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굴뚝산업으로 꼽히는 철강업계가 전기로를 앞세워 ‘그린철강’으로 향해가고 있다. 전기로를 통해 탄소배출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완성해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사가 전기로를 중심으로 탄소배출 저감에 나서고 있다. 전기를 통해 열을 얻어 철강을 제련하는 방식의 전기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고로(용광로)와 비교했을때 탄소배출이 2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전기로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연간 1000만톤(t) 이상의 전기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철근·형강 등의 봉형강 제품은 물론 열연강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전기로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자적인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을 통해 저탄소 고급판재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새로운 개념의 전기로 생산 기술을 통해 전기로 분야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 현대제철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 현대제철
하이큐브는 현대제철 고유의 수소 기반 공정 융합형 철강 생산체제를 의미한다. 하이큐브는 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의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제철은 신개념의 전기로에 스크랩(고철)과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쇳물), DRI(직접환원철) 등을 사용해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며 자동차강판 등의 고급판재류를 생산하게 된다.

포스코 역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2026년까지 국내에 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중 친환경 철강 생산에 20조원이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기로 신설과 친환경 설비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2025년까지 전남 광양제철소에 전기로 1기, 2027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전기로 1기를 각각 준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강업계는 전기로를 활용해 탄소배출 저감에 박차를 가하고 향후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바탕으로 완벽한 탄소제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수소환원제철은 고로에 철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환원재로 석탄이 아닌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제철소에서 용광로가 사라지게 되며 용광로에서 만들어진 쇳물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전로도 사라진다. 수소환원제철에선 전기로가 전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전기로를 활용하면 수소환원제철 전 공정에서 탄소배출량은 제로가 된다.

아직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 초기단계이지만 윤석열정부가 수소환원제철 실증로 구축 등을 국정과제로 내세워 해당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 포스코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 포스코
철강사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수소환원제철 공정과 수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수소환원제철에 소요되는 대량의 환원용 수소 생산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자체 철강 생산공법인 파이넥스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HyREX’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간 1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시험 설비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아직 초기단계이다"며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철강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정부도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환원제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만큼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철강사에 기술력이 합쳐지면 해당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 탄소저감을 위해 전기로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며 "다만 전력요금에 예민하기 때문에 전기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