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의협 싸움, '한심하다'

입력 2021.02.23 06:00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며칠 앞두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충돌했다. 정부가 ‘강력범죄를 행한 의사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상정을 시도하자, 대한의사협회는 "법원 판결 외 직업 수행의 자유를 박탈하지 말라"며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도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는 제외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시기(時期)’가 미묘하다. 백신 접종사업 개시가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의료계 협력이 절실한 시점에 정부는 의료법 개정안 상정을 시도했다. 백신 접종을 준비하던 의사단체는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과실에 의한 사고에 엮여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총파업 카드를 다시 꺼내든다.

정부와 의협은 앞서 코로나 2차 대유행이 막 시작될 시점에 서로 대립각을 세운 경험이 있다. 2차 대유행의 위험성이 제기된 지난해 하반기 정부는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4대 의료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의사단체는 여기에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며 반발했다. 대화보다는 무조건적인 실행으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해 온 셈이다.

이번에도 이들은 ‘시기’를 탓한다. 의사단체는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의료계를 자극하는 정부에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공공의대 등이 무산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해석한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앞두고 총파업 카드를 꺼낸 의료계에 ‘집단 이기주의’ 프레임을 씌우고 이들을 탓한다. 양측 모두 시기를 틈타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바쁘다.

정부는 의료계 없이 백신 접종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의료계도 ‘살인을 저지른 의사가 면허를 유지한다는 현행 면허 관리 제도에 일부 허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대화의 여지는 충분하다.

관건은 소통하려는 의지와 수용하려는 자세다. 의료계 합의 없는 무조건적인 정책 추진도, 국민을 또 한번 볼모삼는 총파업도 답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해외보다 유독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 의료계가 협력해도 모자를 시기다. 대화의 장으로 나아가 국민 불안을 더는 키우지 않길 바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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