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1분기 두나무 지분 일부를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분의 약 1%쯤만을 매각했는데, 그 수익은 120억원에 달한다. 수익실현을 위해 만기펀드 지분 일부를 매각한 것인데,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두나무 지분 매각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카카오벤처스 / 카카오벤처스 화면 갈무리
카카오벤처스 / 카카오벤처스 화면 갈무리
26일 IT업계와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벤처스는 1분기 두나무 지분 120억원어치를 DSC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은 연결기준 2020년 21.3%에서 2021년 1분기 20.4%로 1%쯤이 줄었다. 초기 투자 비용이 4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단 1%의 지분이 그 3배쯤에 달하는 자금으로 되돌아 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두나무 지분은 카카오 7.6%, 카카오벤처스의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와 카카오청년창업투자조합이 12.8%를 보유했다"며 "이번 매각은 카카오 지분은 유지하고 카카오벤처스가 갖고 있는 지분을 정리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에는 두나무가 똘똘한 효자다. 두나무는 카카오의 관계회사로 분류돼 있어 카카오의 당기순이익을 높이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 배당금으로는 1분기 42억원쯤을 수령했다.

여기에 두나무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앞세워 몸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나스닥 상장 계획까지 알려지면서 자산 가치 상승은 지속된다. 두나무 기업가치는 올해 초만해도 9000억원 안팎이었지만 최근 업비트 거래액이 폭증하면서 몸값이 3배쯤 올라 3조원쯤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카카오 역시 두나무의 자산가치를 상향했다. 2020년 말 73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979억원으로 가치를 높였다.

두나무 / 두나무 화면 갈무리
두나무 / 두나무 화면 갈무리
지분 판매 두고 다양한 해석 나와

업계에서는 카카오벤처스의 두나무 지분 일부 정리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두나무가 실제 나스닥 상장을 이루면 더 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인 가운데 올해들어 두나무 지분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사는 "1분기와 2분기에 DSC인베스트먼트에 구주를 일부 매각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우선 두나무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높지 않아 카카오가 리스크 정리와 차익 실현의 관점에서 지분을 일부 정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가 차익을 단계적으로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두나무는 코인베이스에 비해 자산가치가 지나치게 작다"며 "최근 미국 정부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를 강화하려는 방향성이 읽히고 있어서 미국 상장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상황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미국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에서 가상자산 거래 위험성을 유심히 지켜보며 규제를 준비중인 상황이라, 미국 직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가 사전에 두나무 투자 지분을 줄여나가면서 가상자산 관련 위험 요소들을 헤지하려는 시도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계열사뿐 아니라 모기업인 카카오도 미국 상장을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 경우 업비트에 자금이 몰리면서 거래 위험성이 높아지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를 이유로 카카오가 상장 준비 과정에서 부담을 덜어내려는 차원의 행보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벤처스의 두나무 투자가 오래된 만큼, 지금이 매도 타이밍 적기라는 해석도 있다. 카카오계열사의 두나무 취득원가는 42억원쯤인데다,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일부 차익 실현을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두나무에 투자한 대부분 벤처펀드들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벤처 투자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 지분 매도 희망자는 (카카오벤처스를 포함해) 대부분 벤처 펀드로 지분을 들고 있다"며 "벤처펀드 운용 기한이 정해져있어 펀드 만기에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