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의 작업 효율과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도 첨단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4족 보행 로봇을 위험 공사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실증시험에 성공한 기업이 등장한 가운데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공사 현장 소음과 유해가스를 모니터링하는 건설사도 나왔다.

작업 효율과 안전을 담보하는 첨단 기술의 마침표는 각 기술을 올바르게 작동·제어하는 ‘공사관리 소프트웨어(SW)’가 찍는다. 4족 보행 로봇을 공사 현장에 투입하려는 기업은 기기를 올바르게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 확보를 위해 건설SW 전문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건설 대기업도 빌딩정보모델링(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을 보유한 SW기업과 손잡고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공사 현장 작업자의 모습 / 삼성물산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공사 현장 작업자의 모습 / 삼성물산
오토데스크, 클라우드 기반 ‘빌딩정보모델링 기술’로 공사관리 혁신

시스템 SW 개발·공급 기업 ‘오토데스크’는 ‘SK건설’과 함께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연료전지발전소 설계·시공 프로젝트에 커넥티드 빌딩정보모델링(BIM) 기술을 적용했다.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오토데스크의 ▲BIM 기반 설계 솔루션 ‘레빗(Revit)’을 비롯해 ▲클라우드 기반 BIM 데이터 관리 SW ‘어셈블(Assemble)’ ▲공사 관리 SW ‘BIM360’을 활용했다.

공사 현장의 위기 요소와 환경 정보 등을 파악해 화면에 표시하는 ‘BIM360’ 이미지 / 오토데스크
공사 현장의 위기 요소와 환경 정보 등을 파악해 화면에 표시하는 ‘BIM360’ 이미지 / 오토데스크
SK건설은 오토데스크 어셈블 SW를 사용해 연료전지 프로젝트에 최적화한 공사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BIM 데이터에 일정 관련 데이터를 추가·분석해 건설 프로세스 세부 일정까지 관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오토데스크와 SK건설은 설계·시공 모델을 3D 환경에서 구현하는 ‘페이퍼 리스(Paperless)’ 기반 건설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도면 검토부터 설계·시공 단계를 아우르는 커넥티드 BIM(Connected BIM) 환경을 구현했다. 커넥티드 BIM이란 빌딩정보모델링에 클라우드를 더한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각종 디바이스로 공정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실시간 협업과 시뮬레이션 및 시각화 기술을 공사 현장에 지원할 수 있다.

SK건설은 커넥티드 BIM 환경을 활용해 3D 모델과 도면을 연동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양방향 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업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바일과 태블릿, PC를 통해 중단없이 작업을 진행해 효율을 높였다고 전했다. 설계 기간은 기존 대비 20%, 공사 기간은 3개월로 단축해 건설 비용은 약 10%까지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첨단 기술로 공사 현장의 안전도 확보한다. 시공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업 위험 요소를 3D 모델링해 사전에 확인하고 대응하는 방식이다.

오토데스크는 지난해 건설 산업의 위험 요소를 분석하는 AI 기반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기술 ‘컨스트럭션IQ’를 선보였다. 컨스트럭션IQ는 안전과 품질, 원가, 일정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리스크를 예측·식별하고 작업의 우선순위를 지정하는 기술이다. 오토데스크 관계자는 "아일랜드 엔지니어링·시공 업체 ‘밤 아일랜드(BAM Ireland)’는 컨스트럭션 IQ 도입으로 안전성과 품질을 약 20% 향상했다"며 "고위험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다른 작업에 활용해 작업 효율을 높였다"고 밝혔다.

오토데스크는 건축과 엔지니어링, 건설 업계에 맞춤화한 AI 기술 보유 기업을 연이어 인수해 기술 고도화에도 나섰다. 지난 8월에는 AI 기반 SW 업체 ‘파이프(Pype)’를 인수했고, 이달에는 노르웨이 업체 스페이스메이커(Spacemaker)를 인수했다.

김동현 오토데스크코리아 대표는 "국내 건설 업계는 인력 안전을 비롯, 납부기한과 예산 내 건설 프로젝트 완수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며 "AI를 활용한 최신 기술과 선도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시장 요구에 대응하고 공사 현장의 안전 확보를 돕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IT기술 활용해 공사현장 안전 확보 나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건설현장에 최신 IT솔루션을 활용해 비대면 시대 제약을 극복하고 있다. 이 기업은 현장업무 모바일시스템인 ‘스마트 애플리케이션 위(Smart WE)’를 개발·도입했다. 이를 통해 설계도면과 각종 서류를 모바일로 대체해 작업 효율을 개선했다.

’스마트 애플리케이션 위(Smart WE)’ 이미지 / 삼성물산
’스마트 애플리케이션 위(Smart WE)’ 이미지 /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화상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건설 현장에서도 ‘동시다발·실시간’ 회의를 진행한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건설현장에 적용한 스마트 기술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현장에 설치한 카메라에서 수집한 정보를 AI로 분석하고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IoT를 활용해 밀폐공간의 유해가스 농도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이 기업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건설현장 안전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메라와 드론을 활용해 3차원 데이터로 공사 현장을 측량하고 각종 센서와 IoT를 결합, 현장 품질과 안전 및 환경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위험 요소를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위험 요소를 발견하면 근로자에게 곧장 통보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변수를 제어하고 있다.

현장상황과 과거 사례, 타 현장 사례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사고 요소를 사전에 예측·차단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술도 현장에 도입했다. 이 기술은 PC기반의 정형화된 단순반복 업무를 SW가 모방해 수행하는 ‘자동화 기술’이다. 이 기술로 삼성물산은 검측서류 시스템 등록과 설계 진행상황 리포트 작성, 데이터 동기화 등의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해 반복 업무에 드는 시간을 줄여 작업 효율을 개선했다.

GS건설, 4족 보행 로봇 활용으로 근로자 보호 추진

GS건설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4족 보행 로봇을 건설현장에 투입하려 한다. 이를 위해 미국 보스톤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의 4족 보행 로봇인 ‘스팟(SPOT, 이하 스팟)’을 도입, 실증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팟은 2015년 처음 개발돼 지난해 출시한 4족 보행로봇으로, 장애물이나 험악한 지형에서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GS건설은 스팟을 건설현장에 맞춤화하기 위해 건설SW 스타트업인 큐픽스(Cupix)와도 협력하고 있다.
큐픽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라이다(LIDAR) 장비와 360도 카메라, IoT센서 등 다양한 첨단 장비를 설치해 국내 건설현장에서 실증시험을 진행했다.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활용해 실증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 GS건설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활용해 실증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 GS건설
GS건설과 큐픽스는 성남에 있는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골조공사와 마감공사 현장에 스팟을 투입했고, 서울의 공연장 신축 현장에도 스팟을 투입해 자율 보행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후속 공사인 전기·설비 공사 간 간섭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관리계획 수립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실증실험에 성공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GS건설과 큐픽스사는 이번에 성공한 실증시험을 토대로 향후 아파트 현장에서 스팟을 다양하게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성한 GS건설 선행기술본부장(CTO)은 "자율보행 로봇인 스팟의 건설현장 도입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빅데이터, AI 활용 영상분석, IoT센서, 증강현실 등의 기술을 건설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라며 "건축, 인프라, 플랜트를 포함한 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건설기술 운용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