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㉘커피 향미평가는 커피종사자의 필수 능력

  • 신혜경 칼럼니스트
    입력 2021.07.30 06:00

    커피는 마실 때 필연적으로 향기와 맛이 난다. 커피에는 향기와 함께 신맛, 단맛, 짠맛, 쓴맛, 감칠맛 등 우리가 느끼는 모든 맛이 다 포함되어 있고 여기에 풍성함을 느끼게 하는 질량감도 내포되어 있다. 동일한 품종의 커피를 마시더라도 원산지와 재배방식, 가공방법에 따라 그 향기와 맛은 다르게 나타나고 어떻게 로스팅하고 추출하는지에 따라서도 새로운 특성이 나타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커피강좌에서 누구나 좋아할 만한 커피의 향과 맛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한 학생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고 팔리는 스타벅스의 커피 맛이라고 한다. 가장 알려지고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적인 것이 아니겠느냐는 논리이다. 이처럼 가장 많이 팔리고 알려졌다고 하여 스타벅스의 커피가 누구나 좋아하는 커피 맛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커피의 향미는 어느 원산지의 어떤 품종의 생콩으로 어떻게 로스팅하고 추출하는지에 따라 각기 다르게 구현된다. 꽃향기와 함께 밝은 신맛과 단맛이 탁월하게 나타내는 커피생콩은 그런 특성이 최종 음료에 잘 구현될 수 있도록 커피 한 잔을 만들어내야 하고, 만일, 구수하고 묵직한 향미를 내는 커피생콩이라면 그런 향미 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 그래서 커피의 향미평가는 해당 커피가 어떤 향미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최종 음료에 그런 향미 특성이 충실히 구현되어 있는지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현실에서 커피 종사자들은 다양한 커피의 특성을 알고 그에 맞는 향미를 구현하는 커피음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커피생콩의 향미 특성을 숙지하는데 많은 공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생콩의 특성을 파악하고 난 다음에는 그 특성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생콩을 로스팅하고 추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커피의 향미는 생콩 단계부터 시작하여 로스팅 과정을 거쳐 최종 음료를 만들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연결되어 평가되어야 한다.

    즉, 최종적으로 커피 생콩의 고유한 특성이 잘 나타나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행되는 각 단계(커피생콩선택, 로스팅, 추출, 음료제공)마다 커피의 상태와 향미평가를 통하여 최상의 결괏값을 내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지를 순차적으로 판단해 가면서 필요시 수정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커피업체 종사자라면, 특히 커피맛을 개발하고, 유지하며 커피매장의 커피 콘셉트를 관리해 나가는 일을 한다면, 커피에 대한 향미를 평가하는 능력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계속 개발해 나가야 하는 능력이다.

    커피향미를 평가함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개별 커피가 가지고 있는 향미특성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 못지않게, 누구나 선호하는 대중적인 입맛도 고려하여야 한다. 여러 가지 맛 표현 중에서도 단맛이 베이스로 깔려있는 커피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맛은 아기가 엄마 젖을 찾을 때부터 길들여졌을 것이다. 우유는 체온(36.5도)에서 가장 단맛을 내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기분 좋은 단맛이 제일 선호하는 맛으로 정착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커피생콩의 특성을 충실히 구현하는 음료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 향미가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맛에서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다크하게 로스팅 된 콩에서 나오는 쓰디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경우 쓴맛이 덜하고 단맛이 살짝 가미된 먹기 좋은 묵직한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 반대로 약하게 볶아 신맛이 도드라진 원두의 경우에는 원두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다는 이유로 강한 신맛에 인상이 찌푸려지게 추출해서는 안 된다. 단맛이 살짝 가미된 상큼한 커피로 추출해야 한다. 최종 음료로 만들어지는 각 과정에서 향미평가를 하여 필요한 경우 향미를 수정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상 커피의 향미는 커피의 향기, 맛, 촉감, 균형감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그중 향기는 기체 상태에서 느끼게 되고, 나머지는 모두 액체상태에서 느끼게 된다. 통상 커피의 향기는 생콩이 가지고 있는 꽃향(Flowery), 과일향(Fruity), 야채와 같은 허브향(Herby) 등 고유의 향에서부터 로스팅이 진행되며 고소한 향(Nutty), 카라멜향(Caramelly), 초코릿향(Chocolaty), 송진향(Resinous), 매운내(Spicy), 탄향(Carbony) 순으로 난다. 커피를 마실 때 느껴지는 향기의 순서는 커피를 분쇄했을 때 느껴지는 분쇄된 커피의 향기(Dry Aroma), 분쇄된 커피에 물을 부어 적실 때 올라오는 향기(Wet Aroma), 음료로 추출된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향기(Nose), 마시고 난 뒤 남는 여운의 향기(Aftertaste)순이다.

    커피의 맛은 신맛, 단맛, 짠맛, 쓴맛으로 구분되고 촉감(Mouthfeel)은 입에 들어오는 풍성함과 부드러움으로 나타내며 바디감(Body)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커피의 농도와도 연관이 있어 다크한 커피를 맛볼 때, 묽은 것보다 진한 커피를 더 바디감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균형감은 전체 커피맛의 밸런스(Balance)를 의미한다. 전체 커피의 향기와 맛이 기분 좋게 어우러져 나타나는지를 평가한다.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는 항목과 기준은 1982년에 설립된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Th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SCAA)에서 2003년 6월에 선보인 커피향미 평가지(Cupping Form)에서 시작되었다. SCAA는 2016년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 (Th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Europe, SCAE)와 통합되어 SCA(Th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가 되었다.

    커피의 품질과 향미를 평가하는 일을 커핑(Cupping)이라고 말하고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커퍼(Cupper)라고 칭한다. 커퍼는 2003년 시작 당시만 해도 세계적으로 20명 미만 정도로 극소수였다. 하지만 그 후 SCAA에서 큐그레이더(Q-Grader)라는 커피 향미평가사 자격증을 만들고 각종 커피업체에서 커피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SCAA의 커핑 평가지(Cupping Form)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급증하여 2021년 2월 현재 큐그레이더(Q-Grader)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한 커퍼 수는 6,268명이나 된다.

    SCAA의 커핑 평가지는 향기(fragrance/aroma; 아로마), 산미(acidity; 밝고 청량감, 상큼함), 단맛(sweetness; 달콤함), 향미(flavor; 기분 좋은 특성에 대한 느낌), 바디(body; 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부드러움), 후미(aftertaste; 커피를 마시고 난 후의 뒷향기와 남는 여운), 클린컵(clean cup; 깔끔함), 통일감(uniformlty; 전체의 통일감), 균형감(balance; 전체 향미의 균형감), 전반적 의견(Overall)을 평가항목으로 구성하여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총점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스페셜티급 커피 이상의 커피, 그 이하는 커머셜급 커피로 품질의 등급을 나눈다.


    SCAA 커핑 평가지
    중남미의 여러 커피 생산국(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에서는 산지의 커피생콩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서 각 국가별로 대회(COE, Cup of Excellence)를 개최하고 있다. COE대회에서 사용하는 평가지는 SCAA의 평가지와는 다른 고유의 평가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각 평가항목들은 SCAA와 유사하나 점수 기준이 차이 나고 점수 매겨 계산하는 법이 다르다. 특히, 커피의 아로마와 결점두를 좀 더 상세하게 점검하고 있다. 이는 산지에서 갓 수확한 커피생콩의 품질을 평가하고 생산자들끼리 정보교류의 장을 통해 품질 개선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COE에서의 순위는 커피생콩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농장주는 COE 대회 10위까지의 등수 안에 들기 위하여 산지 특유의 고유한 향미 외에 색다른 향미를 구현할 수 있도록 가공공정에 변화를 주거나 품종개량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OE 커핑 평가지
    우리나라의 커피교육 현장에서는 대체적으로 SCAA와 COE 커핑 평가지를 가지고 커피향미 평가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SCAA와 COE에서 사용하는 평가 기준과 점수 체계는 미국과 중남미 등의 산지에서 그 지역의 입맛과 환경 및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평가항목과 점수체계를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커피향미 평가는 그 평가 목적에 따라 기준과 평가 항목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로스팅 후 원하는 포인트에 맞게 볶아졌는지를 평가할 때 살펴야 하는 기준은 바이어들이 산지를 방문하여 커피생콩을 구입할 때 보는 평가항목과 기준과는 당연히 달라야 한다. 또, 로스팅 된 원두에 대한 평가기준과 원두를 추출하여 원하는 향미가 제대로 뽑아졌는지를 살필 때의 평가기준이 당연히 같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커피향미 평가항목과 기준은 평가를 하는 목적에 따라 달리 구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rncy Standards, NCS)을 제정하여 각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등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산업현장에서 직업교육·훈련 교육을 실시하도록 유도하고 자격제도를 통해 과정수행 평가를 실시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커피 분야는 ‘커피 관리’라는 직무 명칭으로 NCS에 규정되어 있다.

    필자는 2018년 6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커피와 관련된 새로운 NCS 능력단위를 개발하고, 종전의 능력단위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에 관여한 적이 있다. 커피 종사자라면 마땅히 갖추어야 하는 커피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커핑 능력은 커핑을 하는 목적에 따라 조정되어 활용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NCS의 커피 능력단위로서의 커핑에는 산지에서 커피생콩을 구매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평가항목과 평가방법은 전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NCS의 ‘커피관리’직무에 ‘커피테이스팅’ 능력단위가 개발되어 추가되었는데, 커핑 방법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도록 구성하였고 향미평가 항목은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항목들을 조정하여 구성하도록 유도하였다.

    우리나라 사람은 단맛과 함께 누룽지의 구수함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러한 선호도를 고려할 때 산미와 달콤함에 쓴맛이 가미된 커피가 SCAA평가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 커피가 우리 입맛에도 맞는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호도에 따라 커피향미를 평가할 때에는 SCAA 평가항목에 더하여 달고 구수하며 풍성한 커피에 대한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여 점수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커피협회와 같은 전문단체가 커피매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목적에 따른 커핑 평가지와 평가기준을 마련하여 제공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커피생콩을 구입할 때, 로스팅 한 결과를 평가할 때, 매일 음료의 맛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평가할 때,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등 활용 목적에 따라 커핑 평가항목 및 기준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커피에서 향미평가는 커피종사자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시각, 후각, 커핑 훈련을 통하여 갖출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커핑 목적에 따라 우리의 현실에 맞는 평가항목과 평가기준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맞는 평가지가 제공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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