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터넷 포털 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특수를 누렸다.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질 전망이다. 검색 광고 중심에서 벗어나 쇼핑, 금융, 콘텐츠, 클라우드 등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다는 평가다. 인터넷 기업을 겨냥한 잇단 규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라이브커머스 승부수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이 시장은 오는 2023년 10조원대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포털 업계가 라이브 커머스 사업에 집중한 배경이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11월 누적 시청 횟수 약 4500만회를 기록했다. 카카오 쇼핑라이브 역시 누적 시청 1000만회를 돌파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가 플랫폼과 전문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했다고 분석한다.

양사는 콘텐츠 차별화를 통해 판을 키운다. 흥미로운 소재로 시청자 몰입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방송인 하하, 유명 쇼호스트 리코 등을 내세워 예능형 쇼핑 콘텐츠에 본격화를 선언했다. 카카오도 유명 연예인, 인플루언서 섭외에 공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구독 서비스가 대세

네이버와 카카오는 미래 먹거리로 구독 서비스를 꼽았다. 1인 가구 증가와 소비 행태 변화 등으로 구독 시장이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정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를 잡아두는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6월 구독형 유료 회원제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선보였다. 월 정액제로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과 웹툰, 클라우드 등 서비스 이용 혜택이 제공된다. 카카오는 가전·가구 업체와 손잡고 상품 구독 서비스에 나섰다. 카카오톡 채널 기반으로 렌털, 정기배송 과정을 효율화했다.

양사는 내년 콘텐츠 구독 서비스로 맞붙는다. 네이버는 다수의 언론사와 손잡고 유료 콘텐츠 구독 모델을 마련한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뉴스·음악·글·동영상 등을 발행하고 큐레이션할 수 있는 콘텐츠 구독 플랫폼을 선보인다.

B2B 서비스 활성화 박차

코로나19 사태로 원격근무가 보편화되면서 클라우드 및 협업도구 시장이 급성장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비대면 수요와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를 네이버 B2B 비즈니스 원년으로 선언했다. 기업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은 네이버클라우드로, 라인웍스는 네이버웍스로 이름까지 바꿨다. 카카오도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워크를 선보이며 협업툴 시장에 뛰어들었다. 새해 1월에는 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 i 클라우드를 정식 출시한다.

양사는 데이터센터 건립에도 속도를 낸다. 네이버는 강원 춘천시 데이터센터 각에 이어 세종시에 두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구축한다. 카카오는 경기 안산시 한양대 캠퍼스 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운다. 이를 바탕으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인증서 격돌

올해 공인인증서 시대가 막을 내렸다. 전자서명법 개정안 시행으로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서 사설 인증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앞서는 가운데 네이버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지갑을 선보이며 인증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도입 기관이 200곳 이상이며 카카오톡으로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카카오 인증서는 새해 1월부터 국세청 홈택스, 정부24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제휴처를 확대하며 추격에 나섰다. 국민연금공단, 한국부동산원, 흥국화재, 서울사이버대학교 등에 인증서를 도입키로 했다. 12월 기준 54곳인 사용처를 내년 말까지 540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K웹툰 위상 높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웹툰의 글로벌 거래액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도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웹툰은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자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네이버는 북미, 유럽 시장에서 웹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유럽·남미 지역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550만명을 넘어섰다. 글로벌 MAU는 7000만명을 바라본다. 카카오도 카카오재팬 만화 앱 픽코마를 통해 한국과 일본 시장에 이어 북미, 인도, 동남아 전역으로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조여오는 플랫폼 규제

증권업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내년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발 빠르게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인터넷 기업의 몸집이 커진 만큼 이를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술 조치 등도 망품질 유지 의무도 부과됐다.

새해에는 더 강력한 규제가 가해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1분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규제로 인해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