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배칼럼] 배민 먹통과 자영업자의 눈물

입력 2020.12.28 06:00

놀랐다. 1년 내내 밤 늦게까지 온갖 과일이 인도를 넘나들며 수북히 쌓여 있던 곳이다. 창문에 붙어 있는 ‘그동안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를 보자, 10인치를 갓 넘을 소형 브라운관TV를 보던 사장님 모습이 떠올랐다.

주변을 돌아봤다. 삼겹살, 감자탕, 돌솥밥, 순두부 등 식당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한창 시간에 홀이 휑하다. ‘손님이 넘쳐나던 과거 모습’과 ‘코로나19 후 매달 수백만원 적자를 낸다는 TV속 자영업자 인터뷰 모습’이 교차했다.

’그동안 이용해주셔(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폐업 인사를 남긴 상점 /김준배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이 4시간 가량 배달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주문 폭주’라고 한다. 자영업자 속이 타들어갈 얘기다. 매년 그들이 골고루 누렸던 특수다.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는 그나마 수수료 부담만 지면 되지만, 나머지는 정말 속터질 상황이다.

배민을 무조건 탓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 흐름을 잘 탔다. 변화의 앞에 달려가서 미리 준비한 결과다.

그리고 여전히 분발하는 모습이다. 먹통 사고 얼마 후 깜짝 발표를 했다. 장애 시간 주문받은 음식 가격 전액을 보상한다는 것이다. 배달 대행기사에게도 6만원씩 일괄 지급한다. 옳은 결정이면서 어찌보면 당연하다.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플랫폼의 강력함을 과시하고 향후 발생할 ‘오류’에도 철저한 애프터서비스(AS)를 약속한 셈이다.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문제는 배달앱 플랫폼 이용이 힘든 자영업자다. 안타깝지만 여전히 서울에도 카드결제를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존재한다. 상품 특성상 배달이 여의치 않은 곳도 마찬가지다.

가계빚이 처음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고 한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 열풍도 한 몫했지만 자영업자 대출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자영업자 매출 부진이 1년간 지속되면 5만 가구 이상 파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각한 상황이다.

새해 봄 우리도 백신을 맞는다. 백신이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소비패턴을 돌려놓기는 힘들다. 당연히 배민 실적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가치만큼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수많은 자영업자는 당연히 버거워진다. 코로나 팬데믹에 속수무책이었던 것처럼 자영업 줄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배민은 요기요 합병을 떠나서도 이미 점유율 60% 이상으로 지배적 사업자다. 이번 사고에 대한 보상 조치는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민은 높아진 지배력을 즐기기만 해서는 안된다. 그동안의 혁신 성과를 바탕으로 배민 플랫폼 이용이 힘든 자영업자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디어 하나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만큼 확보한 자본력을 활용해 어려운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줄 묘안을 찾아야 한다. 그게 진정한 지배적 사업자의 모습이자, 성공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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