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방통위, 밥그릇 싸움에 구글만 이득볼까

글로벌 빅테크 기업 영향력이 높아지자 각 국가 규제 당국이 이들을 견제하고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플랫폼들의 불공정 행위를 감독하기 위한 근거 마련에 한참이다. 다만 해외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토종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네이버쇼핑 화면 갈무리
/네이버쇼핑 화면 갈무리
모호한 플랫폼 사업자 대상 규제안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네이버가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검색 추천 서비스의 알고리즘 분석을 둘러싸고 갈등에 휩싸였다. 네이버가 올해부터 쇼핑 검색에 AI를 전면 도입하자 공정위는 AI라 하더라도 검색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은 공개해야 한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위가 올해 1월부터 입법을 추진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에의 공정화에 관한 법(공정화법, 온플법)' 세부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간 분쟁 예방을 위해 의무적으로 계약서를 작성·교부하도록 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법 위반액의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 등 웬만한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해당된다.

네이버는 똑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도 사람에 따라 평소의 검색 성향, 소비형태, 취향, 성별 등이 모두 다른만큼 이를 종합 고려해 더 적합한 상품을 찾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쇼핑 검색을 진화시켰다. 하지만 공정위는 AI만 규제 예외를 허용하면 온플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은 플랫폼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AI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은 아니나, 계약 당사자인 입점업체들에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엇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관계를 규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온플법'의 적용 범위를 확장시켜, 입점 사업자 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와 플랫폼 간 거래 관계까지 다루는 내용을 포괄하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을 내놨다.

부처간 힘겨루기로 자칫 구글만 이득 볼 수도

문제는 규제의 주도권을 두고 방통위와 공정위가 힘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플랫폼 서비스 기업은 전기통신법상 ‘부가통신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어, 관련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공정위가 아닌 방통위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기관이 공정위인 만큼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 영역에서 발생하는 사안도 예외 없이 공정위에 규제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이 공정위에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가 방통위가 반발하자 해당 글을 삭제하고 양측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다시 발간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이런 규제 자체가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의 적용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법제화가 추진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들이 부처간 중복 적용, 사전규제, 신규 규제 도입 등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부처간 힘겨루기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법망을 빠져나갈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알고리즘, 인앱결제, 불법 혐오 콘텐츠 유통 문제 등의 규제와 소송도 빠르게 이뤄진다"며 "우리나라는 규제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어느정도 있는 만큼 규제 입법이 논의되고 통과되는 것은 시간 문제지만 규제의 강도와 주체 등이 어떻게 배분될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라고 말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