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니 PS5 때문에 웃음거리로 전락한 'NO재팬' 운동

입력 2020.11.24 06:00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이 또 조롱받는다. 일본불매운동(NO재팬)에 앞장섰던 인물이 소니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PS5)’ 구매했기 때문이다. 일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관련해 한국인을 비웃는 글이 넘쳐난다.

NO재팬 관련 앱을 만든 바 있는 그는 최근 커뮤니티 클리앙을 통해 PS5 구매 인증 사진을 게재했다. PS5 사진 속에는 닌텐도 게임기 스위치도 함께 담겼다. 국내 다수 커뮤니티에서는 "일본불매운동 앱 개발자가 PS5는 왜 구매하는거냐", "선택적 불매운동이냐" 등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이 같은 사실이 퍼지자, 일본 커뮤니티 등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스위치도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해라. 게임기와 장난감으로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꼴을 보고싶다", "PS5 물량도 부족한데 한국에 팔지마라" 등 한국의 일본불매운동을 비웃는 글들이 대량 생산됐다. 일본의 우익성향 매체에서도 이를 소재로 한국의 ‘NO재팬’ 운동이 흔들리고 있다는 기사를 내놨다.

한국의 일본 게임기 구매 열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 3월, 코로나19 창궐이 한창일 때도 닌텐도의 인기 게임 ‘동물의숲’ 최신작으로 해당 게임은 물론 닌텐도스위치 게임를 구하기 위해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대규모 인파가 몰린 바 있다. 이 때도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의 NO재팬 운동을 조롱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 게임기를 살 때 내세우는 논리는 ‘대체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기와 게임 플랫폼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의 ‘엑스박스’와 ‘스팀’ 등 대체 서비스는 있다.

그들이 말하는 ‘대체상품이 없다'의 핵심은 기기가 아닌 ‘콘텐츠'다. 닌텐도에는 ‘슈퍼마리오’, ‘젤다의전설’, ‘동물의숲’ 등 독점작이 존재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에도 ‘스파이더맨’, ‘갓오브워’ 등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 작품이 있다.

즉, 게임기와 플랫폼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게임 콘텐츠는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논리다. 마블 아이언맨 팬들에게 이제부터 마블 보지말고 DC 슈퍼맨 보라고 할 수 없고, 명품 브랜드 샤넬과 에르메스가 서로 같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글로벌 인기작으로 성장한 일본 게임을 대체할 수 있는 한국 콘텐츠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산 게임 콘텐츠가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고, ‘배틀그라운드'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콘텐츠도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게임업계 시각이다.

우리 게임과 콘텐츠 시장 성장을 더디게 만든데는 과거 정치가들이 잘못 판단한 탓도 크다. 1980년대부터 국내 정치가들은 게임과 만화를 ‘나쁜 것'으로 치부하기 바빴다. 이들 정치가 덕에 콘텐츠 시장은 크지 못하고 해외 기업에게 고스란히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최근 우리 콘텐츠는 전환기를 맞이했다. K팝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고, 웹툰으로 세계인들에게 재미를 전달하고 있다. 한국의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타고 세계 주요국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는 이미 콘텐츠가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또 다른 대체불가능 해외 콘텐츠가 계속 나올 것이다. 우리 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정치가들은 과거의 잘못을 번복해서는 안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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