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1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이 없는 이유

입력 2019.08.21 06:00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서비스테크에 관심이 높아진다. 국내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데이터를 이용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도 등장했다.

반면 한국 시장은 인프라가 부실해 이 영역이 활성화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기반 산업이 제대로 꽃 필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AI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지만 정작 글로벌 AI 100대 기업 중에는 한국 기업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클라우드 기반 HR 솔루션 업체 스윙비 홈페이지 갈무리
◇ AI가 만든 새로운 시장…서비스테크 뜬다
20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스타트업 업계는 서비스테크 비즈니스에 주목한다. 서비스테크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지칭한다.

대표적인 서비스테크 산업 분야는 ▲핀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B2B 엔터프라이즈 등이다. 이들 분야는 기존 산업계에서 미처 분석하지 못하고 묵혀 둔 데이터를 살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특징이 있다.

관련 산업 성장세는 괄목할만하다. 독일 통계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B2B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2012년 2850억달러(344조원)에서 2020년 4620억달러(558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CB인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핀테크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투자액 성장률도 각각 51%, 31%를 기록했다.

실제 한국 스타트업 중 해외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틈새를 공략해 성과를 거둔 사례가 등장한다.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메디젠 휴먼케어는 유전자 검사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동양인 맞춤 유전자 분석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회사 설립 전부터 동양인 유전자 빅데이터를 먼저 구축한 덕분이다.

휴먼케어는 해외 의료기관과 협업하고 무료 유전자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중국과 일본, 몽골,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에서 유전체 데이터 샘플을 수집했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정부와 기업과 협업하고 맞춤형 헬스케어 솔루션을 수출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테크 스타트업인 스윙비는 중소기업 맞춤 인사 관리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동남아 지역 7000만개 중소기업에 채용과 성과관리, 급여계산 등 기본 HR 기능을 포함, 보험가입까지 자동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보경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서비스테크는 기존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편의성 수요와 모바일 보급률이 높은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시장선점기회가 높은 분야다"라며 "금융, 의료, 경영관리 분야 서비스 테크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기술력을 갖춘 한국 스타트업의 초기 시장선점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데이터 있어봤자 활용도 못 해…활용 기반 구축부터

해외 시장에선 기회가 열렸지만 한국에서는 현실화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빅데이터 산업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스타트업 등 기업이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혁신 서비스 실험에 나서거나 활용하기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된 데이터도 얼마 없지만, 그나마도 활용하기 힘들 정도로 데이터 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함께 펴낸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 갈무리
안희재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CB인사이트가 선정한 글로벌 상위 100대 AI 스타트업 중엔 한국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며 "데이터 품질이 떨어져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워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전했다.

실제 2018년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한국데이터진흥원이 진행한 서베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업체 866개 중 46%는 빅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쓸만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일례로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와 국토교통부 및 한국감정원이 제공하는 K-아파트 단지 정보를 함께 분석하면 국내 아파트 매물 정보를 모두 모을 수 있다. 하지만 두 데이터는 같은 아파트 단지를 다른 이름으로 표기하고 있다. 결국 같은 아파트 단지 정보라는 점을 확인한 뒤 재가공하지 않으면 두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수 없다.

카드사가 수집한 민간 데이터도 표기 방식이 제각각이다. 같은 가맹점도 어떤 카드사에는 ‘제과점'이라고만 등록됐지만 또 다른 카드사는 ‘제과점/아이스크림점’이라고 표기됐다.

이 때문에 데이터 데이터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 데이터 품질 평가 체계를 도입하고 실제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지속해서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 파트너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통과되고 더 많은 데이터가 열리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많아지겠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의문이다"라며 "데이터 품질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관리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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