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서비스’ 전성시대…‘애플TV+’로 요금경쟁 촉발
탄탄한 가입자 넷플릭스, 막강한 콘텐츠재산 디즈니 포진
예산 6배 늘려 독자 콘텐츠 확보하는 애플…차별화가 관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훌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왓챠…바야흐로 ‘OTT(Over The Top) 서비스’ 전성시대다. 이미 다수의 거대 콘텐츠 기업이 이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여기서 ‘Top’은 셋톱박스와 같은 단말기다. 이를 넘어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바로 OTT다.

OTT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시청하는 행태 자체를 바꿨다. 이른바 ‘’코드 커팅’(Code Cutting)’이라는 현상을 몰고 왔다. 코드 커팅은 시청자가 전통적 유료 케이블 방송을 끊고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를 구독하는 현상을 이르는 단어다. 2018년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규모가 글로벌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을 처음 넘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넷플릭스·훌루·아마존 등 OTT 서비스 구독자의 수는 2018년 6억1330만명으로 전년 대비 37% 늘었다. 케이블TV 가입자 수 5억5600만명보다 많은 수치다. 미국보다 케이블TV 가격이 훨씬 저렴한 한국에서도 각종 OTT가 위용을 떨친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OTT 시장에 애플이 뛰어든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각) ‘애플 스페셜 이벤트 2019’ 행사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TV 플러스’를 11월 1일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같은날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도 선보이면서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로고. /각 사 제공, 애플 공식 유튜브 갈무리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로고. /각 사 제공, 애플 공식 유튜브 갈무리
애플TV 플러스 구독료는 월 4.99달러(6000원)다. 애플은 구독자에게 가족 계정을 지급한다. 가입자 포함 최대 가족 6명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시청은 물론 오프라인 다운로드 시청도 지원한다.

가격 면에서는 경쟁사인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보다 저렴하다. 넷플릭스의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월 12.99달러(15000원)다. 디즈니플러스는 11월 12일 월 6.99달러(8300원)에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이 후발주자로서 가격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애플 TV플러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경우 디즈니는 물론 넷플릭스도 가격을 인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OTT시장에서 가격은 어디까지나 부가 옵션이다. 시청자들은 케이블TV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다수의 콘텐츠를 확보한 넷플릭스에 이미 익숙하다. ‘기묘한 이야기’ 같은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가 다수 포진했다.

넷플릭스는 사실상 OTT 시장의 기준을 만든다. 실제로 ‘빈지 워칭’ 같은 용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정도다. 이는 폭식·폭음을 뜻하는 ‘Binge’와 ‘Watching’을 합친 말로, 시리즈 전 회차를 한 번에 공개하는 넷플릭스로 인해 자리 잡은 시청 문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는 인기에 힘입어 홍대에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류은주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는 인기에 힘입어 홍대에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류은주 기자
디즈니 플러스는 비록 후발주자지만 기반이 탄탄하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마블은 물론, 스타워즈, 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 화려한 IP 라인업을 확보했다. 심슨가족 전 시즌도 선보인다. 각 IP의 팬을 디즈니 플러스로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전략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캐릭터를 활용한 TV 시리즈가 디즈니 플러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미 넷플릭스 등에서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드라마를 선보였지만, MCU와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디즈니 플러스는 다르다. 톰 히들스턴, 엘리자베스 올슨이 각각 출연하는 로키, 스칼렛 위치 TV 시리즈 제작에 들어갔다. MCU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디즈니는 미국 2위 OTT서비스 훌루의 경영권도 손에 쥐었다. 훌루는 2019년 4월 기준으로 약 28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R등급 콘텐츠는 제공하지 않으므로, 해당 콘텐츠를 훌루가 대신 제공한다. ‘데드풀’이 대표적 예다. 훌루와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묶어 할인하는 행사도 충분히 진행해 가격 경쟁력을 올리는 전략이 등장할 수도 있다. 스포츠 채널 ESPN도 디즈니 계열사다. ESPN+를 제공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인기 캐릭터 ‘로키’의 모습. /‘토르: 라그나로크’ 갈무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인기 캐릭터 ‘로키’의 모습. /‘토르: 라그나로크’ 갈무리
애플TV 플러스의 주요 전략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Mac) 등 세계인이 사용하는 애플 장치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신형 애플 제품 사는 고객에게 애플TV 플러스 1년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삼성·LG·소니의 스마트TV에서도 애플TV 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 디바이스를 사용한다고 애플TV플러스를 이용할 이유는 없다. 이미 시청자들은 넷플릭스를 사용 기기에 관계없이 이용한다.

업계는 결국 애플TV 플러스의 성공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 수급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애플은 콘텐츠 수급에 열을 올린다. 소니픽처스 등 기업에서 임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애플TV 플러스는 출시 시점에 총 9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제니퍼 위더스푼, 스티브 카렐이 주연을 맡은 정치 드라마 ‘더모닝쇼(The Morning Show)’가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 1회 제작비는 HBO의 유명 드라마 8시즌 기준으로 회당 1500만달러(179억원)였던 '왕좌의 게임'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아쿠아맨’으로 이름을 알린 제이슨 모모아와 알프레 우다드가 주연을 맡은 ‘씨(See)’도 있다.

'더모닝쇼’의 주연, 제니퍼 위더스푼의 모습. /애플TV 공식 유튜브 갈무리
'더모닝쇼’의 주연, 제니퍼 위더스푼의 모습. /애플TV 공식 유튜브 갈무리
예산도 폭발적으로 늘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월 19일(현지시간) 관계자의 입을 빌려 당초 10억달러(1조1900억원) 수준이었던 '애플TV+'의 예산이 약 다섯 달 만에 60억달러(약 7조1600억원)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애플TV 플러스는 애플 기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서비스라는 의견보다 넷플릭스 등 거대 콘텐츠 기업과 겨루기 위한 서비스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애플TV 플러스가 OTT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다소 저렴한 가격만으로 부족하다. 구독 모델 특성상 비슷한 서비스를 여러 개 구독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애플TV 플러스가 다른 플랫폼과는 차별되는 애플TV 플러스만의 매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