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소재·부품 '탈중국' 수순… 국산화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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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9.01 06:00
한국 배터리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3년 미국이 시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중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거나 중국산 핵심 광물을 사용할 경우 페널티를 받는 탓이다.

K배터리 업계는 폐배터리 재활용과 원료 자체 개발 등 소재·부품의 ‘국산화’로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미중 간 무역분쟁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전기차 배터리 / 조선DB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8월 16일(현지시간)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을 배제하는 IRA 법안을 통과시켰다. IRA는 중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K배터리 업계는 소재와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전기차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을 해야 하며,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인 리튬·니켈·흑연·알루미늄 등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되거나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된 광물이어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보조금으로 최대 7500달러(1010만원)의 절반인 3750달러(491만원)를 받고, 나머지 3750달러는 북미산 배터리 부품 조달 비율을 충족한 후 받을 수 있다.

K배터리 업계는 미 행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따르지 못할 경우 북미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에서 배터리 소재를 공급받으면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K배터리를 전기차에 장착하겠다는 제조사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최근 소재 관련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 중이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중국산 소재를 국산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LG에너지솔루션의 부문별 국산화 비율(구매액 기준)은 소재는 43%, 부품 72%, 장비 87%다. 2021년 소재 국산화 비율은 51%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50% 선을 넘어섰고, 국산화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삼성SDI는 에스티엠과 그 자회사 에코프로이엠 등과 함께 국산 양극재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에스티엠은 양극재 제조 전문회사다. 삼성SDI는 양극재 제조라인을 에스티엠에 양도하면서 양극재 제조에 힘을 싣는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구체 생산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통해 전구체를 제조 및 가공한 후 양극재를 만들어 삼성SDI와 SK온에 납품한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주요 원료다.

이외에도 국내 배터리 3사는 포스코케미칼에서 자체 제조한 천연 흑연 음극재를 제공받는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인조 흑연 국산화에 성공했다. 인조 흑연은 천연 흑연보다 배터리 수명이 길고, 충전 속도가 빠르다. 포스코케미칼은 연간 8000톤(t)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인조 흑연 설비를 갖췄고, 앞으로 생산 능력을 1만 6000t까지 늘린다.

전해액과 분리막 소재도 국산화가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대전에 전해액 유기용매 공장을 설립 중이고, 세계 분리막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SK아이테크놀로지는 생산능력 증설에 주력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도 공급망 다변화의 대안 중 하나로 주목 받는다. 수입에 의존하지 않아도 폐배터리에서 원소재를 일정 분량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천안·울산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 순환 체계를 구축해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에 돌입했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재활용 전문 업체가 수거한 뒤 공정을 거쳐 황산니켈·황산코발트 같은 광물 원자재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리사이클링 업체 ‘리사이클’에 투자해 폐배터리 원료를 재활용하기로 했다. SK온은 미국의 완성차 포드와 세운 합작사 ‘블루오벌SK’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배터리를 재활용 업체인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의 기술을 활용해 다시 금속 형태로 배터리 제작에 활용할 예정이다.

물론 아직 한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폐배터리가 일정 수준 이상 수거돼야 안정적인 공급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한 후 다시 배터리를 만들 때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는 IRA의 세부 내용이 발표될 때까지 관련 내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IRA 기준이 배터리 광물 생산지인지 아니면 제련 국가인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호주에서 나온 리튬을 중국에서 제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광물을 호주산으로 볼 것인지, 중국산으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준에 따라 대응 난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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