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인물이다. 미국 4위 이통사 스프린트의 대주주인 손 회장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런 손 회장은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상황에서 ‘화웨이’ 통신장비를 배제하겠다는 의외의 선언을 했다. 그가 미국쪽 손을 들어준 이유로는 스프린트의 T모바일 인수합병 추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만간 미국 정부가 양사간 M&A에 대한 최종 합병을 할 예정이어서, 손 회장이 거래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조선일보 DB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조선일보 DB
하지만, 손 회장 생각대로 판이 흘러가지 않을 조짐을 보인다. 260억달러(30조7580억원) 규모의 M&A가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화웨이 배제를 선언했던 손 회장이 중국 눈치를 보며 화웨이에 다시 러브콜을 보낼 수 있다.

◇ 스프린트 최대주주 손정의 회장, 세번째 T모바일 인수합병 시도 나서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10개주 검찰총장이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스프린트의 T모바일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소송 여파는 손정의 회장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손 회장은 벌써 세 번째로 T모바일과 스프린트 간 M&A를 도전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2013년 스프린트에 220억달러(23조4784억원)를 투자했고, 이후 꾸준히 T모바일 인수를 노렸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통시장 고착화와 소비자 선택권 축소 등을 이유로 양사간 M&A를 승인하지 않았다.
두번째 시도는 2017년에 있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T모바일 지분을 가진 도이치텔레콤과 협의를 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 진행 중인 M&A는 세번째로, 손정의 회장은 2018년 4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양사간 합병을 승인해 달라는 신청을 했다.

◇ M&A 승인권 쥔 FCC와 법무부, 입장 완전히 달라

FCC는 양사간 M&A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AP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은 5월 아짓 파이(사진) FCC 위원장이 FCC 4명의 위원에게 양사간 M&A 계획을 승인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5세대 통신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가려면 거대 통신 사업자의 탄생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6년 이내에 미국 국민의 99%가 5G를 쓸 수 있는 통신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FCC와 함께 M&A 승인권을 쥔 법무부는 입장이 다르다.

법무부 산하 반독점국은 양사간 M&A를 반대해야 한다며 법무부에 권고했다. 미국 10개주 경찰총장의 소송 제기는 반독점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들은 합병이 이뤄질 경우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이 저하되고 요금 인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FCC가 M&A에 찬성 하더라도 법무부가 반대하면 최종 승인은 안된다. 이 경우 M&A를 추진한 손정의 회장 역시 불가피하게 타격을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M&A 성사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손정의 회장이 M&A 불발 후 화웨이 배제와 관련한 기존의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 번째 합병 추진이 또 다시 불발되고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질 경우 손 회장이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손 회장은 이해 관계를 확실히 따지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며 "M&A 추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화웨이 제품을 다시 쓰겠다고 발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