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폐쇄 속도 너무 빨라" 윤석헌, 이례적 공개 경고
은행들, 비대면·디지털화에 따른 수순…"과도한 개입" 지적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영업점 폐쇄 수순 불가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점포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를 했다. 은행은 당국이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 전환이 필수인 상황에서 영업점 폐쇄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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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열린 임원 회의에서 은행을 대상으로 공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윤 원장은 "코로나19 영향, 순이자 마진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노력 등으로 점포 폐쇄가 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 수를 줄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포 폐쇄로 금융 소비자, 특히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공동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6652개다. 2012년 7681개였던 은행 점포 수는 2014년 7383개, 2016년 7086개, 2018년 6752개, 2019년 6710개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마구잡이식 점포 축소 아냐…"경영 전략 일환"

시중 은행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미 내부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철저히 지키면서 점포를 조정하는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수익성 보전을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서지 않으면서, 지점수까지 통제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은행들은 같은 지역 내 중복점포를 폐쇄하거나, 내방객이 많이 찾지 않는 점포를 우선 고려한다. 또 2019년 6월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따른다. 지점을 닫으려면 사전 영향평가를 거쳐 줄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점포수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건 기업으로서 매우 부담스럽다"며 "당국이 우려를 제기한 부분은 고령층·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진다는 것인데, 통상 영업점을 폐쇄할 때 고령층 고객 비율을 고려해서 고령자가 많을 경우 폐쇄 보류 결정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 데이터 없이 비용 효율을 위해 점포를 줄이는 게 아니다"라며 "너무 가까운 거리에 중복 점포가 있다거나 내방객이 현저히 줄어든 점포는 상권분석 등 내부 절차를 통해 폐쇄조치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정책을 달라

여기에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업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채널 중요성은 높아진다. 고객 영업점 이용은 줄었다. 더욱이 대다수의 은행은 올해 하반기 핵심 경영 전략으로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영업점 이용 고객이 거의 1/3로 줄었다"며 "내방객 가운데 대부분은 고령층이고, 젊은 층은 모바일로 예금·대출 등 모든 업무를 본다. 어떤 지점은 하루 방문객이 10명 미만인 곳도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악화한 점포는 폐쇄 수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지점 축소 과정에서 일부 고객 불편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전(全) 금융권이 비대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핵심 점포만 남기고 효율성을 높이는 건 과제다. 업계는디지털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비대면 서비스는 지속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만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비대면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며 "모바일·디지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핵심점포만 유지하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