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핵융합 등 적용 영역 '확대'
ITER 대형 건설 프로젝트 도구로 활용

제조 분야에서 주로 활용한 디지털 트윈이 의료와 핵융합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AI)에 기반한 3D모델링을 통해 몸속 장기를 복제해 환자 치료를 돕는 기술을 선보인 의료SW 기업이 등장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한국의 인공태양인 ‘케이스타(KSTAR)’의 디지털 쌍둥이를 2년 후 선보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같은 대형 건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핵심 도구로도 디지털 트윈이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이름 그대로 실제 존재하는 사물을 소프트웨어(SW)로 가상화한 ‘디지털 쌍둥이’를 뜻한다. 물리적 사물을 가상화 기술로 복제한 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업 현장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감지·차단하는 데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사물 관련 개선점을 분석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국제핵융합실험로 / ITER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국제핵융합실험로 / ITER
한국의 인공태양 케이스타, 2년 후 디지털 쌍둥이 탄생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은 2022년쯤 한국의 인공태양 ‘케이스타(KSTAR)’ 쌍둥이를 디지털 트윈 기술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스타는 1995년부터 12년 동안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다. 태양에서 볼 수 있는 핵융합 반응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태양처럼 초고온의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해야 하는데 핵융합 실험로가 해당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케이스타를 인공태양으로 칭하는 이유다.

케이스타의 디지털 쌍둥이는 2년 후 탄생할 전망이다. KFE 측은 지난 5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디지털트윈 기반의 핵융합에너지 시설 운용’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알렸다. 디지털 트윈 전문기업 SF테크놀로지와 VR미디어, 상명대학교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KFE는 참여기업의 SW전문가들이 핵융합 시스템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참여 기업은 3차원 공간에 디지털 케이스타를 시각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끄는 권재민 KFE 박사는 "디지털 트윈에 케이스타를 구성하는 장치 특성과 플라스마의 온도와 압력, 자기장 세기와 같은 모든 운전 요소를 반영함으로써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KEF 관계자는 "이번 디지털 트윈 과제의 목표는 쌍둥이 케이스타를 구현해 플라스마가 그 안에서 어떻게 발생하고, 가열 장치를 나간 빔은 어떻게 플라스마를 만나 핫스팟을 만드는지와 같은 다양한 핵융합 이슈들을 모의 실험해 최적 안을 도출하는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 개발을 거쳐 궁극적 목표는 디지털 케이스타로 실제 케이스타를 원격제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쌍둥이는 케이스타를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최상의 도구라고 덧붙였다.

신체 장기 위치와 크기 등을 3D 모델링해 환자 치료 돕는 의료SW 기술

의료 소프트웨어(SW) 업체 ‘메디컬아이피’는 AI에 기반한 3D모델링 기술로 신체 장기 위치와 크기 등을 정확히 표현해 3차원 컬러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SW 기술 ‘메딥프로(MEDIP PRO)’를 보유한 기업이다. 이 기업은 메딥프로를 활용해 모델링한 인체 내부 정보를 의료용 3D프린팅 제품 ‘아낫델(ANATDEL)’로 제작하고 있다.

메디컬아이피의 3D 프린팅 기술 아낫델로 구현한 폐렴 환자 모델, 메디컬아이피가 자체 개발한 XR 의료 콘텐츠 화면(왼쪽부터) / 메디컬아이피
메디컬아이피의 3D 프린팅 기술 아낫델로 구현한 폐렴 환자 모델, 메디컬아이피가 자체 개발한 XR 의료 콘텐츠 화면(왼쪽부터) / 메디컬아이피
실제 장기와 크기, 물성 등이 흡사한 3D프린팅 제품을 제작해 수술 계획과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3D프린팅 된 환자의 병변 부위를 의료진이 수술 전 확인함으로써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메디컬아이피는 과거 해부실습용 사체(Cadaver)를 활용하던 의료 교육을 혼합현실(XR) 콘텐츠로 대체할 기술도 개발했다. 사람의 몸속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XR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위험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고자 한다"며 "의료기술의 적용은 생명을 다루는 부분과 직결되기 때문에 당장 디지털 트윈 기술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지 못하지만,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2, 3차원의 인체 내부 정보를 3D모델링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점차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통적 산업군, 여전히 활발하게 디지털 트윈 활용

전통적인 산업군에서도 여전히 활발하게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자동화 및 에너지 관리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아비바(AVEVA) 및 도리스(DORIS) 그룹과 석유화학·가스 산업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석유 및 가스 산업은 작업 환경이 복잡하고 예기치 못한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특성이 있는 분야다. 따라서 가상의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플랜트 구성의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면서 최적의 운영 효과를 끌어내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지난해 스마트한 의료 환경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 선두 기업 ‘소트와이어(ThoughtWir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은 데이터 분석 활용과 전통적인 시뮬레이션 모델을 결합하는 복합 시스템"이라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트윈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업 환경과 각종 제약에도 품질과 성능,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대표는 "디지털화가 가속되며 국내에서도 디지털 트윈은 다양한 산업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디지털 트윈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10년 후에는 식음료부터 제조, 헬스케어 분야 산업용 장비에 디지털 트윈이 널리 사용될 것이다. 자산에 대한 유지 보수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자 한다면, 디지털 트윈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