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인간의 음악창작 대결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인간의 고유영역이라고 여겼던 ‘창작'에 AI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라는 평가다. 이를 활용한 사업모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AI창작 음악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지니뮤직은 AI 창작영역 진출을 위해 CJ ENM, 업보트 엔터테인먼트와 사업제휴를 맺고 AI작곡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음악플랫폼에서 단순히 취향저격 곡을 추천해 주던 AI를 창작의 영역으로 끄집어 낼 모양새다. 회사가 진행하는 인간과 기계의 창작 대결은 곧 종지부를 찍을 계획이다. 오는 25일까지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투표를 진행한다.

AI동요앨범 ‘신비와 노래해요'. / CJ ENM
AI동요앨범 ‘신비와 노래해요'. / CJ ENM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은 9월 중순 공개한 AI동요앨범 ‘신비와 노래해요’다.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이 곡은 AI작곡시스템 ‘아이즘(Artificial Intelligence System of Music·AISM)’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아이즘은 스스로 빅데이터를 생산하고 인간이 제공하는 ‘표기 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준지도 학습(Semi-Supervised Learning)’을 한다. 이를 통해 의미있는 음악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용자들에게 ‘컨셉작곡’모드와 ‘취향작곡’모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문제는 명확하지 않은 사업모델이다. 인공지능을 인간의 고유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작’에 접목시킨 의미있는 일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사업모델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지니뮤직은 AI작곡시스템을 통해 생성된 곡을 우선 유튜버 등 1인창작자를 위한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1인 창작자는 영상을 제작할 때 내용에 따른 의미 부여와 재미를 더하기 위해 배경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AI가 만든 음악이 창작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제시된다면 시장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2일, 이해일 지니뮤직 시너지 협력단 단장은 "지니뮤직은 음악플랫폼사 최초로 AI동요창작 앨범을 선보여 AI창작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1인 미디어시대 창작음악에 대한 크리에이터의 니즈를 반영한 AI창작영역 신사업을 발굴하면서 다양한 미디어와 협업하고, 음악 전문가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AI창작 음악생태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음악 업계는 AI작곡 시스템이 분명한 수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나만의 음악과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지만, 지식과 기술이 없어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들의 창작 욕구를 폭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도 손 쉽게 노래를 만들 수 있게 만든 음악제작 프로그램 ‘하츠네 미쿠’도 사례로 꼽힌다. 아마추어 작곡가들의 수요를 끌어내고,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이들 창작자들이 만들어낸 노래가 공유되게 만든 것처럼 AI작곡 시스템도 숨어있는 창작가를 발굴하고 전에 없던 새로운 곡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AI 음악 창작

컴퓨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음악 작곡 시도는 의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55년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레자넌 힐러와 레너드 아이작슨은 16세기 작곡가들의 곡상을 분석해 확률표를 통해 이듬해인 1996년 ‘현악 4중주를 위한 일리악조곡’을 수학적으로 구성한 바 있다.

소니컴퓨터사이언스연구소는 2012년 발족된 ‘플로우머신(Flow Machine)’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음악 작곡 도구 ‘FM프로'를 이용해 2016년 두 곡의 팝송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후 2020년 3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배경음악 제작에 해당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시작했고, ‘소니뮤직 레벨즈' 브랜드로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에이바(Aiva) 테크놀러지가 만든 AI 창작곡은 게임과 광고 등에 활용되고 있다. 2018년, 소니픽처스는 에이바가 만든 곡을 영화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바 있다.

창작성 여부를 넘어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는 ‘AI에게 저작권' 부여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의 음악저작권협회(SACEM)는 영국의 AI작곡가 에이바를 저작권자로 인정했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인간에게만 적용되던 저작권을 기계에게 부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