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짝퉁(카피) 논란에 휘말렸다. CJ ENM 보유 캐릭터인 ‘신비아파트’가 짝퉁으로 추정되는 장난감에 사용된 것. 회사측은 의도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캐릭터 업계는 모를리 없다는 반응이다.

20일 캐릭터 및 특허업계에 따르면 신비아파트 미니카 장난감이 일본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해당 장난감은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한국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일본 타미야 미니카 특허와 상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법조계는 해석한다. CJ ENM이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것은 유통사 케이커머스가 CJ측과 캐릭터 사용권 계약을 체결한 것. 특허 침해가 의심되는 제품에 사용권이 허락된 캐릭터가 사용되자, 마치 CJ 측이 짝퉁 장난감을 낸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CJ ENM측은 논란이 된 제품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다. 회사측은 "캐릭터 사용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 캐릭터가 짝퉁 장난감에 사용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장난감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짝퉁 논란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허 상표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장난감은 신비아파트 캐릭터를 사용한 ‘신비 레이싱카' 시리즈 4종이다. 중국에서 제조된 것을 유통사 케이커머스가 국내 수입했다. CJ ENM은 케이커머스와 신비아파트 캐릭터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CJ ENM이 자사 캐릭터 사용을 허가한 중국산 짝퉁 장난감. / 토이저러스
CJ ENM이 자사 캐릭터 사용을 허가한 중국산 짝퉁 장난감. / 토이저러스
문제가 된 ‘신비 레이싱카’는 미니카(mini 4WD) 장난감 원조인 일본 타미야(Tamiya)의 기구(機構) 관련 특허와 제품 디자인은 물론 제품의 명칭까지 카피했다. 타미야 미니카에 신비아파트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만 추가한 꼴이다.

신비 레이싱카는 타미야의 ‘샤이닝 스콜피온’을, 금비 레이싱카는 타미야의 ‘라이트닝 매그넘’, 하리 레이싱카는 타미야의 스테디셀러 ‘슈퍼 아반테', 강림 레이싱카는 타미야의 ‘블리처 소닉 블랙 스페셜’을 카피했다.

법조계는 해당 제품이 타미야 지식재산권(IP)을 침해했다고 해석했다. A 변리사는 "CJ ENM이 허가한 중국제 카피 장난감은 타미야 제품 디자인과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측은 부정경쟁 방지법에 입각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왼쪽이 중국산 짝퉁 신비 레이싱카, 오른쪽이 타미야의 샤이닝스콜피온, 스티커만 빼면 차체 디자인은 물론 부품 구성마저 동일하다. / IT조선
왼쪽이 중국산 짝퉁 신비 레이싱카, 오른쪽이 타미야의 샤이닝스콜피온, 스티커만 빼면 차체 디자인은 물론 부품 구성마저 동일하다. / IT조선
타미야 미니카는 한국타미야가 국내 독점 유통하고 있다. 회사는 전신인 대성사 시절부터 타미야 미니카를 한국에 판매해 왔다. 1980년대 후반 국내에서도 미니카붐이 일었던 것을 기초로 계산하면 30년 넘게 한국에 미니카를 유통해 온 셈이다.

한국타미야에 따르면 신비 레이싱카 특허·상표권 침해와 관련해 법무 검토를 진행 중이다.

장난감 업계는 CJ ENM의 신비아파트 캐릭터가 중국산 짝퉁 장난감에 사용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21일, 장난감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나서서 짝퉁 장난감 유통에 손을 댄 것과 다름없다. 선진국 문턱에 가까워진 대한민국 국격에 오물을 끼얹은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장난감 전문 기업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제품을 자체 개발해 해외로 수출 하는 상황에서, 짝퉁 장난감 유통에 대기업이 관련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CJ ENM측은 자사 캐릭터가 짝퉁 장난감에 사용될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제품 검수 당시 짝퉁 여부를 판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1일, CJ ENM 한 관계자는 "CJ ENM이 케이커머스와 ‘신비아파트 캐릭터 사용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은 케이커머스 측의 책임이다. CJ ENM은 미니카 관련 타사 권리 침해에 대해 이미 케이커머스 측에 항의를 한 상황으로, 향후 합당한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CJ ENM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신비아파트 등 CJ ENM 라이선스가 사용되는 제품들에 대해 엄격한 품질 감수를 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