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류 게임 허용따라
현금 환급 가능성 우려 목소리도

게임업계가 스포츠 베팅 게임(세계 스포츠 리그의 실제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게임 머니를 걸고 승패를 맞히는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는 최근 뚜렷한 규제 기준이 없었던 스포츠 베팅게임 분야에 웹보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 베팅 게임은 사행성이 강한 불법 도박 게임의 확산을 막는 대체제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19년 발표한 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 온라인 도박시장 규모는 연간 50조원이 넘는다. 이른바 ‘불법 토토’라고 불리는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 규모는 20조 5000억원으로 전체 불법 온라인 도박 시장의 37.7%를 차지한다. 카지노형, 경륜, 경마, 경정 등을 모두 제치고 불명예 1위에 올랐다.

엠게임, 넵튠은 스포츠 베팅 게임을 개발 중이다. NHN은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 오시영 기자, 로고 각 사 제공
엠게임, 넵튠은 스포츠 베팅 게임을 개발 중이다. NHN은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 오시영 기자, 로고 각 사 제공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3월 31일 제16회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을 보면, 2014년부터 베팅이나 배당의 내용을 모사한 온라인 웹보드 게임에 적용하던 1일 손실한도 제한을 폐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스포츠 베팅 게임에 웹보드 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규제를 본격화 했다는 것은 스포츠 베팅 게임을 법의 테두리 내에 넣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가이드를 제시하고, 기업은 법에 따라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엠게임, 넵튠, NHN 등 게임사는 스포츠 베팅 게임 시장 진출을 검토한다.

엠게임이 자체 개발하는 스포츠 베팅 게임 윈플레이는 6월 18일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 분류 심의를 받는 데 성공했다. 윈플레이는 세계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해 게임 머니로 베팅을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PC, 모바일 등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다.

엠게임 한 관계자는 "웹보드 게임을 운영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새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자 스포츠 베팅 게임 개발에 뛰어들게 됐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 스포츠 리그 진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게임 오픈 일정을 조정하고 있지만, 2020년 하반기 내에 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넵튠은 2020년말까지 신작 스포츠 베팅 게임의 비공개 테스트와 소프트 론칭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스포츠 시뮬레이션게임 전문 개발사 ‘나부 스튜디오’와 스포츠 베팅 게임 공동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넵튠 한 관계자는 "웹보드 게임을 운영하려면 통계, 경제적인 시스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며 "스포츠 베팅 게임을 제작할 때도 이러한 지식이 필요하므로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제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정욱 넵튠 대표, 우상준 나부 스튜디오 대표는 한게임 전성기 시절 웹보드, 스포츠 게임 관련 일을 했던 경력이 있다"며 "두 대표가 의지를 갖고 게임 퀄리티를 향상하는 것은 물론, 사행성 불식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NHN은 자회사 NHN빅풋을 통해 스포츠 베팅 게임에 연내 진출할 것을 검토하는 중이나, 구체적으로 공개된 내용은 없다. NHN빅풋은 야구 9단 등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을 오랫동안 서비스 한 노하우가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스포츠 베팅 게임이 현금 환급 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불법인 도박 게임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과거 웹보드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현금 환급 이슈는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스포츠 베팅 게임은 불법 도박을 억제하고 합법적인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일정 부분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현금 환급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욕구가 있기 때문에 현금 환급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스포츠 베팅 게임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경우 불법 도박 시장의 확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과거 웹보드 게임 관련 규제의 강도가 강해졌던 것은 환전 문제 때문이었는데, 문제 해소를 위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가이드라인 준수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