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금유도 팝업, 숙제 콘텐츠 없는 게임 ‘로드 오브 히어로즈’
"부모님, 조카 등 가족과 즐길 수 있는 게임 만들고파"
자체 IP로 Z세대 마음 얻어 미래 유력 기업 되고파
게임 업계, 이용자가 게임에 매몰되지 않도록, 즐거움의 가치 전해야

최근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는 게임사의 과도한 현금결제 유도와 숙제(일일퀘스트 등 매일 의무로 하는 게임 플레이) 부담에 지친다는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 그런데 과금 유도 팝업도, 일일퀘스트도 찾아볼 수 없는 게임이 있다. 클로버게임즈가 3월 26일 출시한 로드 오브 히어로즈다.

IT조선은 최근 윤성국 클로버게임즈 대표를 만나 이 게임과 회사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윤 대표는 ‘핑크퐁’으로 이름을 알린 스마트스터디의 공동 창업자이자 몬스터 슈퍼리그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스마트스터디를 나와 2017년 클로버게임즈를 창업했다.

윤성국 클로버게임즈 대표 / 오시영 기자
윤성국 클로버게임즈 대표 / 오시영 기자
로드 오브 히어로즈의 목표는 독특하다. 윤 대표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소개 페이지에서 직접 밝혔듯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을 지향한다. 윤 대표는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서 조카와 함께 즐길 수 있고, 부모님에게도 ‘우리 회사는 이런 게임을 만든다’고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클로버게임즈는 이를 위해 수집형 RPG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캐릭터 일러스트를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다른 게임에서는 대부분 채택하는 구매유도 팝업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게임 내 상점에서 파는 상품의 최고 가격은 5만원이다. 다른 게임이 보통 상품 최고 가격으로 채택하는 1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상업적 요소를 다소 덜어냈는데도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8월 누적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최고 매출 순위 23위, 17위를 달성했다. 첫 작품을 선보인 신생 게임사로서는 놀라운 성과다.

윤 대표는 성공 비결로 콘텐츠에 집중한 점을 꼽았다. 그는 "구매 유도 팝업, 고과금 상품을 넣으면 구매율과 가입자당 매출(ARPU) 등 지표를 어느정도 올릴 수 있지만 대신 이용자 수를 잃게 된다"며 "우리는 과금을 유도하는 대신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천했다"고 말했다.

일일퀘스트 등 숙제 요소를 과감히 배제해 이용자가 게임에 과몰입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최근 모바일게임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일상에 게임이 녹아드는 양상을 띄는데, 너무 반복적이거나 과도한 몰입을 요구하면 사람들이 지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표는 기존 게임과 비교해 다소 파격적인 시도를 한 이유에 대해 "게임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게임은 책, 유튜브보다도 더 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체이므로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그 시간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 이미지 / 클로버게임즈
로드 오브 히어로즈 이미지 / 클로버게임즈
윤성국 대표는 클로버게임즈의 주요 타깃 이용자 층을 Z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Z세대의 주요 특성으로 다양성포용성을 꼽았다. Z세대는 세상의 진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가지라고 생각하며, 이에 따른 다양성을 존중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스마트폰이 PC보다 익숙한 스마트폰 네이티브 세대이기도 하다.

고고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게임·엔터테인먼트의 역사를 돌아보며 사업 전략을 세웠다. 그는 "내가 20년 전에 경력을 시작할 때의 넥슨과 현재의 넥슨은 다르다. 10·20대에 넥슨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가 주류로 떠오른 덕에 이 회사는 최근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며 "미래에는 Z세대가 사회의 주인공이 될 것이므로 자체 IP로 해당 이용자층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Z세대는 게임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굉장히 잘 알아챈다"며 "회사가 아무리 이용자 친화적인 게임을 만들었다고 외쳐도, 막상 게임을 플레이할 때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면 Z세대는 금방 등을 돌린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의 Z세대도 공략할 책략도 세웠다. 9월에는 로드 오브 히어로즈를 글로벌 원 빌드로 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다. 6월부터 진행한 사전예약 행사에는 이미 10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해외 버전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게임 텍스트는 전부 현지화해서 선보이지만, 음성은 전부 한국어로 구성했다.

윤 대표는 "K팝 등 한류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해외 Z세대는 한국어에 훨씬 익숙하다"며 "이 덕에 한국어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가 왔다. 이런 부분을 계속 생각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가수가 된 방탄소년단(BTS)의 예를 들었다. "만약 BTS가 노래를 전부 영어로만 불렀다면 그들의 감성을 그대로 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글로 노래했기 때문에 짙은 호소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며 "다양성을 중시하는 Z세대를 공략할 때는 나라의 문화를 직접 선보이는 것이 오히려 세계적이다"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아누 이미지 / 클로버게임즈
프로젝트 아누 이미지 / 클로버게임즈
클로버게임즈는 2021년 출시할 차기작 ‘프로젝트 아누’ 개발도 착실히 진행한다. 이 게임은 ‘일상의 즐거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는 게임이다. 기존 게임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게임성을 담는다.

윤 대표는 "현대인은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다. 이 탓에 게임에서 ‘전사’나 ‘마법사’가 되기 보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으려 노력한다"며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일상 속의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담은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고고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게임 분야에서 인문학의 역할이 단순히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어째서 게임을 좋아하는지, 왜 게임을 하는지, 어떤 게임이 현대 사회에 필요한지, 그 게임이 어떻게 기억되면 좋을지를 생각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게임은 그 역사가 길지 않은 데 비해 많은 주목을 받아 10~20년간 쉴 새 없이 달려왔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연령, 성별이 게임에 매몰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의 가치를 전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성국 대표 / 오시영 기자
윤성국 대표 / 오시영 기자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