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은 컴퓨터 등 인공적인 기술로 만든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다. VR은 사용자의 감각을 자극해 공간적, 시간적 체험을 제공한다. 이때 이용자는 단순히 ‘관람객’이 아니라 가상현실 내부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한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먼 미래의 기술처럼 느끼던 VR은 어느새 실생활 가까이 왔다. 많은 사람이 PSVR이나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같은 VR기기를 구매해 ‘비트세이버’ 같은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이제 자연스럽다. 하지만 정작 VR을 활용해 게임 말고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는 선뜻 떠올리기는 어렵다.

헬스케어가 새로운 VR 분야로 떠올랐다. 잇따라 가치를 입증했다. 그 활용도에 따라 VR 헬스 케어 시장이 VR게임의 뒤를 이을 수도 있다.

출산 고통 줄이는 VR…진통제 사용 줄일 수 있어

임산부가 VR헤드셋을 착용한 모습. /미국 산부인과학 저널 홈페이지 갈무리
임산부가 VR헤드셋을 착용한 모습. /미국 산부인과학 저널 홈페이지 갈무리
출산의 고통은 흔히 신체가 불에 타거나 절단되는 고통과 비교할 정도로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VR 기술이 산모의 불안과 고통을 줄이는 것을 돕는다. 미국 산부인과학 저널(AJOG)은 1월 게시한 보고서에서 "VR 기술을 의료 절차에 사용하면, 고통과 불안을 치료하는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통증 수치가 객관적으로 줄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용 환자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는데 출산 과정에서 VR기기 사용 환자의 77%가 VR기술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33%는 진통이 심해지기 전에도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환자의 77%가 만약 또 아이를 낳는다면 VR기술의 도움을 받겠다고 답했다.

VR로 산모의 고통을 줄인다면 그만큼 진통제 등 약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자는 보고서에서 "여성이 더 나은 출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VR이 도와준다"고 결론지었다.

의사, 호스피스 등 직업 훈련에도 쓰임새

VR기술은 의료 관련 직업 훈련에도 도움을 준다. VR 전문 매체 로드투브이알에 따르면 UCLA 의과대학에서 수술을 훈련할 때 VR 기술을 활용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명의 참가자를 무작위로 10명으로 구성된 두 그룹으로 배정했다. 한 그룹은 VR 헤드셋과 모션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오소 VR’이라는 소프트웨어로 훈련했다. 다른 그룹은 수술 기술 가이드 기반의 기존 방식으로 훈련했다.

훈련 결과, VR 기술을 활용한 그룹이 모든 수술 절차에 걸쳐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 VR 그룹은 기존 방식 훈련 그룹보다 130%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38% 더 정확하게 수술했다. 속도도 20% 빨랐다.

VR기기로 수술을 훈련하는 모습. /오소 VR 제공
VR기기로 수술을 훈련하는 모습. /오소 VR 제공
말기 암환자를 비롯해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을 간호하는 호스피스를 훈련할 때도 VR 기술을 활용한다. 호스피스 매체 호스피스 뉴스'클레이 랩'이라는 이름의 3부작 VR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용자는 난치성 폐암 4기 환자 66세의 ‘클레이 씨’ 역할을 맡는다. 클레이는 말기 진단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호스피스 간호를 받을지 고민한다. 이후 이용자들은 병마와 싸우던 그가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 과정을 체험한다.

체험 중 이용자는 손을 움직이거나 질문에 응하는 등 가상현실 내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는 이야기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가상현실 내 의사, 호스피스 직원, 가족의 반응이 달라진다.

VR 기술은 호스피스가 환자 입장이 되어보면서, 환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연세대 재활학교 학생 VR 인지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한컴지엠디 제공
연세대 재활학교 학생 VR 인지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한컴지엠디 제공
특수학교 학생 인지 능력 훈련 돕는 VR

지체 장애 특수학교에서도 인지 훈련을 위해 VR 기술을 활용한다. 한컴그룹 계열사인 한컴지엠디는 5일 연세대 재활학교와 협업해 특수학교 최초로 VR기술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사용하는 ‘한컴 말랑말랑 VR’은 인지훈련 및 치매 예방을 위한 VR 콘텐츠다. 개발을 위해 서울대, 가천대, 연세대, 건국대 등 대학의료기관 전문의와 협력했다.

이를 활용하면 VR 적응 훈련, 인지훈련, 일상생활 훈련을 목적으로, 주의집중, 기억력, 반사신경반응, 시지각, 판단력을 향상할 수 있다.

한컴지엠디 관계자는 "‘한컴 말랑말랑 VR’은 시니어 헬스케어 영역을 넘어 특수교육 분야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전국 177개 특수학교 학생들도 VR 기술을 활용한 효과적인 인지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