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19 제약·바이오 산업
잇따른 임상실패, 뒤 따라온 기술수출
3년 국회서 잠자던 첨단바이오법 통과
SK바이오팜·셀트리온 신약개발 훈풍
펜벤다졸 항암 효과 논란은 현재진행형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대형 악재가 터지는 가운데 기술수출과 임상 성공 등 긍정적 소식이 겹치면서 희비가 교차했다. 잇따른 임상 실패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 등으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제약·바이오 시장이 2020년에는 기술 수출 등의 긍정적 소식을 등에 업고 빛을 볼 수 있을 지 관심이 고조된다. IT조선은 올 한해 발생한 여러 사건 가운데 의미 있는 제약·바이오 뉴스를 추렸다.

잇따른 임상 악재…울상짓는 업계

잇따른 임상 악재는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크게 흔들었다. 임상 악재 시작은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이 끊었다. 4월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사실은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로 드러나면서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식약처는 이에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행정처분을 내렸다. 8월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코오롱티슈진을 일차 상장 폐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현재는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가 유예된 상태다. 한국거래소 결정에 따라 회의를 연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오롱티슈진에 개선기간 12개월을 부여했다.

같은 달 신라젠은 간암치료제 ‘펙사벡’ 임상3상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와 무용성 평가와 미팅 진행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기 때문이다. 무용성 평가는 그동안 진행해온 펙사벡 글로벌 임상3상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점검하는 평가다. 당초 신라젠은 여기서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남은 임상3상을 2020년 12월 완료하겠다는 목표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라젠은 펙사벡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여기에 신라젠의 한 임원은 임상 결과에 앞서 88억원 상당의 신라젠 주식 16만7777주를 한 달 사이 4회에 나눠 전량 매도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업계 충격은 배가 됐다.

9월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인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 임상3상에서 위약과 약물 혼용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업계가 또 한번 혼돈과 충격에 빠진 이유다. 현재 엔젠시스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 목적 미국 임상3상 결과 발표는 미뤄진 상태다.

3년만에 국회 통과한 첨단바이오법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자원에 관한 법률안(첨단바이오법)은 악재가 잇따랐던 바이오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법안 발의 후 3년간 국회에 잠들었던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신약개발 규제 해소를 갈망한 국내 바이오 업계 숙원이 풀렸다고 평가했다.

첨단바이오법은 재생의료에 관한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고 신약 출시 속도를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줄기세포주와 유전자 관련주가 첨단바이오법 통과로 수혜를 볼 전망이다. 그동안 규제 문제로 그림자처럼 제자리를 지키기만 하던 줄기세포 및 유전자 관련 업체 신약 개발이 빨라질 수 있다.

또 현재 치료약이 부족하거나 없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경우 우선 심사권을 부여하고 임상2상 이후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가제도를 시행한다. 우선 심사권은 새로운 치료제가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질환 분야 치료제에 한해 인허가 심사신청 순서보다 먼저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술 수출 대박 행진…산업 경쟁력 UP

올해 한국 바이오 산업 경쟁력은 역대 최대 규모 기술수출 규모로 입증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사가 진행한 기술 수출은 총 9건이다. 약 4조5796억원을 웃돈다.

올해 기술수출은 유한양행에서 포문을 열었다. 1월 유한양행은 길리어드사이언스와 NASH(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물질을 7억8500만달러(계약금 1500만달러)에 체결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NASH 치료 신약물질을 8억7000만달러(계약금 4000만달러)에 넘겼다.

GC녹십자는 1월 효소 결핍으로 골격 이상과 기능저하 등이 발생하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기술을 중국 캔브리지사에 수출했다. 해당 계약에 따라 캔브리지는 중국 등 중화권 국가에서 헌터라제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계약 규모는 양사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4월 GC녹십자는 또 한번 기술수출 계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업체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새로운 방식의 ‘헌터라제 ICV’ 기술을 일본 클리니젠사에 수출했다. 계약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이번 계약에 따라 일본 클리니젠은 일본 내 헌터라제 ICV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GC녹십자는 상업화 이후 판매 수익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다.

JW중외제약은 10월 중국 심시어파마슈티컬에 통풍치료제 URC 102를 7000만달러(계약금 500만달러)에 넘겼다. 이후 알테오젠은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한 곳과 바이오의약품 IV제형을 SC제형으로 변환시키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기술에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13억73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 라이선스아웃 계약이다.

SK바이오팜·셀트리온 신약개발 훈풍

임상 성공 사례도 이어졌다. SK바이오팜은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체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판매승인을 획득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FDA 신청 및 승인까지 독자적으로 해낸 것은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국내 제약사가 기술수출한 신약 물질이 미국 FDA 벽을 넘었다.

SK바이오팜은 현재 엑스코프리 뒤를 이을 새로운 뇌전증 치료제 연구물질 ‘SKL24741’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셀트리온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램시마SC’는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2018년 11월 시판허가를 신청한 지 1년 만이다. 램시마SC는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셀트리온이 피하주사형 제제로 만든 것이다. 셀트리온은 130여국에 특허 출원을 완료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유럽시장 내 14개 법인을 통해 램시마SC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개 구충제로 암을 치료한다고?…펜벤다졸 논란

개 구충제 ‘펜벤다졸’은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을 뜨겁게 달궜다. 미국에서 한 말기암 환자가 펜벤다졸 성분이 포함된 구충제 복용 후 완치됐다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서 일부 말기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기적의 치료제’로 취급됐다. 해당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적으로 펜벤다졸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입장은 달랐다. 사람을 상대로 한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펜벤다졸 복용이 향후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지 알 수 없다며 복용 자제를 권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 등도 복용을 자제해야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근거가 없으며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며 "펜벤다졸은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8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개그맨 김철민씨가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그 사실을 유튜브로 알리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펜벤다졸 복용을 병행하는 그는 최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펜벤다졸 복용 7주만에 혈액검사에서 정상 반응이 나왔다며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