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설계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는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세미파이브’의 조명현 대표는 IT조선을 만나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이 연결 고리인 디자인하우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에게 디자인하우스 역할과 시스템 반도체 분야 발전 방안에 관해 들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 김동진 기자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 김동진 기자
―세미파이브를 소개해달라.

세미파이브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 하우스다. 효율적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CPU IP와 반도체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칩 면적과 전력효율을 개선하는 기술이 담긴 오픈 IP(반도체 설계자산) ‘리스크파이브(RISC-V)’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개발 방법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개발·설계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더욱 다양하고 혁신적인 시스템 반도체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을 한다.

―반도체 설계 비용과 시간의 효율적 활용이 시스템 반도체 발전과 어떤 관련이 있나?

지난 30년간 18개월마다 칩 밀도가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에 기반해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 발전해왔다. 같은 비용으로 더 작고, 빠르고, 효율적인 반도체를 구현했기에 디바이스 기능과 성능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도 진화했다.

하지만 이제 같은 비용으로 더 작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2015년 20나노 시대가 열리면서 미세 공정으로 나아갈수록 단위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개수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반도체가 예전과 같은 기술 혁신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선 제조 기술 발전 그 이상이 필요하다. 최대 범용성과 규모를 추구하던 시스템 반도체 설계 방향성이 갈수록 애플리케이션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특화한 설계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각각의 응용처에 특화한 다양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위한 비용과 시간의 효율화가 핵심이 될 것이다.

―세미파이브 성장 비결은 무엇인가?

세미파이브는 일반적인 디자인하우스가 아닌 효율적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디자인 솔루션 업체다. 기술적으로 수준이 높고 검증된 RISC-V를 활용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응용처별 맞춤형 시스템온칩(SoC) 설계를 희망하는 고객사에게 최적의 Core IP를 제공할 수 있다. 2016년 설립된 RISC-V 재단에는 삼성전자와 테슬라 구글 등 24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가입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디자인의 재사용성을 높이는 설계 방법론과 국내외 선도 IP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현저히 단축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 김동진 기자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 김동진 기자
―반도체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범용성과 규모를 기반으로 하던 과거 반도체 산업은 자동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단히 보수적이었다. 기술적으로 우월한 RISC-V가 받아들여지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빠른 시간 안에 세미파이브 비전과 기술력을 입증해 고객사와 신뢰 관계를 쌓고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현재는 100명이 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외 크고 작은 고객사, 협력사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됐다.

―해외 디자인하우스와 한국 디자인하우스 규모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해외 디자인하우스는 단순히 설계를 위한 인력을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다. 반도체 설계 및 제조를 위한 공급망을 관리하고,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앞단에서 글로벌 수요를 한 데 모으는 역할이다.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인 TSMC의 가장 큰 디자인하우스인 ‘GUC’는 약 40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800여명의 인력을 보유한 업체다. 반면, 한국 디자인하우스는 그동안 국내 협력을 기반으로 설계 역량을 제공하는 사업 모델에 집중해 100명 규모를 넘어가는 업체가 거의 없었다.

최근 삼성 파운드리를 비롯해 시스템 반도체 제조와 설계 인프라가 축적되고 있어 향후 기대가 크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분야에 필요한 인재와 육성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근본적으로 새롭고 혁신적인, 더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뛰어난 커스텀 반도체 설계로 멋진 디바이스를 만들어 혁신을 달성하고 사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재능 있는 인재들이 반도체 영역에서 기회를 찾고 도전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세미파이브를 비롯한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소명감을 가지고 정진하고 있다. 혁신적 반도체 설계를 장려하기 위해 유무형의 아낌 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이나 중국의 성공적인 실리콘 스타트업과 같은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훌륭한 시스템 반도체 인재 육성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중국의 추격, 어떻게 보고 있나?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교에서 수학하고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야심만만하고 역량 있는 인력들이 있다.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선 더욱 공격적이고 혁신적인 시도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세미파이브 목표는 무엇인가?

세미파이브 목표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10배 이상 단축하는 것이다. 무어의 법칙이 더는 통하지 않으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커스텀 반도체 개발이 요구될 것이다. 세미파이브는 효율적인 반도체 개발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누구라도 커스텀 반도체를 생각한다면 세미파이브를 떠올릴 수 있도록 글로벌 허브가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용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가 설계한 칩 코드를 받아 디자인 통합과 설계 검증, 설계완료파일 생성, 마스크제작과 테스트 작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는 설계·생산·조립·검사·유통 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하면 종합 반도체 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라고 부른다. 업무 수행 범위에 따라 명칭은 다르다.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특정 설계 블록을 팹리스나 IDM·파운드리 등에 제공하고 IP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료와 로열티를 받는 IP(Intellectual Property) 기업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생산)를 연결하는 디자인 하우스 ▲팹을 갖춘 생산 전문 기업 파운드리 등으로 구분한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