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가장 기본적인 마스크는 물론, 평소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가정용, 개인용 위생 제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紫外線, ultraviolet, UV)을 이용한 살균 제품들도 그중 하나다. 식당의 식기 보관대나, 병원 등에서 각종 의료용 도구의 살균용으로 주로 쓰이던 자외선 살균 제품들이 새롭게 일반 가정 및 개인용 소형 제품으로 일상생활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파장의 폭이 400㎚~10㎚로 짧은 영역의 빛을 자외선이라 부른다. 빛을 파장에 따라 분해한 스펙트럼에서 무지개처럼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을 기준으로 보라색(자색, violet)의 바깥쪽에 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자외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찬가지로 강한 자외선을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비추면 그 생체 구조 자체를 재생할 수 없는 수준으로 파괴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종류에 상관 없이 똑같이 작용하기 때문에 각종 변종 바이러스도 문제 없다. 이렇게 파괴된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도 단순한 이물질일 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즉, 자외선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것이 자외선 살균기다. 특히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생체 구조까지 파괴할 정도의 자외선은 파장 폭이 280㎚~100㎚ 이내로 가장 짧은 ‘자외선 C(UV-C)’이다. 필립스 UV-C 살균기는 자외선 C를 이용해 각종 유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살균기 제품이라는 의미다.
다만, 밥을 지을 수 있을 정도의 고열을 내기 위한 전열 기구와 금속제 솥 등이 들어있어 묵직한 전기밥솥과 달리, 필립스 가정용 UV-C 살균기의 무게는 약 2.7㎏으로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본체 안쪽 물품 수납부 역시 뚜껑과 같은 고광택 스테인리스로 만든 넉넉한 크기의 금속 바스켓이 들어있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메탈 소재를 사용한 것은 빛의 성질을 이용, 직접 빛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반사된 자외선이 닿을 수 있도록 의도한 결과다.
내부 수납부의 크기는 꽤 넉넉한 편이다. 가로 약 240㎜, 세로 200㎜, 깊이 180㎜로, 스마트폰은 물론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는 각종 생활 소품이나 작은 식기 등을 손쉽게 넣을 수 있다.
물론, 내부 공간이 아무리 커도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동시에 넣으면 자외선을 골고루 비추기가 어려워 살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즉, 넉넉한 크기의 수납공간은 한꺼번에 더 많은 소품을 한꺼번에 넣을 수 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제품도 쉽게 넣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들어갈 수만 있으면 주방에서 쓰는 조리도구를 넣는 것도 가능하다. 유아용 젖병이나 젖꼭지, 장난감 등도 물론 가능하다. 안경이나 틀니, 칫솔, TV나 에어컨의 리모컨 등 생활용품 등도 살균할 수 있다.
부속품으로는 스마트폰처럼 앞뒤를 한 번에 살균해야 하거나, 작은 크기의 소품들을 좀 더 간편하게 살균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소재의 거치형 바구니를 함께 제공한다.
가장 기본 기능인 UV-C 살균 기능으로 작동 시에는 작동 중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무소음으로 작동한다. 처음 작동을 시작할 때와 타이머 종료 후 작동이 멈출 때 ‘삑’하는 신호음을 빼면 아이들 공부방에 놓고 사용해도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작동 중에 뚜껑을 열어서 확인할 수도 없다. 살균용으로 사용하는 UV-C는 인체가 직접 노출되면 심한 화상에서 자칫 실명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빛이다. 작동 중에 뚜껑을 억지로 열면 즉시 안전기능이 작동해 UV-C 램프가 꺼지고 작동을 멈춘다. 이런 안전기능 덕분에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뚜껑이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어 쉽게 열 수 있고, 그만큼 아이들이 멋모르고 넣으면 안 되는 것(작은 반려동물, 액체류, 인화성 물질 등)을 넣을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이 제품을 사용할 때는 부모의 충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건조 기능은 제품의 표면에 있는 습기를 제거하기 위한 기능이다. 물건 표면에 물기가 있으면 UV-C의 살균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살균이 끝나도 세균과 바이러스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제품의 제습 기능은 본격적인 제습기나 건조기만큼은 아니다. 제품 표면에 남아있는 미세한 물방울 등을 날려버리는 데는 충분한 수준이다.
두 핵심 기능을 합친 살균+건조 기능은 유아용 젖병이나 젖꼭지 등 물로 자주 씻는 물건들의 건조와 살균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편의 기능이다. 먼저 건조 기능이 작동하고, 그다음에 살균 기능이 작동함으로써 UV-C의 살균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시중의 다른 자외선 살균 제품과 비교하면 어떨까.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상당수 저가 UV 살균기는 필립스 가정용 UV-C 살균기 같은 전용 램프가 아닌, UV LED를 여러 개 사용한 제품들이 적지 않다.
반대로 말하면, 필립스 가정용 UV-C 살균기는 휴대용 미니 제품을 제외하면 부피는 조금 크지만 더욱 강력한 출력의 UV 전용 램프를 사용함으로써 훨씬 많은 물건을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살균이 가능하다. 내부 수납부에 좀 더 비싸지만, 훨씬 위생적이고, 반사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바스켓을 채택한 것도 안정성 및 살균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한몫한다.
대신 가전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필립스’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35년 이상 UV-C 기반 제품을 만들어온 시그니파이(구 필립스라이팅)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다.
특히 필립스 가정용 UV-C 살균기는 코로나뿐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유아 및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한대 쯤 갖출만한 제품으로 보인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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