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경쟁이 치열해질 예정이다. 중국의 CBDC(디지털위안) 발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도 적극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미국 은행과 금융기관 등이 달러화와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인프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해석서를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 은행은 스테이블 코인을 정식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직접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도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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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180도 다른 전략…美 "누가 이기나 보자"

가상자산 업계는 미국의 중국과 정반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폐쇄적인 형태로 CBDC 개발하고 있다. 중국처럼 금융당국이 모든 통제권을 갖기 보다는 민간을 통해 CBDC 활용을 장려하려는 전략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는 "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정식 US 달러나 마찬가지다"라며 "결국 미국은 민간을 통해 CBDC 활용을 장려하고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정책은 중국 디지털 위안화와 180도 다른 철학으로, 미국 자유주의·자본주의 이념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며 "중국이 CBDC 경쟁에서 먼저 치고 나가더라도 개방성과 투명성을 가진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과 미국 법치주의 원칙이 조합을 이뤄 ‘신뢰도’ 면에서는 훨씬 적합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산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소셜인프라테크의 전명산 대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전 대표는 "중국이 철저하게 중앙집권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이 미국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달러화를 유동화하려고 한다"며 "중국은 CBDC 확장을 위해 바닥부터 다지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미국은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T, USDC)뿐 아니라 은행의 토큰 발행으로 유동성을 풍부하게 가져갈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중국을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폐쇄형 고집하는 中 ‘속도로 치고 나간다’

CBDC를 통해 국가 금융 시스템 통제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중국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광둥성 선전시에서 시민 10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위안 공개 실험에 착수했다.

인민은행과 선전시는 이미 추첨을 통해 200위안(약 3만5000원)씩, 총 2000만위안(약 33억5000만원)어치의 법정 디지털 화폐를 시민에게 나눠줬다. 선전 시민은 이달 17일까지 선전시 1만여개의 지정 상업시설에서 디지털위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중국은 선전시뿐 아니라 슝안지구와 쑤저우, 청두, 동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 등에서 내부적으로 실험을 진행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부터는 대규모 공개 실험에 나서면서 CBDC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이 밖에도 중국은 향후 디지털 위안의 활용 범위를 국경 넘어까지로 확대 중이다. 장기적으로 국제 무역·결제 업무에서 이를 활용하면서 미국 달러 기반의 국제 경제에 변화를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중앙집중화 방식의 CBDC를 고집하지만 누구보다도 결집돼 속도가 빠르다"며 "반면 미국은 견고하게 자리잡은 달러 위상을 활용하면서 민간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어느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두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CBDC 실험 유통에 나선다. 앞서 한국은행은 한국은행이 발행과 환수를 맡고, 유통은 민간이 담당하는 실제 현금 유통 방식의 CBDC 파일럿(시험) 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