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미디어는 실제 체험하는 느낌 주는 매체
‘보급형’ 하드웨어인 탓에 상호작용 콘텐츠 적어
SKT 버추얼 소셜월드, 컨트롤러 클릭으로 조작해
LGU+, KT 콘텐츠는 단순히 ‘보는’ 것이 다수
업계 "상호작용·공간감 줄 수 있어야 가상현실"
통신3사 다음 VR기기 구체적 출시 계획 無

‘실감미디어’ 산업은 5G 시대 주요 산업 중 하나다. 이는 몰입감과 현장감을 극대화해 마치 실제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전달하는 매체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실감미디어로 꼽힌다.

통신3사도 최근 VR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KT는 중국 VR기기 제조사 피코(PICO)와 손잡고 ‘피코 G2’와 '피코 G2 4K’ 기기를 선보였다. SKT는 오큘러스와 제휴해 ‘오큘러스 고’ 제품을 한국에 출시했다. LG유플러스도 피코와 손잡고 자사 스마트폰 ‘V50S 씽큐’와 호환되는 '피코 리얼플러스'를 출시했다.

VR기기 오큘러스 고(왼쪽), 피코 G2(오른쪽)의 모습. / 각 사 제공
VR기기 오큘러스 고(왼쪽), 피코 G2(오른쪽)의 모습. / 각 사 제공
다만, 상호작용형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에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통신3사가 선보인 기기는 회전운동만 감지할 수 있는 '3DoF(Degrees of Freedom)'를 지원한다. 세 제품 모두 ‘보급형’에 가까운 모델이다.

올해 고성능 기기 시장에서 출시된 제품이 대부분 '6DoF' 제품인 것과는 다르다. 이는 회전 운동에 더해 이용자의 위치 변동까지 감지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더 활동적으로 VR을 즐길 수 있다. 통신사 제품은 사용하는 컨트롤러가 하나 뿐이어서 상호작용이 비교적 제한된다.

이를테면 SKT가 자사 서비스 점프VR 앱에 출시할 ‘버추얼 소셜 월드’는 또 다른 나 ‘아바타’를 활용해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다. 이용자는 집에서 자신을 꾸미고, 클럽에 방문해 춤을 추거나 카페에서 가상의 커피를 앞에 두고 소통하는 등 가상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동하게 된다.

다만 버추얼 소셜월드 이용자는 대부분 컨트롤러로 클릭하는 방식으로 이동 등 주요 조작을 진행한다. 이는 가상현실보다는 기존 게임에 더 잘 맞는 조작 방식으로,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SKT는 향후 휴대전화로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VR기기를 썼을 때보다는 확연히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VR환경에서 가상 세계를 구현하려는 시도 자체는 어느 정도 의미있다.

VR기기 ‘오큘러스’로 가상 세계 클럽룸에 접속해 다른 이용자 아바타와 채팅을 하는 모습 / SKT 제공
VR기기 ‘오큘러스’로 가상 세계 클럽룸에 접속해 다른 이용자 아바타와 채팅을 하는 모습 / SKT 제공
KT와 LG U+는 ‘나만의 대화면’을 주된 장점으로 내세웠다.

KT 주력 상품인 ‘KT 슈퍼 VR’의 경우 올레TV 모바일을 포함한 ‘영상’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VR환경에서 IPTV 서비스를 만나도록 해 개인화 경험을 제공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할 수 있다. 유플러스의 주력 서비스인 ‘U+ VR’도 아이돌 스타 데이트나 영화 등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이에 더해 두 회사 모두 휴대전화 화면을 VR기기를 쓰고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증강현실(AR)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LG유플러스가 2020년 상반기 선보일 AR글래스도 6DoF를 지원하는 등 기술적으로는 색다르거나 더 뛰어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콘텐츠 대부분이 상호작용 없이 보는 형식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박재규 LG유플러스 AR사업팀장은 "우선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의 수를 충분히 확보한 뒤,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수급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단순 감상 콘텐츠 확보가 우선순위 앞쪽에 있다는 말이다.

LG유플러스가 2020년 상반기 출시할 AR글래스 ‘엔리얼 라이트’의 모습, 회사는 AR글래스의 주요 장점으로 ‘나만의 대화면’을 꼽았다. / 오시영 기자
LG유플러스가 2020년 상반기 출시할 AR글래스 ‘엔리얼 라이트’의 모습, 회사는 AR글래스의 주요 장점으로 ‘나만의 대화면’을 꼽았다. / 오시영 기자
하지만 VR 업계에서는 콘텐츠 해상도를 아무리 높여도 단순히 보기만 하는 콘텐츠로는 가상현실 경험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현실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과 ‘공간감’인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360도 영상과 나만의 대화면 콘텐츠는 사실 영상을 시청하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무래도 통신3사가 보급형 VR기기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상황이라 기능적인 한계로 인해 상호작용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관계자는 LG, KT가 중국 VR 업체 피코와 손잡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내 VR기기 제조 업체가 없는 상황이라 해외 기업과 플랫폼 정책 등을 협의해야하는데 이 부분에서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기업 피코가 이 부분에서 유연해 통신사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T 한 관계자는 "KT 자체 플랫폼을 기기에 얹어 서비스 해야하는데, 이 작업을 하기에 피코 G2모델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피코와 손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피코와 유플러스, 양사 간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손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HTC 바이브의 최신형·하이엔드 VR기기 바이브 코스모스의 모습, 최근 VR기기 시장에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신기술이 나오고 있다. / 바이브 제공
HTC 바이브의 최신형·하이엔드 VR기기 바이브 코스모스의 모습, 최근 VR기기 시장에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신기술이 나오고 있다. / 바이브 제공
취재 결과 통신3사 중 차기 VR기기 출시 계획을 구체적으로 결정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시장 반응을 보고 추후 결정하겠다는 태도로 풀이된다.

다만 세 기업 모두 2019년 하반기에 제품을 출시한 상황이라 다음 제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KT는 ‘피코 G2’를 7월, LG유플러스는 ‘피코 리얼플러스’를 10월, SKT는 오큘러스 고를 11월에 선보였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VR기기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벌써 센서 등 주변기기 없이도 ‘6DoF’ VR환경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초에는 오큘러스에서 컨트롤러 없이 기기에서 손을 인식해 이를 컨트롤러로 활용하는 기술을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단순히 보는 콘텐츠나 컨트롤러를 활용한 가상 세계 콘텐츠도 물론 수요가 없지는 않겠지만, 급격히 발전하는 시장에 맞춰 ‘VR이기에 할 수 있는 경험’, ‘이용자 편의성에 맞는 경험’을 담은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이 탓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도 최근 발전한 고급 HMD 기술에 대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며 "다만 저가형 모델을 주력으로 채택하는 이유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하기 위해 성능보다 가격을 택했기 때문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콘텐츠 면에서도 아직 고급형 VR기기를 꼭 사용해야 할 만한 것이 별로 없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