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100만 영상 평균 시청시간이 고작 3초?" …유튜브의 그늘 '조작'

입력 2019.08.30 06:00 | 수정 2019.08.30 07:02

‘하꼬’ 유튜버를 유혹하는 조작의 검은 손길

저마다 가진 노하우나 개성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가 어엿한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수입 면에서도 ‘억’소리가 난다. 최근 6세 어린이 크리에이터 이보람 양의 가족 회사가 95억원 짜리 빌딩을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잘나가는 유튜버 수입이 톱스타 연예인 못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 탓에 대한민국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튜브 열풍’에 휩싸였다. 2018년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는 초등학생 장래 희망 순위 5위다. 은퇴하거나 직장을 그만둔 후 유튜버로 전직하는 사람들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누구나 대중과 소통하며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장점이다.

유튜브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한켠에 짙은 그늘이 있다. 이른바 ‘하꼬’ 유튜버가 대표적이다.

‘하꼬(はこ)’는 판잣집을 속되게 이른 ‘하꼬방’에서 유래했다. 규모가 매우 작은 유튜브 채널이나 크리에이터를 가리킨다.

조작은 크리에이터로 첫발을 내딛는 ‘하꼬’ 유튜버를 유혹한다. /IT조선 DB
‘하꼬’ 유튜버 불안한 심리 파고드는 조작

‘하꼬’ 유튜버는 열심히 만든 동영상이 소리소문없이 묻히는 현상 앞에 좌절한다. 영향력이 큰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소규모 유튜버 동영상까지 굳이 챙겨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유튜브라고 하지만 정작 진입 장벽이 너무 높은 공간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하꼬’ 유튜버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불안감이 싹을 튼다.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지속해서 만들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떡상(급격히 상승한다는 뜻의 신조어)’한다는 조언이 귀에 들릴 리 없다. 이들이 어뷰징 유혹에 넘어간다.

‘유튜브 조회 수 구매’를 검색하기만 해도 다수의 업체를 찾아볼 수 있다. / 구글 갈무리
어뷰징(Abusing)은 남용, 오용, 학대 등을 뜻하는 어뷰즈(Abuse)에서 파생된 단어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환경에서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각종 지표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인하는 낚시 기사가 대표적인 어뷰징 사례다. 이 어뷰징이 유튜브에서도 이뤄진다. 영상 조회 수, 좋아요·공유, 채널 구독자 수치를 억지로 늘리는 행위가 새로운 문제로 부각됐다.

유튜브 조회수나 구독자 수는 흔히 채널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어뷰징을 거친 채널이 늘면 유익한 콘텐츠와 조작 콘텐츠의 구분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하꼬’ 유튜버가 설 곳이 더욱 없어져 양극화가 가속화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뷰징을 필수로 여기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어뷰징 업체는 유튜브 측이 부정 행위로 인식해 조회수를 줄이면 이를 ‘리필’해 준다거나 조회수 천개당 최대 50분의 시청 시간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말로 유튜버를 유혹한다. 하지만 50분, 즉 3000초를 조회수로 나누면 평균 시청 시간은 최대 3초에 불과하므로 큰 의미가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뷰징은 유튜브 생태계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며 "극단적 예로, 조회수는 100만회인데 평균 시청시간이 3초에 불과하다면 과연 이를 정상적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평균 시청시간같은 지표까지 챙기는 시청자나 언론은 없다"며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한 뒤 어뷰징 서비스를 이용해 콘텐츠 도달 수를 조작할 수도 있다는 의심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회 수 1000회에 최대 50분 시청 시간을 보장한다는 광고, 계산해보면 평균 시청시간은 최대 3초에 불과하다. /조회수 구매 업체 광고 페이지 갈무리
베일에 싸인 규제 알고리즘…소문만 무성

이를 이유로 유튜브도 어뷰징을 서비스 이용약관 위반으로 규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검색 결과에 조회수 조작을 일삼는 업체가 수백 곳이나 검색된다.

구글에 몇몇 키워드를 검색만 해도 어뷰징 관련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엄연한 사업자다. 사업자등록번호까지 내걸었다. 유튜브와 각종 소셜 미디어 수치를 파는 한 업체는 홈페이지에 ‘총 작업 건수가 545만회 이상이고 회원 수는 15만여명에 달한다’는 광고를 내걸고 하꼬 유튜버를 유혹한다.

과거에는 이들이 매크로나 봇을 이용해 조회 수·구독자 수를 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실제 존재하는 해외 소재 계정을 이런 과정에 동원한다. 그러면서 ‘안전한 방법’이라고 광고한다. 구글이 자체적으로 어뷰징을 감시하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에 이미 조작이 만연하며, 초기에 조작해 성공한 채널을 제대로 제재한 적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위적인 조회수 조작은 유튜브 플랫폼에 직접 끼치는 악영향을 준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유튜버 경쟁심리를 부추기거나 유튜브의 높은 위상을 보여줄 수 있어 유튜브가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은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유튜브 측은 구체적인 제재 방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IT조선이 유튜브 측에 문의한 결과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이용 약관 내용을 확인하라고 답변했다. 또 독자적인 시스템과 직원 감시, 시청자 신고 등을 통해 조작을 잡아낸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관계자는 어뷰징 서비스에 법적 대응을 고려하느냐는 질문과 계정 고유의 점수를 매기는 알고리즘이 실존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로 응했다. 또 일련의 시스템으로 부정행위를 몇 퍼센트 정도 잡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업계는 유튜브가 계정마다 고유의 점수를 매겨 조작 정황이 드러나면 노출 빈도를 줄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어뷰징한 계정 성장이 어렵도록 만드는 셈이다.

하지만 채널을 성장시키기 위해 돈주고 각종 지표를 사는 행위가 엄연히 성행한다. 유튜브의 어뷰징 차단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조작을 반복하면 ‘계정 정지’처럼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업체 서비스의 모습, 구독자 수 등 지표를 늘리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오시영 기자
"어뷰징은 어리적은 행동…검은 유혹 떨쳐야 "

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유튜브 채널과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조작이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인식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뷰징을 통해 당장 조회수를 얻을 수 있지만 추후 받을 불이익으로 인해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인식 확산이다.

영상 조회 수에 비해 영상 시청시간이 너무 짧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단순히 해당 영상 내에 알찬 내용이 없어서 벌어진 현상일 수도 있지만 평균 시청시간이 과도하게 짧게 나온다면 조작 증거로 삼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시청자 수가 구독자 수에 턱없이 부족한 채널이 있다면 조작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유튜브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어뷰징을 판단하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뷰징으로 분류되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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