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두달 만에 만나 미래차 분야 협력의 밑그림을 그렸다. 재계 1·2위 그룹의 수장이 관심 분야에 대해 두 차례 의견을 교환한 만큼 가까운 시일 내 양사 간 빅딜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각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각사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기술 메카인 남양기술연구소에서 회동하고 현대차그룹 경영진과 미래차 및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이 부회장의 답방 차원으로 알려졌다. 두달 전에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전고체 배터리를 중심으로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삼성에서는 이 부회장과 김기남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았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과 서보신 현대·기아차 상품담당 사장, 박동일 연구개발기획조정담당 부사장 등이 맞이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양사 경영진은 이날 오전 연구개발현장을 둘러보고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를 시승했다. 삼성 경영진은 차세대 친환경차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robotics)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 관련 설명을 듣고 관심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차그룹 기술 메카인 남양연구소에서 성사된 두 총수의 회동으로 양사의 모빌리티 협력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사는 2018년 5월 전고체 배터리 생산개발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에 공동 투자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삼성이 현대차에 배터리를 직접 공급한 적은 없다. 현대차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만 사용해왔다.

이 자리에는 삼성SDI는 물론 반도체와 종합기술원의 최고경영진도 참석했다. 양사 협력이 배터리를 넘어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사업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을 높인다.

현대차는 정부 ‘그린 뉴딜’ 정책에 부응하면서 전기차 선두업체로 부상한 테슬라에 대항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같은 첨단 부품사와 협력이 필수다. 글로벌 시장에서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전장업체의 합종연횡은 이미 GM-LG화학, 토요타-파나소닉, 폭스바겐-SK이노베이션 등으로 본격화 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주 청와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최근 삼성, SK, LG를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을 협의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가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