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는 ‘춘추전국시대’다. 우리 정부도 제2벤처붐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피땀어린 노력으로 창업한 이들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글로벌 시장을 평정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IT조선은 글로벌 유니콘을 꿈꾸며 날개를 펼치는 기업을 집중 탐구한다. [편집자주]

인플루언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을 의미.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기반으로 큰 인기를 끄는 이들을 통칭함)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서비스가 있다. 올해 1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하고 3월 정식 오픈한 후 58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가 이용한다. 판매되는 상품은 6만개 이상이다. 오픈 직후 2달만에 2억원 이상 매출이 발생했다.

크리에이터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마플샵’ 얘기다. 이를 운영하는 마플코퍼레이션은 커스텀 프린팅 플랫폼 ‘마플’도 운영한다. 지난해 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 두 배 이상 성장이 전망된다.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차기 유니콘으로서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혜윤 마플코퍼레이션 대표 /  마플코퍼레이션 제공
박혜윤 마플코퍼레이션 대표 / 마플코퍼레이션 제공
국내 유일 커스터마이제이션 B2B2C 원스톱 모델

마플코퍼레이션 사업 핵심은 주문제작인쇄(POD, Print On Demand)다. 소비자가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옷이나 가방, 핸드폰 케이스 등에 인쇄하는 서비스다.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들이 본인들이 디자인 한 제품을 수월하게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플샵이다. 마플샵에 등록한 판매자는 플랫폼에서 샘플을 손쉽게 만들고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상품을 바로 등록할 수 있다. 고객이 구매 신청을 하면 마플에서 제작돼 바로 고객에게 배송된다. 제작부터 배송까지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모델이다. 즉, 마플코퍼레이션의 서비스는 제조와 IT기술, 플랫폼, 뉴 콘텐츠가 어우러진 융복합 모델인 셈이다.

마플샵이 등장과 동시에 인플루언서들에게 인기를 끈 이유는 판매 수수료 제로와 판매 수량부터 수익금 정산까지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재고나 비용 부담도 없다. 마플은 제작비가 수익원이다.

투자사는 이런 점에 주목했다. 6월 초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아스테란인베스트먼트와 솔론인베스트가 공동운용(Co-GP)하는 '아스테란-솔론 투자조합1호’가 마플코퍼레이션에 투자했다. IT 기술력과 소량다품종 자동화 생산 시스템, 아시아 최고의 크리에이터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에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마플코퍼레이션은 자체 IT 개발팀을 뒀다. 제조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온라인 플랫폼은 모바일 환경에 맞게 구축했다. 특히 데이터 구축에 집중해 백엔드를 자동화했다. 이를 통해 모바일 화면으로도 실제 제품 사이즈와 크기, 프린트 위치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량 제작과 재고부담, CS 처리, 배송까지 모두 데이터화 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박혜윤 대표는 "시대가 변화하는 데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사업 확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IT 개발팀을 두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생산 라인은 IT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반드시 IT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관심 집중…프리A 이어 시리즈A도 준비

여기에 마플을 이용한 판매자들이 자신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주문 제작한 후 이를 다른 플랫폼에서 판매하면서 불편함을 호소했다. 재오더 시 처음부터 모든 작업을 다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판매자들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구글 폼 등에 따로 샵을 입점해야 했지만, 마플샵이 생김으로서 본인의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하는 효과가 생겼다"며 "판매자들은 보다 간편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제품을 팔고 이를 정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플샵을 오픈한 배경이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효과다.

자체 생산 시스템도 갖췄다. 현재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는 스마트 공장을 운영해 모든 생산 시스템을 자동화했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인쇄 방식과 제품 종류, 디자인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지만 현재는 자동화 시스템 덕에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내년 2월이나 3월을 목표로 공장 세팅을 다시 하고 있다"며 "지금보다도 사람의 손을 줄이고 자동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투자받은 비용의 대부분은 스마트 공장에 투자할 예정이다"라며 "IT시스템과 플랫폼 고도화에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배송 국가를 기존 17개 국가에서 91개 국가로 확대했다. 마플샵은 영어와 일본어 등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각광받는 한류를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은 셈이다.

또 내년까지 마플샵을 아시아 최대 규모 크리에이터 굿즈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중국어 버전을 시작으로 내년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버전까지 출시한다.

 마플에서 제작한 다양한 상품의 모습. / 마플코퍼레이션
마플에서 제작한 다양한 상품의 모습. / 마플코퍼레이션
매니지먼트 아닌 파트너 개념 MCN으로 ‘윈윈’

마플코퍼레이션의 기존 회사명은 마플프레스다. 6월 사명을 변경했다. 다중채널네트워크(MCN, Multi Channel Network) 사업 진출을 위해서다.

CJ ENM 등 기존 MCN 기업이 광고주와 크리에이터 채널을 연결하는 역할을 기반으로 한다면 ‘마플코퍼레이션’이 지향하는 MCN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자신의 다양한 SNS 채널에서 자유롭게 상품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마플코퍼레이션과 함께 크리에이터들이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 브랜드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는 것에 집중한다.

 박혜윤 대표가 IT조선과 인터뷰 하고 있다. / IT조선
박혜윤 대표가 IT조선과 인터뷰 하고 있다. / IT조선
박혜윤 대표는 "제조에 IT를 접목하고 마플샵이 플랫폼이 되니 자연스레 크리에이터가 연결됐다"며 "그렇게 MCN 역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기존의 MCN이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역할이었다면 마플코퍼레이션은 차별화된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커머스에 특화된 MCN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올해 1만5000명의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고자 한다"며 "이와 함께 마플샵 안정화에 집중해 마플샵이 회사와 크리에이터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