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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아미파, 무당파, 당문, 운기조식, 대협…무협 세계관을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익숙한 말들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라고 하면 대부분 기사와 오크가 등장하는 ‘서양 판타지’ 세계관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무협 게임 마니아는 마땅히 플레이할 게임을 찾기 힘들었다.

최근 이러한 무협 게임 마니아의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콘텐츠가 등장했다. 바로 네시삼십삼분이 9월 선보인 ‘검협, 그리고 전설’이다. 이 게임은 중국 개발사 시산쥐(西山居)가 개발해 2018년 7월부터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검협세계2’를 한국어화 해 선보인 것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원화나 음악 등을 제외하면 중국게임이 한국게임 못지않은 수준까지 따라왔다는 평가를 흔히 들을 수 있다. 무협의 본고장(?) 중국은 MMORPG로 무협 세계관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 ‘검협’을 플레이하게 됐다.

'검협, 그리고 전설’ 초반 플레이 영상. /오시영 기자

대사 대부분 한국어 음성 더빙해 무협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도와
임무 진행 중 컷신 자주 배치하고, 임무 내용도 다채로워

무협 세계관을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검협’을 반갑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저주받은 검 ‘담로검’의 행방을 둘러싼 짜임새 있는 무협 이야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검협의 대략적인 배경 이야기는 이렇다. 춘추시대 오나라에 복수하려던 ‘월왕’은 3년간 노력해 전설의 검 ‘담로검’을 제작했다. 월왕은 담로검으로 오나라 백성을 학살했으나, 검에게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담로검에 심신을 빼앗긴다. 이후 담로검은 저주받은 검이라 불리며 이리저리 떠돌다가 강호의 외딴 마을 ‘도향촌’에 봉인된다.
그러던 중 소흥 18년(1148년) 악당 ‘나란잠영’이 돌연 나타나 도향촌 주민을 학살하고 ‘담로검’을 빼앗는다. 이에 무림 맹주 ‘독고검’은 여섯 문파에 담로검의 행방을 찾을 것을 의뢰하고, 각 문파 최고의 제자(이용자)가 나선다.

. /네시삼십삼분 제공
. /네시삼십삼분 제공
검협을 한국에 서비스하는 네시삼십삼분은 한국 이용자도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임무에 나오는 NPC 대사를 전부 한국어 음성으로 더빙했다. 핵심 인물은 물론, 찻집 점소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NPC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동안 대부분의 대사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몰입감을 크게 높이는 요소다.

다만 모바일 플랫폼 특성상 한자리에 앉아 게임에만 몰두해 즐기는 이용자의 수가 여타 플랫폼에 비해 적어 이러한 장점이 다소 무색하다. 이에 더해 오직 캐릭터의 성장만 보고 ‘달리는’ 이용자의 경우 스토리를 대부분 생략하며 지나갈 가능성이 높아 효과가 반감된다.

검협은 캐릭터 레벨을 올리는 구간을 선형적으로 구성했다. 이용자는 캐릭터 생성 이후 임무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접한다. 게임 도입부에는 최근 중국 게임이 그렇듯 화려한 연출을 만날 수 있다. 패키지 게임에서 흔히 쓰는 퀵타임이벤트(QTE) 연출도 있다.

QTE 연출은 이후 본격적인 게임 진행에서는 찾아볼 수는 없지만, 대신 임무 진행 중 컷신을 자주 배치해 게임의 지루함은 줄이고, 몰입도는 높였다. 퀘스트 내용도 단지 몬스터나 적을 일정 숫자 잡아오는 ‘숙제’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차를 우린다거나, 대화를 엿듣거나 하면서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레벨을 올리는 과정에서 접하는 이야기는 한 번 즐기면 재미가 반감되는 ‘일회성 콘텐츠’에 가까운데도 상당히 공들여 만들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 하다. 네시삼십삼분 관계자는 "검협의 이야기는 이후 콘텐츠 추가를 통해 꾸준히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플레이 극초반, 흑막 ‘나란잠영’과 싸우는 장면에서 나오는 QTE 연출. /오시영 기자
플레이 극초반, 흑막 ‘나란잠영’과 싸우는 장면에서 나오는 QTE 연출. /오시영 기자
‘무협하면 역시 경공술’ 지붕에 뛰어오르고, 독수리에 탑승하고
부채, 가야금, 검…개성 있는 여섯 문파 직업 마련해

검협은 게임 내에서도 무협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것이 경공이다. 캐릭터는 몇 초간 뛰면 조금 더 빨리 뛰어 경공술로 달린다. 이에 더해 비전투 모드에서 도약 버튼을 누르면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 도약은 4회 충전되며, 도약한 뒤 이어 도약할 수 있다. 높은 지역에 착지하거나 벽이나 건물을 넘어 다니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도약한 상태에서 독수리를 부르고, 탑승해 날아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임무 자동 진행 모드에서는 말을 타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원한다면 중간중간 직접 조작해 조금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거나 경치를 즐기며 도약·활강할 수 있다. 시원한 도약과 경공으로 서양 판타지와는 다른 무협만의 매력을 잘 구현했다. 다만, 도약이나 독수리 탑승 중에도 임무 길 안내를 표시해준다면 더 실용성이 높은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 도약하거나 독수리를 타고 날며 강호를 활보할 수 있다. 다만, 이 기능 사용 중에는 길 안내를 받을 수 없다. /오시영 기자.
직접 도약하거나 독수리를 타고 날며 강호를 활보할 수 있다. 다만, 이 기능 사용 중에는 길 안내를 받을 수 없다. /오시영 기자.
사용하는 무기도 독특하다. 검협에서 이용자는 6개의 문파(직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흔히 무협지에서 ‘무림맹 구파일방(九派一幇)’에 속하는 ‘아미(峨嵋)’와 무당(武當)은 각각 가야금과, 검·부적을 사용한다. 아미는 ‘회복·버프’에, 무당은 ‘군중 제어(crowd control)에 능하다.

사파에 속하는 ‘당문(唐門)’은 무협 소설에서는 ‘독·암기’에 능하다고 묘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검협에서는 쇠뇌·기관포 등 비교적 현대적(?) 무기로 원거리 공격을 퍼붓는 문파다. 이외에도 창과 방패로 아군을 수호하는데 능한 ‘천왕’ 쌍검을 활용해 공격하는 ‘천인’, 부채를 휘두르며 분신을 만드는데 능한 ‘단가’가 있다.

아미파는 가야금으로 음공(音功)을 펼친다. /오시영 기자
아미파는 가야금으로 음공(音功)을 펼친다. /오시영 기자
스킬 당 특성 3개 씩…다채로운 경우의 수로 이용자 선택의 폭 넓혀

문파 설명만 보면, 탱커, 힐러, 딜러로 정확히 구분해 서로의 영역을 넘기 힘들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독특한 스킬 시스템 덕분이다.

각 문파당 7개의 스킬이 존재한다. 각 스킬은 하나 당 3개의 특성 스킬로 나뉘므로, 이용자는 실제로 21개의 스킬을 접하게 된다. 스킬은 특성에 따라 공격 범위·대상·피해량 등은 물론 소모 자원 등 플레이 메카니즘도 변할 수 있으므로 고민해 배치해야 한다.

이를테면 아미파 캐릭터는 7개의 스킬 중 1개(21개 중 3개)가 회복에 관한 스킬이다. 이를 스킬 창에 배치하면, 가하는 모든 피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대신 그만큼 파티원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스킬만 빼면 딜러처럼 공격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미파는 치유 스킬을 선택해 치유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치유, 피해, 폭발, 제어 면역 등 다양한 효과의 스킬을 마련했다. /오시영 기자
아미파는 치유 스킬을 선택해 치유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치유, 피해, 폭발, 제어 면역 등 다양한 효과의 스킬을 마련했다. /오시영 기자
진시황릉, 백호당…‘가문’ 중심 대규모 플레이 지원
MMORPG 장르 뛰어넘은 콘텐츠 마련…협동, 경쟁, 배틀로얄까지

이용자 간 커뮤니티 형성 기능은 MMORPG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검협은 ‘가문’이 이 기능을 한다. ‘가문연회’, ‘진시황릉’, ‘백호당’, ‘필드보스’ 게임 내 많은 콘텐츠를 가문원과 함께할 수 있다.

‘진시황릉’은 가문 단위로 최대 80명의 가문원이 동시에 입장해 여섯 장군과 진시황을 공략하는 대규모 던전이다. ‘백호당’은 PVE와 PVP를 절묘하게 섞은 가문 간 경쟁 콘텐츠다. ‘백호당’은 가문 4개까지 동시에 참여해 최종 보스를 공략하며 가문끼리 서로 견제하는 콘텐츠다.

다만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는 가문 중심 대규모 콘텐츠를 강조한 게임치고는 홍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가문에 가입하려는 초보 이용자를 받아주는 가문의 수가 현저히 부족했다.

이용자 중 일부는 게임의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코삐나’ 유튜브 갈무리
이용자 중 일부는 게임의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코삐나’ 유튜브 갈무리
이에 대해 네시삼십삼분 관계자는 "현재로선 다소 마케팅이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비스 안정화 등 이슈를 해결하면 본격적으로 게임 홍보에 더 힘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검협은 이용자 간 대결 콘텐츠도 다채롭게 마련했다. ‘무림대전’이 대표적이다. 3:3으로 실력을 겨루는 시즌제 콘텐츠다. 전투는 무조건 수동으로 진행한다. ‘맞추고 피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식 전투보다는 스킬 연계와 군중 제어기가 중요한 ‘도타식 전투에 가깝다.

선택한 스킬 조합과 해당 스킬 조합으로 치른 20번의 전투 정보를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는 이를 참고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무림대전은 시즌제 3:3 PVP 콘텐츠로, 최근 전투 전적도 확인할 수 있다. /오시영 기자
무림대전은 시즌제 3:3 PVP 콘텐츠로, 최근 전투 전적도 확인할 수 있다. /오시영 기자
이에 더해 금이 든 수레를 두고 겨루는 ‘금탄쟁투’, 15:15으로 거점을 점령하고 돌발 임무를 수행하며 적 진영 보스를 처치해 승자를 가리는 ‘양북연무’, 8명이 동시에 서로를 상대하는 프리포올(Free For All) 난투 ‘욕화쟁봉’ 최대 1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배틀로얄 ‘혈사’등 MMORPG 장르를 뛰어넘는 콘텐츠도 마련했다.

협동 콘텐츠로는 메인 이야기가 이어지는 인스턴스 던전 ‘구주행’, ‘행허경’, ‘형도서’, ‘매골의 굴’ 등이 있다. 이 중 형도서, 매골의 굴은 최대 15명이 동시에 즐기는 대규모 던전으로, 전리품을 파티원끼리 경매해 나눈다.

이벤트 탭에서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일정 레벨 달성 전에는 콘텐츠가 아예 보이지 않아 다소 불편하다. /오시영 기자
이벤트 탭에서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일정 레벨 달성 전에는 콘텐츠가 아예 보이지 않아 다소 불편하다. /오시영 기자
검협, 짜임새 있는 무협 이야기와 다채로운 콘텐츠를 담은 게임
눈싸움, 숨바꼭질 등 가벼운 이벤트 콘텐츠 선보일 예정

검협은 전체적으로 무협 세계관을 기반으로 담로검을 찾아 나선 협객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낸 게임이다. 무협 세계관을 좋아하고, 게임의 이야기를 즐기는 이용자라면 레벨업을 하는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7월 중국에서 선보인 이후로 서비스를 지속해 다채로운 콘텐츠도 쌓였다. 다만 쌓인 콘텐츠가 무엇이 있는지, 언제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를 게임 내에서 더 자세히 알려준다면 초보 유저 진입장벽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배틀로얄 콘텐츠 ‘혈사’의 경우 게임 내에서는 레벨 몇부터 즐길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각종 순위도 마련해 이용자 간 경쟁 심리를 유도한다. /오시영 기자
각종 순위도 마련해 이용자 간 경쟁 심리를 유도한다. /오시영 기자
폰트 등에서 사소한 아쉬움이 보이긴 해도 전체적으로 갖출 것은 ‘다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이나 염색 시스템 기능은 물론 게임 배경이 밤·낮에 따라 바뀌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네시삼십삼분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 검협은 숨바꼭질, 눈싸움 등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독창적인 이벤트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한웅 네시삼십삼분 사업실장은 게임 이용자에게 감사를 전하며 "검협은 다양한 콘텐츠의 재미와 무협의 감성을 잘 녹여낸 모바일 MMORPG로, 앞으로도 독창적인 이벤트와 검협의 재미를 살리는 업데이트를 꾸준히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