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핀테크 사업이 지난해 크게 성장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카카오페이 역시 적자 폭을 대폭 줄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한 덕이다. 이들이 올해 본격적인 금융 시장 장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판도에 관심이 쏠린다.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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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 핀테크 사업 부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영업이익 36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19년 46억원의 손실을 냈다. 카카오페이 역시 수익성을 개선했다. 2020년 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전년도의 651억원에 비하면 적자 폭을 대폭 줄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간편결제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작년 오프라인 QR 결제 확대에 나서는 등 각각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결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한 결제 중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8.1%에서 4분기 41.5%로 성장했다.

양사는 올해 결제를 넘어 보험, 대출 등 금융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했고,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와 데이터공유 협약을 맺기도 했다.

빅테크의 금융 시장 진출은 세계적인 추세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대형 IT기업이 핀테크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고 중국에서도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이 금융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빅테크 기업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효과(네트워크를 통한 영향력 강화)’를 발휘한다. 다양한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축적해 빠르게 시장 지배력을 넓힐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특히 국내에선 금융당국의 규제 개선이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이달 중 후불결제 사업을 시작한다. 카카오페이도 후불결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와 종합지급결제업 등 신사업이 시행되면 플랫폼과 금융사 간 경계가 더욱 허물어질 전망이다.

금융업계 전반에는 긴장감이 형성됐다. 금융업계는 꾸준히 빅테크의 진출을 견제해왔고 핀테크 업계에서도 빅테크와 경쟁을 우려한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인력이나 허가 획득 등 이 분야에서는 자본력이 곧 경쟁력이다"라며 "서비스로 차별화하고 있지만 규모나 플랫폼 경쟁력 면에서 격차가 크기 때문에 빅테크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빅테크 규제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금은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고 당국도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느라 규제보다는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도 "영향력이 커질수록 규제 논의를 피할 수 없을 것이고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고 했다.

올해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을 통해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하는지도 관건이다. 금융 시장 우위를 정하는 변곡점이 될 거란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후불결제 시장에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미 기득권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 유리하긴 하지만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업)와 종합지급결제업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가 올해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며 "네이버와 카카오에 비해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카드사도 고객 데이터와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만큼 빅테크와 제2금융권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