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신 정치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관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임상 3상에 진입한 세계 주요 제약사들 역시 부작용 사례를 겪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백신 정치’에 비상이 걸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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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급한 트럼프 "대선 전 보급 가능" vs 전문가들 "보급까지 시간걸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백신은 이르면 10월 중순에 보급될 수 있다"며 "우리는 백신에 매우 가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백신 대량생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말까지는 1억회분의 백신이 미국에 보급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그 중 대부분은 연말보다도 빨리 보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에 앞서 백신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미국 국민에게 심어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반감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서두르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통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시대에 있어 중요한 백신 출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전문가들은 백신 보급 시점을 내년쯤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하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8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 수천만회 분량이 나올 수 있는 시점으로 내년 초를 꼽았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마찬가지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에 앞선 상원 청문회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대중(미국인)에게 완전히 보급돼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은 2021년 2분기 말 또는 3분기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백신이 올해 공급되더라도 매우 제한적인 분량이 나올 것이며, 이는 바이러스에 취약한 이들에게 먼저 주어질 것이다"라며 "백신이 설령 오늘 출시된다 해도 상용화까지는 6~9개월이 더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신 개발 유망 제약사들은 부작용 사례 겪는 중

트럼프 대통령의 다급한 마음과 달리 정작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세계 주요 제약사들은 임상 3상에서 부작용 사례를 겪는 등 진통을 앓고 있다.

실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돼 온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백신 개발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미 FDA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내 백신 임상시험은 중단된 상태며 부작용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면밀한 조사를 거쳐 중대한 안전 문제가 없는 지를 확인할 때까지 임상재개는 승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자체 입수한 아스트라제네카 자료를 통해 "임상에 참여한 30대 피험자가 백신 2회차 투입 후 보행에 불편을 겪고 팔다리 통증을 호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부작용 사례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백신 임상시험에서도 나왔다.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화이자는 4만4000여명의 지원자 중 2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부작용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최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콜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백신의 안전성과 내성을 정밀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보고된 부작용이 백신의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