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지난해부터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성장세가 더 가파른 모양새다. 탈중앙화 앱 마켓 데이터 분석 플랫폼 댑레이더와 미레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NFT 시장 규모는 1분기 12억3000만달러(약 1조4600억원), 2분기 12억4000만달러(약 1조4718억원), 3분기 107억달러(약 12조7009억원)에 육박했다. 국내에서도 화제였던 NFT는 디지털 아트 거래, 거래 플랫폼인 마켓플레이스의 생성, 게임 출시로 올해 주목 받았다.

비플의 ‘매일: 첫 5000일'. / 비플 인스타그램 갈무리
비플의 ‘매일: 첫 5000일'. / 비플 인스타그램 갈무리
디지털 아트의 NFT화

올해 상반기에는 몇 백억원을 호가하는 NFT 작품이 판매됐다는 소식이 연일 화제였다. 예를 들어 올해 3월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 수백 개 이미지로 구성한 ‘매일: 첫 5000일’이라는 NFT 작품은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785억원)에 판매됐다.

처음 NFT가 주목 받은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실물 예술작품이나 아이돌 상품의 경우 동일작이 존재하면 희소가치가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반대로 NFT 작품은 구매자의 소유라는 인증이 부여되기 때문에 희소성이 담보된다. 이후 예술작가들이 미술과 음악 등 디지털 아트 작품을 NFT화 해 판매하기 시작하며 일반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전시 시장이 타격을 받자 대체수단으로 디지털 아트를 NFT화하고 새로운 수익 창출을 꾀했다.

NFT 작품의 경매가 활발히 진행되던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면 작품을 NFT화 해 이벤트성으로 증정하는 사례가 늘었다.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는 친구를 초대하고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을 대상으로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헤링' 작품을 NFT화 해 만든 카드를 증정했다. 또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는 가수의 포토카드나 앨범 패키지를 NFT 굿즈로 만들어 당첨된 팬에게 줬다.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 사이트와 오픈씨가 제공하는 크롬 브라우저용 플러그인 ‘메타마스크'. / 오픈씨 홈페이지 갈무리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 사이트와 오픈씨가 제공하는 크롬 브라우저용 플러그인 ‘메타마스크'. / 오픈씨 홈페이지 갈무리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부터 판매까지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사람들은 디지털 아트 작품을 NFT화 한 작품을 사고 팔게 됐다.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은 ‘오픈씨'다. 오픈씨는 누구나 NFT를 발행해 판매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올해 8월 말 2억달러(약 2400억원) 이상의 거래를 진행했다.

국내에도 다수의 NFT 마켓플레이스가 생겼다. 오픈씨와 비슷한 사용자 제작 NFT 마켓플레이스는 블로코XYZ의 CCCV NFT 마켓플레이스가 있다. 누구나 NFT를 발행하게 하는 대신 구매자가 판매자의 정보를 확인하도록 배찌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만 국내 대다수 NFT 마켓플레이스는 ‘비사용자 제작형’이다. 누구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보완해 마켓플레이스의 자체 심사와 큐레이션으로 승인된 거래만 허용한다. 큐레이션은 디지털 아트 작품을 원작자와 협의한 후 전문가가 가치를 평가한 뒤 이뤄진다.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이 해당 작품을 NFT화 하는 것이다. 그라운드X 의 클립드롭스와 갤럭시아머니트리의 메타갤럭시아가 대표적이다.

사용자 제작과 비사용자 제작의 중간 형태로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NFT화 할 수 있는 대신 마켓플레이스에서 심사 후 판매를 승인하는 형태다. 바른손랩스의 엔플라넷과 한글과컴퓨터가 만든 아로와나 NFT 마켓이 있다.

국내 NFT 마켓플레이스는 승인된 작품만 거래 가능하도록 만든 비사용자 제작형이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NFT를 명확히 규제할 법률이 없어 작품 거래로 인해 저작권과 소유권 등 다양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대표 NFT 게임이라 불리는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 위메이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대표 NFT 게임이라 불리는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 위메이드
우후죽순 생겨난 NFT 게임

하반기로 갈수록 게임사가 NFT 이슈를 주도했다. 게임사는 게임 속 재화를 가상자산과 연결해 이용자가 게임을 할수록 돈도 벌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들었다. 그동안 법적으로 게임사가 소유권을 지녔던 아이템과 캐릭터를 NFT화 해 이용자에게 판매하거나 거래하게 만든 것이다.

위메이드는 NFT 게임을 만든 대표 게임사다. 지난 8월 출시된 미르4 글로벌은 게임 내 재화인 ‘흑철'을 토큰화 과정을 거쳐 드레이코로 변환시키도록 했다. 이용자는 드레이코를 다시 위믹스크레딧으로 바꾼 다음 가상자산인 위믹스로 교환할 수 있다.

이후 지난 11월에 있었던 3분기 실적발표를 시작으로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등 주요 게임사가 NFT 게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NFT 게임 출시 선언이 주가를 올리려는 행동일뿐이다"라고 지적하면서도 "이미 NFT 게임 출시는 흐름이 됐기 때문에 따라가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두려움이 사업을 추진하게 한 원동력일 것이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에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선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등급분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NFT 게임의 경우 게임위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작동된다는 특성상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만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