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입지 좁아진 넷플릭스…갈 때까지 간다

입력 2021.07.17 06:00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장기 소송전을 불사하며 망 이용대가 지급에 거부감을 보이지만 국내 상황은 점차 넷플릭스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흘러간다. 사법 및 입법기관에서 각각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하는 내용의 논의가 진행된 데 이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서도 디즈니플러스의 망 이용대가 간접 지급 가능성이 커진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맞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DB
법원 이어 국회도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지급해야"

16일 국회와 OTT·통신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거부하는 사이 국내 압박 기조가 더해진다. 법원에서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이 나온 데 이어 국회에서도 이를 보장하는 법안이 별도로 논의되고 있다.

김영식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국민의힘)은 15일 일명 인터넷망 무임승차 방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가 국내 서비스 과정에서 인터넷망을 이용할 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은 국내 전체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에서 구글(23.5%)과 넷플릭스(5%)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가까이 되면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별도로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만큼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설명을 더했다.

그는 "글로벌 사업자가 트래픽 유발 규모에 상응하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면 결국 그 비용이 다른 중소 CP와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의 인프라 고도화 유인이 저하되고 인터넷망의 유지보수에도 지장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넷플릭스의 한국 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6월 25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관련 민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지급을 두고 갈등을 벌이다 지급 의무가 없다는 판단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맡긴지 1년 2개월 만이다.

넷플릭스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진 15일 오후 항소 입장을 밝히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세계적으로 법원이나 정부가 나서 망 이용대가를 강요하는 사례가 없었다며 의무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항소 이유다.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것이 인터넷 생태계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더했다.

넷플릭스 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CP와 ISP 간 협력 전제가 되는 역할 분담을 부정하고, 인터넷 생태계와 망 중립성 전반을 위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1심 판결의 사실 및 법리적 오류가 바로잡힐 수 있길 희망하며 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망 중립성은 ISP가 모든 콘텐츠와 인터넷 기업을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SK브로드밴드가 있는 SK 남산사옥 전경 /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와 다른 길 가는 디즈니플러스…SKB "반소 제기할 것"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지만 김영식 의원실은 입법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넷플릭스 항소와 상관없이 그간 의원실에서 망 중립성과 관련해 연구를 해왔다"며 "카카오와 네이버 등 일부 국내 사업자가 법안 마련에 민감해할 수 있지만 국내 질서를 따르지 않는 해외 사업자 갑질을 방지하려고 하니 (입법 과정에서) 큰 저항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망 이용대가 관련 분쟁이 민사가 아닌 형사 사건으로 바뀌게 된다"며 "현재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소송은 소급적용이 안 되겠지만 앞으로는 (형사 소송으로 갈 수 있는 만큼) 무조건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OTT 업계 변화 기조도 넷플릭스엔 악재다. 월트디즈니의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간접적으로 망 이용대가 지급 의사를 밝힌 탓이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통신사와 서비스 출시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활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CDN은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자 분산된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통상 CDN 업체들은 서비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낸다.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서비스 과정에서 CDN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면, CDN 업체는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구조이기에 간접적으로 비용이 전가되는 셈이다.

SK브로드밴드 역시 넷플릭스 항소에 정면 대응 기조를 보이며 넷플릭스를 압박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항소 입장을 밝힌 당일 저녁 반소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반소는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고(SK브로드밴드)가 원고(넷플릭스)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에 따라 전송은 무료라는 주장을 되풀이하지만 1심 재판부는 망 중립성이 망 이용대가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도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때 반소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와 관련한 계약을 하도록 법원에 결론을 요구하는 내용일 수 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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