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디스플레이 분야 반등을 노리는 삼성과 LG의 전략이 엇갈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철수에 속도를 내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고부가가치 중심의 LCD 구조혁신을 선언하며 다른 선택지를 꺼내들었다.

양사는 LCD 사업 축소를 위해 가동 중단 및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삼성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을 가속화 하는데 온전히 집중하지만, LG는 수익성이 좋은 LCD 사업은 그대로 놓고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양사가 받아들 성적표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디스플레이(위)·LG디스플레이 로고/ 각사
삼성디스플레이(위)·LG디스플레이 로고/ 각사
LCD 주도권 中에 뺏긴 삼성·LG, 실적 부진에 사업 축소 수순

6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양사 모두 코로나19 영향으로 TV, 모바일용 패널 출하가 부진해 2분기 실적이 악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 영업이익 3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7500억원) 대비 실적이 반 이상 줄었다.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하는 일회성 수익을 빼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 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영업손실이 5170억원으로 전년 동기(3687억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양사의 실적 부진 원인 중 하나는 TV용 LCD 패널 주도권을 중국에 뺏긴 것이다. 중국 업체와 저가 경쟁을 이겨내지 못한 양사는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QD)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말까지만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한다. 지분 60%를 보유한 중국 쑤저우 8.5세대 LCD 패널 생산 공장은 매각할 계획이다. LCD 개발과 기술, 생산 등을 담당하는 인력도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 배치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경기 파주 8세대 TV용 LCD 패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7세대 라인도 연말까지만 가동한다. 8세대 라인에 멈춰 있는 대형 LCD 생산 장비는 중국 업체에 매각을 검토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LCD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LCD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완전한 ‘탈LCD’ 선언 삼성 vs 선택과 집중하는 LG

표면적으로는 양사 모두 완전한 ‘탈LCD’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방향성이 다르다.

‘OLED TV 출시는 절대 없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힌 삼성은 LCD를 완전히 접고 OLED 기반 퀀텀닷(QD) 디스플레이로 전환을 가속화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10월 QD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 투자를 공식 발표했다. 최근 QD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한 장비를 반입을 서두르며 2021년으로 잡힌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중으로 65인치 QD디스플레이 패널을 월 3만장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초반 양산한 QD디스플레이 패널이 OLED 대비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QD디스플레이와 OLED의 승부는 2000년대 초반 LCD와 PDP 간 경쟁 구도처럼 기술과 가격에서 우위를 점하는 진영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LG디스플레이의 파주 단지 전경/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파주 단지 전경/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대세화 ▲P-OLED 사업 턴어라운드 ▲LCD 구조혁신을 3대 핵심과제로 추진 중이다. 경쟁력이 있는 LCD 사업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노트북, 태블릿, 모니터 등 IT용 LCD는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52%를 차지해 수익성이 좋은 사업인 만큼, 향후에도 회사의 핵심 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경쟁사의 LCD 사업 철수에 흔들리지 않고 핵심 제품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택한 셈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최근 경쟁사가 LCD 사업 철수를 발표한 후 당사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다"며 "LCD 구조혁신은 차별적으로 경쟁력을 보유한 제품은 더욱 경쟁력을 강하게 하는 개념으로, 그런 의미에서 경쟁사와 IT 제품 포트폴리오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