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미 5G 조기 상용화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한걸음 앞섰을 뿐입니다. 이제는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최고 5G’를 강조했다.

./자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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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발언처럼 ‘통신 강국 코리아’는 이제 시작이다. 최초에서 최고로 도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 인프라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펼쳐야 한다. 민간이 밀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통신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생태계 기반이 되는 통신장비 분야가 중요하다.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두루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5G로 높아진 코리아 통신 경쟁력의 ‘격'을 이용할 적기다. 다국적 통신장비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장악에 나선다. 국내 중소벤처 통신장비 업계도국내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 물꼬를 튼다.

2020년 5G 낙수효과 본격화

코로나19라는 예상 밖의 장애물을 만났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2020년 5G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5G 상용화 일정을 앞당겼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락한 중국은 5G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섰다. 중국 이통3사는 2020년 5G 기지국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텔레콤은 올해 기지국 25만개 건설 시점을 3분기로 잡았다. 차이나모바일도 기지국 30만개 건설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내수 산업 보호 차원에서 화웨이와 ZTE 물량을 활용한다. 최근 중국 차이나모바일에 이어 차이나텔레콤도 장비 입찰 공고를 올렸다. ZTE의 협력사인 KMW는 최근 캐파(생산설비)를 늘리는 등의 대응에 나선다. 대만과 홍콩도 연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 활성화를 위해 ‘5G 투자 상반기 조기 집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기업들도 이에 응했다.

이통 3사에겐 조기 투자가 부담일 수 있지만, 중소 통신장비업계에겐 희소식이다. 중소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글로벌 비즈니스 미팅 기회가 많은 MWC 2020도 취소되고,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보고 있어서 업황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며 "해외는커녕 국내 영업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5G 조기 투자는 반가운 소식이다"고 말했다.

올 초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기로 한 유럽은 5G 주파수 경매 및 장비 공급 계약이 한창이다. 스위스, 영국, 스웨덴이 이미 5G 상용화를 했으며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은 2020년 5G 상용화 목표로 준비 중이다.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는 2월 기준 총 91건의 5G 상용화 계약을 체결하고, 60만기 이상의 5G 기지국을 출하했다.

이 밖에도 캐나다, 호주,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 곳곳에서 올해 5G를 상용화한다. 5G 상용화 물결과 함께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 중소 통신장비 업체는 낙수효과를 노린다.

미국과 일본에 장비공급을 하는 업체들도 호재를 만났다. 일본 4대 이동통신사는 5G 기지국 구축과 장비 도입 등에 5년간 3조엔(34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즈’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화웨이 배제 움직임으로 수혜를 입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주요 통신사업자는 물론 캐나다 유무선 통신사업자 미디오트론, 뉴질랜드 최대 통신사 스파크와 연이어 5G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장비기업들의 직간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BIS는 2020년 세계 5G 시장 규모를 378억달러(약 45조원)로 예상했다. 2년 뒤에는 4배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IHS마킷에 따르면 5G를 본격 상용화하는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세계 규모의 경제효과는 최대 12조3000억달러(약 1만5721조원)로 추정된다.

시장 개화를 노리는 통신 강소기업

무선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장비도 주목받는 시장이다. 이미 초고속인터넷이 곳곳에 깔린 한국과 달리 유럽 등에서는 오래된 건물이 많다보니 여전히 구리선 통신망이 깔린 곳이 많다.

5G 통신망에서는 데이터 전송량과 전송속도를 위해 광케이블이 필수적이다. 독일 등은 대대적으로 광케이블 투자를 확대 중이다.

최근 이용자가 급증한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도 통신망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산네트웍스, 쏠리드 등의 중소 장비 업체들이 유럽시장 진출을 노리는 이유다.

통신망 발달과 맞물려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중요성도 커진다. 5G와 IoT 시대 도래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휴대기기, 자동차, 스마트홈 및 기타 장치들을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가상화는 차세대 네트워크 산업으로 떠오른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네트워크 가상화 시장은 2014년 이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2020년 125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중소 보안 업체들도 시장의 개화와 퀀텀점프를 노린다.

광대역 인터넷 경쟁이 가속화되며, 위성 네트워크도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다. 저궤도 위성을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1만2000대의 위성을 쏘아올린 ‘스타링크’의 등장으로 저궤도 통신위성은 차세대 통신으로 주목받는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한 블루오리진도 위성 3200대를 띄우는 ‘프로젝트 카이퍼’를 추진 중이다. 저궤도 광대역 인터넷 분야에 경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국내서는 인텔리안테크가 위성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인텔리안테크는 2019년 12월부터 2024년까지 원웹과 공급계약을 맺었다. 원앱은 영국의 위성통신 스타트업으로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대 주주로 있다. 인텔리안테크는 세계 6개국 7개 도시에 해외법인과 지사를 설립해 위성통신 안테나 해외사업을 확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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