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스토리 작가, 그래픽·원화 아티스트,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등…이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업계 관계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김정현 스코넥엔터테인먼트 팀장, PD 겸 출연자 슈블 인터뷰
버추얼 유튜버 초이, 사람 대신 가상세계의 캐릭터가 콘텐츠 진행
‘유니티 엔진’으로 가상세계 그래픽 구현…초이, 당근, 머핀 등
생방송에 강한 초이, 꾸준한 노력으로 만능 엔터테이너로 거듭나
팀원 5명이 전부 일과 일상을 떼어놓지 않는 진짜 ‘오타쿠’
"궁극적인 목표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가상 세계 구현"
‘버추얼 유튜버’, 가상의 영상 창작자다. 아직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라 이름만 들어서는 선뜻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현실세계의 사람을 대신해 가상세계의 캐릭터가 영상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경우, 이를 버추얼 유튜버라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키즈나 아이’, ‘카구야 루나’ 등 버추얼 유튜버가 활발히 활약한다. 지상파 방송·광고는 물론,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기업 홍보물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18년 12월에는 일본정부관광국 뉴욕사무소가 '키즈나 아이'를 일본관광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김정현 팀장은"버추얼 유튜버는 가상세계의 캐릭터로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람과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VR 기술의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며 "초이는 한국 기업 중에서 최초로 3D 버추얼 유튜버를 시도한 사례다"라고 소개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 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초이가 직접 건네는 인사말을 들어보자.
IT조선과 독자에게 건네는 초이의 인사말. /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표적인 기술은 아이폰의 AR 키트 기능이다. 이는 현실세계의 ‘초이’를 인식해 그대로 가상세계로 옮기는 기술이다. 현실의 초이가 눈을 깜빡이거나, 입 모양을 포함한 표정을 바꾸면 이를 그대로 영상에서 가상세계의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눈이 별처럼 반짝이거나, 도끼눈을 뜨는 표정은 특수 패드의 버튼을 눌러 마치 ‘이모티콘’처럼 구현한다.
가상세계의 그래픽은 ‘유니티 엔진’으로 구성한다. 공기 저항 등 물리 엔진으로 치마가 자연스럽게 살랑이는 등의 효과를 줄 수 있다. 툰셰이더를 통해 3D 캐릭터인 초이가 2D 캐릭터처럼 보이도록 렌더링한다. 최근 애니메이션 경향에 맞춰 외곽선 두께를 줄이기도 했다. 피아노, 당근, 머핀 등 크고 작은 가상세계의 사물도 구현한다.
김 팀장은 초이의 기술적 강점이 ‘가성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키즈나 아이 같은 유명 유튜버는 비싼 장비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는데, 우리는 훨씬 저렴한 ‘바이브 트래커’ 센서를 활용한다"며 "소규모 인력(5명)과 적은 개발 비용으로 초이를 선보였던 경험 덕에 각종 버추얼 유튜버 지원 사업에도 참여해 노하우를 나누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이 채널을 처음 시작할 때는 하루에 영상 한 개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였다"며 "마치 많은 낚싯대를 드리우면, 그만큼 입질이 많이 오는 것 같아 초기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이 채널 PD 겸 출연자인 ‘슈블’은 "기획 영상 위주의 다른 버추얼 유튜버보다 생방송에 강한 것이 초이 님의 차별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초이는 매주 금요일 7시 정규 생방송 시간마다 약 2시간 정도 생방송을 기본적으로 진행한다. 최근에는 초이가 시청자를 위해 5, 6시간까지 생방송을 진행하거나, 사전 공지 없이 게릴라 방송을 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기술적으로도 생방송을 지원한다 김 팀장은 "도네이션(기부)을 받으면 금액에 따라 가상세계의 머핀, 곰인형, 금색 하트가 쏟아지는 기술을 구현했다"며 "이 덕에 기부금을 내는 시청자가 시각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방송 아이템으로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슈블은 "방송을 하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 "초이와 모든 팀원이 방송을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초이 채널의 주요 시청자층은 20대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장 흐름에 따라 시청자층이 바뀌는 경우도 많아 유동적으로 대처한다.
김 팀장은 "방학 기간에 갑자기 초등학생 시청자가 몰려 ‘아기상어’ 같은 저연령층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며 "시장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콘텐츠를 기획·제작·적용하는 것을 한 팀에서 전부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물론 이후에 영입한 팀원도 모두 스트리밍·버추얼 유튜버 문화를 일상과 구분 짓지 않고 즐기는 진짜 ‘오타쿠’다. 이 덕에 시장에서 ‘잘 나가는’ 콘텐츠를 누구보다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누구나 기획에 참여한다. 주인공 초이도 콘텐츠 제작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초이는 2019년 11월 6일 방송 시작 1주년을 맞는다. 슈블은 "아직 자세한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1주년을 맞아 팬을 위한 소통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며 "최근 인기 있는 ‘초일’ 콘텐츠 등 초이의 색다른 매력은 물론, 팀원의 매력도 발굴해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타 유튜버와의 협업 같은 콘텐츠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에 따르면 실제로 일본의 경우 ‘버추얼 캐스트’라는 가상현실 VR 플랫폼에서 버추얼 유튜버가 합동방송을 하고 방문자는 유료 입장권을 구입해 이를 보기도 한다.
스코넥은 이를 한국에서도 현실화하기 위해 누구나 경기도콘텐츠진흥원과 손잡고 버추얼 유튜버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버추얼유튜버 지망생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모션캡처 기술을 전수하고 장비도 지원한다. 각종 기업, MCN 등을 대상으로 B2B 사업도 벌인다.
김 팀장과 슈블은 앞으로의 각오도 전했다. 김 팀장은 "시청자와 초이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공급하겠다"며 "내년쯤에는 초이 콘텐츠로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슈블은 "초이님을 도와 풍족한, 재미있는 볼거리 많은 콘텐츠, 생방송까지 열심히 만들겠다"며 "자라나는 새싹 버추얼 유튜버를 초이님이 대선배처럼 이끌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청자분들이 초이님을 앞으로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악플을 삼가고 예쁜 이야기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