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로 촉발된 성과급 논란이 대기업 전체로 확산하는 가운데 LG전자 임직원들도 타사 대비 낮은 연봉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매출은 대기업 중 3위인데, 과장 초임 연봉은 최저 수준이라는 것이다. 경영진에 공개적으로 처우 개선 요구에 나섰다.

LG전자 한 임직원은 21일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 게시판에 ‘LG전자 직원 저연봉 처우 불만 이슈 검토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임직원 연봉 분석과 주요 이슈 및 제안을 넣은 보고서를 올렸다.

LG전자 한 임직원이 블라인드에 올린 임직원 연봉 분석 관련 자료 / 블라인드
LG전자 한 임직원이 블라인드에 올린 임직원 연봉 분석 관련 자료 / 블라인드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2020년 63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상위 13개 기업 중 3위에 올랐다. 영업이익은 3조2000억원으로 4위다. LG전자의 과장 초임(9년차) 평균 연봉은 5400만원(성과급 제외)으로, 13개 기업 중 가장 적다. 13개 기업 중 유일한 5000만원대다.

현재 LG전자는 과장 직급체계는 쓰지 않는다. 2017년 7월부터 기존 직위·연공 중심의 5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체계 대신 선임·책임 등 단계를 사용한다. 수평적 기업문화 확산을 위한 조치다. 직급 체계 변경 전 9년차 과장 평균 초임은 5400만원이었다.

LG전자는 그룹 주요 계열사 비교에서도 독보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과장 연봉은 LG화학(6100만원), LG디스플레이(6100만원), LG CNS(6000만원) 대비 적었다.

이 직원은 LG전자 직원 연봉은 업계 최저 수준이지만 임원 평균 연봉은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LG전자의 2020년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26억1800만원으로, 삼성전자(30억400만원)에 이어 2위다.

보고서에서는 LG전자 익명게시판과 블라인드를 통해 살펴본 직원 여론 동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타사 이직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고, 이직자를 축하하거나 자사 연봉에 대한 대외적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넥슨 등 IT 업계의 연봉 일괄 상승으로 상대적 패배감이 생겨났으며 자사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인재 이탈로 미래 사업 운영 기반 약화가 예상된다는 우려도 있다.

LG전자의 블라인드 평점은 1.9점으로 매출 상위 기업 중 최하위다. 블라인드 평점은 소속 기업 임직원들이 앱 내에서 ▲커리어 향상 ▲업무와 삶의 균형 ▲급여 및 복지 ▲사내 문화 ▲경영진 등에 대한 종합 평가를 합산한 점수다. 22일 기준 LG전자 직원 2567명이 평가했다.

LG전자가 2021년도 임단협 시 직급 연차별(5년차 5000만→5500만원, 9년차 5400만→6500만원, 13년차 6500만원→7500만원) 연봉 상승으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방안도 내놨다. 직급 초임 외 임직원 연봉을 일괄 800만원씩 올리고 고과에 따른 상승률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네임밸류에 맞는 급여 처우 개선이 가능하고, 이는 애사심 상승과 퇴사율 감소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를 본 LG전자 한 임직원은 "신경써서 만들었는데,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임직원은 "그냥 희망사항을 적은 것이고, 임원들은 그냥 모른척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LG전자는 16일 2020년도 성과급(기본급 기준)을 확정했다. 초과 실적을 달성한 사업부와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 직원의 성과급 규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일부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냉장고·식기세척기·세탁기·건조기·스타일러 사업부는 750%, 에어컨 사업부는 600%의 성과급을 받는다. 연봉 8000만원을 받는 냉장고 사업부 직원은 성과급으로 최대 3000만원을 받는 셈이다.

반면 TV 사업부의 성과급은 200%로 정해졌고,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모바일 사업본부 직원들은 성과급이 아닌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