔맥주나 병맥주, 소주 등 기존 주류제조사들에 의한 ‘가공 및 조작’이 끝난 주류에 한정됐다는 것이다. 생맥주를 페트병 등 다른 용기에 담는 것은 기존의 주세법 기본통칙에서 금지하는 ‘주류의 가공 및 조작’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았으나, 이번의 주세법 기본통칙 개정을 통해 생맥주를 페트병에 ‘옮겨 담아’ 배달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한 것이다. 다만, 음식점에서 생맥주를 페트병 등에 담아 배달하더라도 새로운 상표를 붙이거나, 주문 전에 미리 생맥주를 나눠 포장해서 보관·판매하는 행위는 여전히 금지된다고 한다.

주류의 통신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주류 배송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와 관련해 국세청 등은 청소년 보호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예외적으로 전통주 등의 통신판매나 음식점 등의 맥주 및 생맥주 등 배송은 허용하는 것은 일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전통주 소비촉진과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별도의 입법취지가 청소년 보호 등 기존의 입법취지에 우선할 수 있는 것이라면, 수제맥주 시장 확대, 스타트업 활성화 또는 기존 주류 유통 체계 개편 등이라는 명분도 마찬가지 아닐까?

위에서 본 주류의 통신판매 등에 관한 국세청 고시 및 주세법 기본통칙의 개정 내용과 경위를 살펴 보면, 주류의 통신판매 및 배송 등에 관한 국세청 고시 등 현행 법령은 지나치게 주무기관의 자의적인 잣대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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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리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