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아이폰12미니가 내세우는 컴팩트한 사이즈를 체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이 크기를 키우는 것과 달리 아이폰12미니는 정반대 행보를 택했다.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다른 플래그십 라인과 뒤지지 않아 작지만 강한 모습을 보였다.

크기가 작아진 만큼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도 있었다. 영상을 시청하거나 사진을 촬영할 때 큰 화면에서 누릴 수 있던 시원함은 없어졌다. 크기에 비례해 작아진 배터리 용량은 아쉽다.

아이폰12미니 / 김평화 기자
아이폰12미니 / 김평화 기자
아이폰12미니,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 철학 집약판

아이폰12미니는 기기명에 미니가 붙은 만큼 보자마자 작다는 느낌이 두드러졌다. 기기를 들었을 때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손목에 부담이 있지 않았다.

아이폰12미니는 5.4인치 디스플레이에 무게는 133g이다. 애플이 선보인 아이폰X 이상 시리즈보다는 과거 아이폰6·7·8 시리즈와 크기가 유사하다. 외양은 비슷해도 디스플레이 크기는 차이가 난다. 아이폰8 시리즈까지만 해도 홈 버튼이 존재했지만 아이폰12미니는 홈 버튼을 없앤 덕에 더 큰 화면을 제공한다.

특히 무게는 아이폰6s 상위 기종보다 가볍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외부와의 연락이 잦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을 때가 많은데, 장시간 기기를 들었다 놨다 해도 별다른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남은 손으로 전화를 받을 때 아이폰12보다 부담이 적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한손으로 문자를 해도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엄지 손가락이 닿아 타이핑이 손쉬웠다. / 김평화 기자
한손으로 문자를 해도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엄지 손가락이 닿아 타이핑이 손쉬웠다. / 김평화 기자
디자인 역시 최근 제품보다는 과거 아이폰4·5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기기 테두리를 각지게 표현해 ‘깻잎 통조림' 형상을 그대로 구현했다. 기기를 쥘 때 편안함은 라운드형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외관상 세련됨이 두드러졌다.

관련 업계와 소비자는 이같은 이유로 아이폰12미니가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를 연상하게 한다고 평가한다. 잡스는 생전 작은 크기의 스마트폰을 강조하던 인물이다. 그는 "성별 상관없이 한손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스마트하다"며 한 손에서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폰 크기를 강조했다. 잡스 전 CEO는 4인치 이하 크기의 아이폰을 고집했지만, 아이폰12미니를 두고 ‘스티브 잡스를 닮았다’, ‘스티브 잡스의 혼을 불어넣었다’ 등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이폰12 시리즈에서 픽셀 해상도가 가장 높은 아이폰12미니. 그만큼 선명한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 김평화 기자
아이폰12 시리즈에서 픽셀 해상도가 가장 높은 아이폰12미니. 그만큼 선명한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 김평화 기자
아이폰12보다 작지만 기능은 동일한 플래그십…‘작지만 맵다’

작다고 해서 기능까지 겸손한 것은 아니다. 아이폰12미니는 플래그십 라인인 아이폰12 시리즈의 일부인 만큼 전작인 아이폰11 시리즈보다 개선된 기능을 품었다. 6.1인치 크기의 아이폰12와 기능은 동일하되 크기만 차이를 둔 덕분이다.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다른 아이폰12 시리즈처럼 최신 칩셋인 A14 바이오닉을 품었다. 픽셀 해상도는 476ppi(2340 x 1080)로 아이폰12나 아이폰12프로보다 높다.

아이폰12미니를 며칠 사용해보니 세부 기능은 아이폰12와 같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웹 서핑을 하거나 여러 앱을 번갈아 사용할 때 버벅댐이나 튕김 등이 발생하지 않았다. 카트라이더 러시플러스 등 높은 사양이 요구되는 게임을 했을 때도 지연이 발생하는 등의 어려움이 없었다.

최근 잠금 화면에서 터치스크린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문제가 해외에서 보고됐는데, 최신 운영체제(OS)인 iOS 14.2.1로 업데이트한 상태에서 사용해보니 다행히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1200만화소 듀얼(광각, 초광각) 카메라를 탑재한 아이폰12미니. 아이폰12와 같다. / 김평화 기자
1200만화소 듀얼(광각, 초광각) 카메라를 탑재한 아이폰12미니. 아이폰12와 같다. / 김평화 기자
야간에도 전면 카메라로 선명한 추억 남긴다

아이폰12 시리즈는 전작보다 개선된 카메라 기능에 강조점을 둔다. 아이폰12 시리즈 막내인 아이폰12미니도 마찬가지로 아이폰11보다 카메라 기능을 개선했다.

아이폰12미니는 아이폰11에서 없던 초당 30프레임에 돌비 비전 방식인 HDR급 영상 촬영을 제공한다. 일반 사용자라면 아이폰12프로나 프로맥스 등의 고급형 제품을 택하지 않더라도 영상 촬영물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실제 사용해보니 움직이는 반려견 모습을 영상으로 남길 때도 아쉬움이 없었다.

후면 카메라에만 적용되던 야간 모드와 딥퓨전을 전면 카메라에서 지원하는 것도 전작보다 개선점이다. 야간 모드는 말 그대로 깜깜한 환경에서 더 선명한 사진을 제공했다. 딥퓨전은 한 번 사진을 찍을 때 여러 장을 촬영한 후 머신러닝으로 사진들을 조합해 피사체 질감 등의 선명함을 높이는 기능이다. 반려견과의 저녁 산책 시 일부러 빛 쪽으로 가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전면 카메라를 통한 사진 촬영이 가능했던 이유다.

아이폰12미니로 촬영한 야간 사진. 아이폰12프로 이상의 고급형 제품이 아니더라도 선명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 김평화 기자
아이폰12미니로 촬영한 야간 사진. 아이폰12프로 이상의 고급형 제품이 아니더라도 선명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 김평화 기자
아이폰12미니, 작아진 크기만큼 배터리는 아쉬움

작은 사이즈에서 오는 태생적인 한계는 아쉬움이다. 아이폰12미니는 다른 아이폰12 시리즈나 타 제조사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배터리 용량이 적다. 2227밀리암페어(mAh)다. 최근 삼성전자 플래그십 제품군이 4000~5000mAh 전후의 배터리 용량을 자랑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 사용해보니 배터리 용량은 아이폰12미니를 택하는 데 있어 주저하는 요소가 될 수 있었다. 게임 등을 장시간 하지 않기에 주말에는 배터리 소진에 별다른 아쉬움을 못 느꼈다. 하지만 평일 업무 진행 시에는 전화를 자주 하거나 메신저 확인을 여러 차례 하면 몇 시간 후 배터리 소진이 눈에 띄었다. 향후 기기 사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배터리 역시 수명이 줄 것이기에 미리 염려할 만한 요소였다.

화이트 색상의 아이폰12미니 / 김평화 기자
화이트 색상의 아이폰12미니 / 김평화 기자
최근 애플을 포함해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대화면을 주요 기능을 내세운다. 그만큼 유튜브 등의 영상 시청이나 게임, 사진 촬영 등에서 시각적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5.4인치 화면 크기는 6~7인치대 화면에 익숙한 소비자에는 매력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실제 모바일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이폰X 시리즈 이상을 보유한 사용자들 사이에 ‘생각보다 더 작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밖에 손이 클 경우 타이핑을 하거나 두 손으로 기기를 사용할 때 불편하다는 의견도 더러 나오지만, 큰 화면 단말기를 쓴다고 해서 오탈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12미니는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의 매력도가 충분하다고 본다. 한없이 커지기만 하는 스마트폰 크기에 의문을 품었던 소비자나 아이폰8 시리즈 이하 과거 기종에 향수를 느끼는 애플 마니아 층에는 아이폰12미니가 최적의 선택일 수 있다.

아이폰12미니 영상 / 김평화 기자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