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달 탐사 궤도선 발사 사업이 존폐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을 직접 찾았다.

국내 최초의 우주탐사 프로젝트인 달 탐사 사업은 난관에 봉착했다. 궤도선 중량, 연료용량 등 기술적 난제와 연구자간 이견 때문이다. 항우연은 자체 점검과 외부 점검평가 결과를 토대로 발사일정을 19개월 연장하는 등 사업계획을 변경했지만 연구현장에서는 사업 추진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는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과기정통부 제공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과기정통부 제공
14일 최기영 장관은 고난도 우주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달 탐사 사업단의 일선 연구원들을 만나 오후 12시10분부터 오후 5시가 넘을 때까지 당초 계획한 시간(오후 3시)을 훌쩍 넘기며 현장 관계자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최 장관은 임철호 항우연 원장과 달 탐사 사업단장 등 달 탐사 사업과 관련한 항우연의 주요 간부진을 만나 달 탐사 사업 전반에 대한 책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또한 경영진과 다소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항우연 노동조합 간부의 의견도 청취했다.

1월부터 8개월간 달 탐사 사업의 객관적 원인진단 및 해법마련을 위해 노력해온 점검평가단의 우주분야 산학연 전문가들도 만났다.

항우연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들이 15일 임무가 수행가능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에 온다. 항우연 관계자는 향후 미국과의 우주사업 공조를 위해 NASA와의 협약이 중요하다고 최 장관에게 거듭 강조했고, 최 장관 역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달 탐사를 위한 달 궤도선 발사 시기를 2020년 12월에서 2022년 7월로 19개월 연기했다. 달 궤도선의 목표 중량은 550㎏에서 678㎏급으로 늘리고, 임무 수행 최적화를 위해 당초 원궤도(100×100km)에서만 12개월 운영하려던 계획을, 초기 9개월은 타원궤도(100×300km)에서 운영하고 이후 원궤도에서 3개월 운영하는 식으로 바꾸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하지만 나사 측은 이같은 계획 변경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대한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협약을 파기할 수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항우연 한 관계자는 "15~18일 나사 관계자들이 8명쯤 오지만, 현재로서는 나사도 뾰족한 해결 방안을 가져오기보다는 실사 차원에서 나오는 듯하다"며 "나사와 협의할 때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위성본부 엔지니어들도 함께 들어가 협약이 파기되지 않도록 설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장관께 적극적으로 개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자료도 배포하고 연구 현장 목소리를 다 듣고 가신 것은 (최 장관)본인의 책임으로 가져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협약을 지키지 못 하면 한국의 신뢰도에 큰 문제가 생기며, 위성정보 활용 사업은 미국과의 협력 없이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