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제도 확대적용을 앞두고도 스타트업 절반 이상이 대비를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빠른 성과를 내야 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굳이 직원 근태관리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 52시간 제도가 스타트업 업계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점에서는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혼란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2일 오전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사무실에서 국내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를 발표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2일 스타트업 트렌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패널 간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IT조선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2일 스타트업 트렌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패널 간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IT조선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014년부터 매년 오픈서베이와 함께 동일한 질문에 창업자와 재직자 등의 답변 변화를 분석한 스타트업 트렌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주 52시간 근무제 관련 질문이 추가됐다.

스타트업 업계의 최근 관심사는 주 52시간 제도다. 내년부터 스타트업도 주 52시간 제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설문조사 결과 2020년도부터 새로 법 적용대상이 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재직 중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18%로 나타났다.

다만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는 시점은 2021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인력을 갖춘 회사에 다닌다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책을 마련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스타트업 대표 대상 설문조사 결과 57.1%가 주 52시간제에 대비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응답자 중 75.8%가 회사 내에 근태관리 시스템을 별도로 두고 있지도 않다고 답했다. 내년부터 주 52시간 제도가 스타트업 업계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스타트업 문화와 주 52시간 제도, 잘 안 들어 맞는다"

업계에서는 주 52시간 제도로 스타트업 업무 환경을 규제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빠르게 성과를 내고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특성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은 이미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사내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제도로 근무시간을 강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스타트업은 직원 스스로 업무에 효율적인 환경과 조건을 선택해서 일하도록 한다. 일주일 중 하루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출퇴근 시간 자체를 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중고시장 앱을 운영하는 당근마켓은 매주 목요일을 재택근무를 하는 날로 정했다.

자체적으로 주 52시간 이하 근무제도를 만들어 운영 중인 회사도 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주 52시간 제도 도입 이전인 2015년부터 이미 주 37.5시간 근무제를 자체적으로 운영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직원수만 2000명 이상으로, 현재 주 52시간 제도적용 대상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은 총 근무시간을 어떻게 맞출지를 고민하기보단 구성원들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해야 성과를 더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며 "그러다보니 근태관리 보다는 구성원을 위한 복지와 근무환경 개선에 더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문화와 성과보상 방식, 근무환경이 기존 제도와 딱 들어맞지는 않아, 현재로서는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스타트업 생태계가 근로자 성과를 제대로 보상할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빠른 성장과 성과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성원들에게 과도한 업무량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스타트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주 52시간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다. 부정적으로 답한 이들은 15.6%에 그쳤다.

최 대표는 "일부 스타트업 재직자 중에는 성과 보상은 커녕 야근해도 수당도 못 받다가 회사가 망해서 경제적 부담까지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근로시간 유연성을 보장하되, 직원 성과 보상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