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아트 파이낸스 실패로 이끄는 이해상충…금융·예술계 상호 조율해야

  •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박사과정
    입력 2019.10.23 17:01

    아트 파이낸스의 정의는 ‘예술 시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자금 조달 행위’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의 아트 파이낸싱이 이뤄졌다. 하지만, 유독 한국 예술품 기반 자본조달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띤다.

    한국 아트펀드, 예술품 담보대출이라는 포장을 들춰보면, 그 속에는 ‘갤러리 및 경매 회사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는 목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갤러리 및 경매회사가 소장한 ‘팔리지 않는 악성 재고’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마저 나온다.

    한국 아트펀드에서 거래할 예술품을 선정하는 이는 대개 예술 전문가다. 이들의 작품 안목이 뛰어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앞서 칼럼에서 유명한 경매회사, 갤러리 등 예술 전문가의 선택이 꼭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예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 전문가의 선택이 곧 수익률로 이어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전문가’의 예상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 두번째는 ‘전문가’ 사이의 이해상충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매회사 소더비(Sotheby’s)는 2014년~2018년까지 예술품 반복매매에 대해 분석했다. 세계 대형 경매 회사에서 거래된 작품 중 이전 거래 기록이 있는 1만500여 건을 조사했다.

    분석결과, 소장 기간이 10년 이하인 경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다. 10년 넘게 작품을 소장한 경우에도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전체의 약 20%나 됐다.

    이는 세계 대형 경매회사의 경매에 오르내릴 정도로 전문성을 가진 소장자의 예술품이라고 해서 가격이 꼭 오르리라는 법이 없다는 증거다. 즉, 예술시장 전문가들이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뿐이 아닌 세계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 금융 전문가와 예술 전문가 사이 이해상충의 문제도 있다. 이는 앞서 전문가들의 비전문성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 아트 파이낸스의 사례로 이를 증명할 수 있다.

    2010년 전후 많은 저축은행이 파산했다. 파산 원인 중 하나로 예술품 담보대출이 거론됐다. 당시 저축은행은 아무 의심 없이 ‘작품 구매가’를 기준으로 예술품 담보대출을 진행했다. 하지만, 담보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더 이상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작품의 현재 가치가 작품 구매가 대비 크게 하락한 작품’도 많았다. 당시 기사를 살펴보면 서미갤러리와 미래저축은행 간의 이해상충이 이러한 문제를 증폭시켰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아트펀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표면적으로는 증권사가 운용을 맡고 미술품 선정은 갤러리가 담당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증권사가 투자자만 유치하고 작품 선택과 구매 등 실질 운용은 갤러리가 주도했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 문제는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심지어 몇몇 투자자는 원치 않는, 또는 더 이상 거래조차 되지 않는 작품을 투자금 대신 받는 경우까지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국 아트펀드는 ‘두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금융계에서 아직도 아트펀드는 금기시된다.

    성공적인 아트펀드의 대표주자로 ‘British Rail Pension Fund’가 거론된다. 이들은 이해관계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을 뒀다. 금융계와 예술계 사이 이해관계를 투명하게 조율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아트 파이낸스가 올바르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전 오명을 벗고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으려면 이처럼 관계자간 ‘이해상충 해소’가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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