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사장)와 노조가 대화를 나눴다. 노사협상과 관련해 삼성전자 대표가 직접 면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노사가 대화의 물꼬를 텄음에도 갈길은 멀다. 노조 측에서 경 사장에게 임금협상 요구안에 대한 결정을 다음주까지로 요청하면서 타협 가능성은 여전히 미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18일 삼성전자와 노조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1시간쯤 화성사업장에 있는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노조 측과 만나 임금, 복지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회사 측에선 경 대표와 인사 담당 임원 3명이, 노조 측에선 공동교섭단 간사와 각 노조위원장이 참석했다.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 삼성전자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 삼성전자
이날 간담회는 양측이 처음 대면한 자리로 임금교섭이 아닌 의견 교환 수준에서 대화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공정하고 투명한 급여체계 도입’과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급여 체계 개선과 관련해 성과급 기준을 현재의 불투명한 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기본급을 정률 인상 대신 정액 인상으로 전환하며 포괄임금제와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했다. 휴식권은 유급휴가 5일과 회사창립일·노조창립일의 유급화를 요구했다.

17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 정문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직원이 시위를 하는 모습 / 이광영기자
17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 정문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직원이 시위를 하는 모습 / 이광영기자
경 사장은 앞으로 솔직한 대화를 이어가며 의견을 맞춰보자는 취지로 답했다. 노조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로 검토하면서 쉽게 풀 수 있는 사안과 시간이 걸릴 사안을 구분해 다시 얘기를 나누자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표와 노조의 첫만남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회사 발전을 위한 의견 교환을 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달리 노조는 이번 면담에 대해 다소 아쉬웠다는 반응이다. 노조는 이번 만남을 2021년도 임협의 요구사항에 대해 답변 및 의사결정을 협의하는 차원으로 이해했지만, 경 사장이 의견 교환 수준의 대화로 참석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노조 관계자는 "임협 요구사항에 대해 다음주까지 대표이사로서 의견 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에는 총 4개 노조가 설립돼 있다. 총 조합원 수는 4500명쯤으로 전체 직원의 4% 규모다. 가장 규모가 큰 노조는 전국삼성전자노조(4노조)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