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의 빅테크 견제,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입력 2021.08.03 06:00

로버트 보크는 현대 반독점법 이론을 정립했다. 그는 ‘반독점법’의 유일한 목적은 소비자 후생이고, 소비자 후생만 나아지면 독점도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점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는 것이 나쁘다는 관점으로 접근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1979년 그런 법리를 받아들였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 보크의 이론은 미국 반독점법 집행의 주요 기준이 됐다. 현재까지 40년간 미국 경쟁당국의 판단을 지배했다.

하지만 이런 기준으로는 사업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최근의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기 어렵다. 예전의 독점과 빅테크 기업의 독점 구조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예전과 달리 이용자를 많이 모아 시장을 지배하고, 가격을 올리며 이익을 독식하는 경로를 밟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2017년 홀푸드마켓을 인수하고 오프라인 소매업까지 진출해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가격 인상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는 아마존으로 인해 더 빠르고, 더 싸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 너무도 편리하다. 포털에 접속하면 검색 뿐 아니라 쇼핑,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뉴스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아마존의 끊임없는 확장으로 인해 슈퍼마켓 자영업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기회조차 사라진다. 포털, 플랫폼과 연결되지 않으면 콘텐츠가 노출되지 않는다. 빅테크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는 시장에서 투자받기조차 어려워 혁신과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게 투자자들이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분야를 지칭하는 '킬 존(kill zone)'이라는 표현도 있다.

소비자 후생이 늘었으니 이들 자영업자는 외면해야 할까? 이대로 괜찮을까? 소비자 후생이라는 단일한 기준만으로 독과점 규제 여부를 판단해도 좋을까?

이런 질문에 최근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함께 전면 등장한 ‘신 브랜다이스 학파'는 이같은 세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소비자 가격 상승 여부만으로 규제 집행 여부를 결정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독과점 기업을 판단할 더 많은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빅테크 성장이 노동자 입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작은 기업들의 생존에 끼친 영향은 어떠한지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 빅테크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빅테크는 결코 ‘공짜로'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듯하지만 엄밀히는 빅테크가 운영하는 ‘광고 시장'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데이터를 ‘납부'하고 있다.

이에 신 브랜다이스학파는 ‘구조적 분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노동자 입지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작은 기업의 생존을 파괴하는 빅테크가 자신의 플랫폼에 의존하는 업체와 경쟁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끊임없이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해 경쟁자를 사전에 차단하면서 몸집을 불리는 ‘킬러 인수(killer acquisition)'를 멈추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는 한국으로 치면 쿠팡이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PB상품을 팔며 이득을 취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네이버가 검색 영향력을 지렛대로 부동산 사업에 진출하거나,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택시부터 퀵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이 급진적인 반독점 정책을 논의하고 추진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주요 플랫폼의 ‘갑질’을 막는 데만 초점을 맞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정도만 논의되는 수준이다. 그나마 추진되고 있는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새롭게 생겨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에서 소비자 권리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플랫폼의 ‘무한 확장'과 인접 시장 진출 문제,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PB상품을 팔며 이득을 취하는 문제 등은 논의되지 않는다. 주요 플랫폼이 소비자 후생을 늘리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줄일 수 있는 현실은 외면한다. 이용 사업자의 플랫폼 종속,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문제 역시 논의되지 않는다. 잠재력 있는 작은 기업을 빠르게 인수합병해 경쟁이 제한되는 현실에는 접근조차 못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주요 플랫폼이 자기 사업을 우대하는 행위라든지, 인접 시장에 끊임없이 진출하는 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할 시기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 지적되는 적극적인 빅테크 규제 주장은 토종 기업 옥죄기로 이어지고, GAFA의 공격적 침투를 본격화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해할 만하다. 다만 이 문제는 해외 빅테크와 국내 토종 플랫폼에 견제 기준을 동일하게 마련해 적용하면 될 문제다. 쿠팡과 아마존, 네이버와 구글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